IPTV 10주년...핵심 미디어 플랫폼 부상

'번들상품' 초기 오명 벗고 캐시카우로 변신

방송/통신입력 :2018/11/22 13:08    수정: 2018/11/22 14:20

김윤희, 박수형 기자

지난 2008년 첫선을 보인 IPTV가 10주년을 맞았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IPTV는 주목할 성장을 기록했다.

유료방송 가입자 1위 플랫폼 자리에 오르고, 각종 ICT 기반 미디어 산업의 기술 발전을 주도했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사라지는 가운데 IPTV는 새로운 주력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간의 발전상을 보면 앞으로 10년의 변화가 더욱 주목되는 시점이다.

서비스 도입 10주년을 맞은 IPTV는 미디어 산업 발전에 그치지 않고 통합형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SO 가입자 추월…유료방송 판세 역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IPTV 가입자 수는 케이블방송(SO)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IPTV 가입자 수는 1천422만281명, SO는 1천409만7천123명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가입자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과기정통부 통계 지난 6월말 기준 IPTV와 SO 간 가입자 수 격차는 약 107만6천명이다.

IPTV가 1위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성장한 배경으로는 모바일 결합 상품이 단연 꼽힌다. IP망을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과 함께 이용자 부담을 낮춘 결합 할인이 큰 몫을 했다는 뜻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IPTV의 성장을 이끈 건 결국 이동통신 서비스 결합”이라며 “서비스 초기엔 기술력이나 투자 측면에서 SO가 크게 밀리지 않았고, 때문에 IPTV에 대한 폭발적 반응이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케이블에 없던 이동통신 결합으로 젊은 가입자를 많이 유치해냈고, 결합 기반의 가입자 '락인' 효과도 컸다”며 “락인 효과가 발휘된 이후엔 대기업의 유료방송 서비스라는 점도 결합을 지속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향후 IPTV사들이 M&A를 통해 SO를 인수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판매량이 늘수록 이익이 증가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IPTV의 몸집 불리기는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이유도 포함됐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 포섭을 위한 수단으로 차별화된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자체제작 콘텐츠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콘텐츠 투자 여력을 늘릴 목적으로 업체들이 몸집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거듭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설 외에도 KT의 위성방송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와 현대HCN의 인수할 것이란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

■ 통신사 주력 상품으로 발돋움

IPTV는 한때 투자 대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품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이동통신 서비스와 결합을 위한 번들 상품이란 오명도 들었다.

하지만 서비스 개시 10년이 지난 현재 산업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통신사들의 유무선 통신서비스 매출 정체와 감소 속에서도 IPTV 등 미디어 사업 부문의 매출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분기 통신업계의 실적을 보면 LG유플러스는 IPTV 사업의 매출 비중이 전체 사업 매출에서 두자릿수 대인 10%를 넘어섰다. 또 IPTV 3사 모두 가입자 증가에 따른 수신료 매출 확대, 플랫폼 수입 확대, VOD 매출 증가 등으로 연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IPTV 3사의 전체 매출은 2009년 당시 2천204억원에서 지난해 2조9천251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4분기 매출을 제외하고도 이미 지난해 매출 합계를 넘어 3조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사업 성장은 가입자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가입자 수신료와 함께 플랫폼의 성장으로 홈쇼핑채널 등의 송출 수수료도 급증했다.

아울러 IP망의 특성을 활용한 다시보기(VOD) 서비스도 각광을 받으면서 캐시카우로 자리를 잡았다.

VOD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되돌려 보는 시청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월정액 상품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본 방송과 시차가 줄고, 극장 동시 개봉 영화들이 늘어났고 이에 이용자는 호응했다.

지난 2014년 유료방송의 VOD 수신료 매출은 5천734억원에서 지난해 7천552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IPTV가 78%에 달하는 5천902억원을 차지했다.

