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 4차산업혁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드론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드론 산업은 중국에 밀려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드론 산업은 제조가 아닌 중국산 부품을 짜맞추는 '유통'에 머물러 있다는 현장의 지적은 뼈 아프다. 기술과 자본력이 부족하고 각종 규제로 성장하지 못하는 한국 드론 산업의 현 주소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금까지 각종 교육 기관을 통해 수만 명 이상이 드론 인재 육성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긴 시간과 비싼 수강료를 들여 교육을 수료한 이들 중 실제로 드론을 운용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에서 활약한 이들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업에 종사하는 드론 전문가들은 이처럼 수요와 공급 사이 괴리를 낳는 드론 인재 육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고작 수십 시간에 그치는 강의 시간으로는 드론을 솜씨 있게 날리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다.
■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난 드론 인력 양성 과정
드론 관련 국가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은 올해 안에 1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드론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현재 드론 관련 과정을 운영하는 전문학원은 전국 430여 개나 된다.
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회장은 "드론 자격증만 따면 7분에 200만원, 한 달에 2억을 벌 수 있다는 한 연예인의 발언이 방송을 타면서 전국에 드론 양성 과정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각급 학교는 물론 사설 학원과 지자체를 통해서도 매년 수만 명이 드론 관련 교육을 수료한다. 박 회장은 "단가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심지어 네이버 XX나라 등에도 드론 양성 과정이 올라오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과정을 수료한 인력들이 당장 관련 업체에 취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드론 교육 과정이 단순 비행 기술에 치우친데다 그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 "얼치기 조종술만 배운 사람을 어디에 쓰나"
SM9스카이텍 박승근 대표는 "드론 인력 양성 과정을 거친 인력 중 드론을 어설프게 날릴 줄 아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드론을 항공 측량이나 각종 촬영 등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을 익힌 사람은 적다"고 지적했다.
박승근 대표는 또 "예를 들어 기존 영상 촬영 감독이나 PD가 드론을 접하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물로 업무 역량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고작 수십 시간 드론 강좌를 들은 사람이 어떻게 영상이나 사진 등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결국 수백 만원을 내고 드론 교육을 받은 이들은 정작 자신을 써줄 만한 곳이 없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그러나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을 포기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들 중 대부분은 '드론 전문가'를 자처하며 각종 교육원이나 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한다. 그러나 이 역시 단순 비행술에 그칠 뿐 업계가 요구하는 지식이나 기술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 고급 드론 비행술도 자동화 추세
이처럼 비행술에만 치중한 드론 인력 양성 과정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 드론 성능이 점점 상향 평준화되면서 수백 시간을 들여서 익혀야 했던 고급 비행 기술이 자동화되고 있다.
예로 지난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인텔이 초미니 드론인 '슈팅스타'로 진행한 드론 쇼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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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쇼에는 총 1천 대의 드론이 동원됐지만 이를 조종하는데는 인텔이 개발한 전용 소프트웨어,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고성능 PC 한 대와 전문가 한 명만 필요했다. 단순한 비행 기술로 산업 현장에 뛰어들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국내 드론 인력 양성은 여전히 초보적인 비행술 교육에 치중해 있다. '드론 한 대를 사고 고작 수십 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고소득 드론 전문가가 된다'는 과장광고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재 아닌 둔재만 배출하는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