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 분자 배열로 '유기 반도체' 성능 ↑

UNIST 연구팀 개발..."전하 이동도 역대 최고 수준"

과학입력 :2018/11/05 10:59

손쉽고 값싸게 만들며 유연해 실리콘 반도체의 대체재로 주목받는 ‘유기 반도체’의 공정을 개선해 전하 이동도를 높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양창덕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이병훈 이화여대 교수, 이정훈 동서대 교수와 공동으로, 유기 반도체 구조를 불규칙하게 배열해 전하 이동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기존에는 고분자를 이루는 원자들의 위치가 규칙적으로 배열돼야 전하 이동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를 뒤집었다.

유기 반도체로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 등의 전자소자를 만들려면, 전하 수송 능력이 확보돼야 한다. 반도체가 전하를 잘 전달해야 많은 신호를 보내고 정보처리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유기 반도체의 전하 수송 능력을 높이기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연구에서 양창덕 교수팀은 전하 수송 능력을 높이는 전략 중 ‘위치규칙성'에 주목했다. 위치규칙성은 고분자를 이루는 반복 단위가 일정한 규칙을 띠며 배치되는 걸 뜻한다.

연구팀은 고분자로 합성할 때 위치규칙성을 띠게 되는 분자들을 이용해 새로운 위치규칙성 고분자를 합성했다. 똑같은 분자들을 재료로 써서 위치불규칙성을 띠는 고분자도 만들었다.

위치불규칙성 고분자를 이용해 만든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

연구진은 새로 합성한 두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를 확인하기 위해, 두 물질을 이용한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를 제작했다. 이때 나노 크기의 홈이 파인 기판에 고분자를 넣고 주물을 하듯 필름 형태로 가공했다.

이렇게 제작한 트랜지스터에서 위치규칙성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는 9.09㎠V?¹s?, 위치불규칙성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는 17.82㎠V?¹s?로 나타났다. 1볼트/센티미터(V/㎝)의 전기장을 걸어줬을 때 1초 동안 전하 하나가 9.09㎝, 17.82㎝ 이동하는 수준이다. 기존 유기 반도체의 전하 이동도는 대부분 최대 한 자릿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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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덕 교수는 “이번에 합성한 위치불규칙성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는 현재까지 보고된 최고 수준의 수치”라며 “구조적인 위치화학을 이용해 고성능 고분자를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야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독일 응용 화학 분야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 최근호에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