■ 5G 시대, 콘텐츠 각축전 무대로 부상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통신사는 IPTV를 플랫폼으로 삼아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KT는 지난달 AI 셋톱박스 '기가지니'에 음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도입했다. 리모콘 없이도 콘텐츠 제목, VOD 검색과 재생 조정, 비밀번호 입력 등 기능 전반을 말로 이용할 수 있다. 이와 연동해 음성 제어 가능한 가전도 600여개 제조사의 에어컨, 공기청정기, 선풍기, 로봇청소기, 가습기 등으로 확대했다.

KT 관계자는 “TV를 단독 단말로서가 아닌 모든 게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구상하고 있다”며 “기가지니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확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AI를 활용한 미디어 추천 기술을 지난 9월 공개했다. ▲2천500명 이상의 국내외 유명 배우 인물 ▲키스, 웨딩, 댄스, 식사, 번지점프 등 50여개 상황 ▲계절 ▲지역 내 주요 건축물이나 놀이공원 등 특수 장소 ▲배경 음악 등을 인식하는 AI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넘어 시청하고자 하는 장면까지 찾아준다. 또 시청 이력과 입력한 취향을 기반으로 가입자마다 다른 홈 화면을 보여준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네이버 AI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한 AI스피커 'U+우리집AI'를 선보이고, 한 달 만에 UHD 셋톱박스에 클로바를 확대 적용하는 등 AI 서비스 탑재를 서둘렀다. 이후 지난 9월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IPTV 서비스에 실었다. 유튜브, 구글 검색, 구글 번역 등의 서비스를 IPTV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

5G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는 최근 IPTV 3사가 잇따라 VR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VR 콘텐츠는 5G 상용화 초기에 고도화된 네트워크 성능을 체감할 만한 서비스로 점쳐지고 있다.

KT의 경우 자체 VR 기기도 내놨다. '기가라이브TV'를 지난 12일 출시한 것. 자사 모바일 IPTV '올레tv 모바일' VOD를 VR 기기로 볼 수 있게 했다. VOD 외에도 스포츠 중계나 FPS 게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다음해에는 콘텐츠 투자액을 늘리고, 이동형 5G가 상용화되는 3월에는 유료 서비스도 시작한다. 하반기에는 5G 모듈을 탑재한 기기를 출시한다.

SK브로드밴드는 모바일 IPTV 서비스 '옥수수'를 중심으로 5G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다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선택해 보거나, VR로 제작된 아이돌 무대 영상을 제공하는 등 음악 콘텐츠를 강화했다. 5G 네트워크를 통해 풀HD보다 16배 화질이 선명해지는 UHD 영상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가상 공간에서 특정 콘텐츠를 함께 감상하는 VR 소셜 커뮤니티 '옥수수 소셜 VR'도 지난달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최대 8명의 이용자가 가상공간 한 곳에 모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미디어 앱이자 IPTV에서도 제공 중인 'U+프로야구', 'U+골프' 등 스포츠 중계 콘텐츠를 5G 상용화 이후 주요 미디어 서비스로 보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가요 영상 앱 'U+아이돌라이브'의 경우 다음달부터 바로 IPTV, VR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 출시된 VR 기기 전반과 호환되는 방식으로 나올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특혜를 입은 서비스, 이동통신 지배력 전이 등 현존하는 비판에서 벗어나 성장하려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5G 상용화 이후에는 IPTV도 자체제작 콘텐츠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IPTV 업계는 단순히 산업에 머물지 않고 시청자 복지와 함께 미디어 미래를 열어간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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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PTV방송협회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IPTV가 걸어온 길은 새로운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차원에서 미디어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것 외에 다양한 사회적 책무를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이용자 복지 증대와 사회 통합에 기여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IPTV 도입 10년인 지금은 새로운 미디어 미래를 맞이할 시점”이라며 “가입자 중심의 미디어 환경은 모바일과 VOD 중심의 개인화된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되고 있고, 초연결 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통합형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