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자바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가는 가운데, 자바 생태계는 어느때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자바 생태계에서 경쟁 분야는 엔터프라이즈용 자바 ‘자바EE(현 자카르타EE)’였다. 자바EE 표준을 완벽히 지원하면서, 얼마나 특화된 기능을 제공하느냐를 두고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솔루션들이 경쟁했다. 그러다 자바가상머신(JVM) 중심의 생태계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스칼라 같은 개발언어는 JVM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사용하게 해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JVM이 자바란 언어에 메이지 않게 되면서, 자바 생태계는 더 넓어지고 경계가 모호해졌다.
이제 오라클이 자바SE의 관리주기를 6개월로 단축하고,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기술지원을 하게 됐다. 자바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JDK 생태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오픈JDK란 오픈소스 버전을 기반으로 오라클 외의 수많은 전문가 집단이 별도의 ‘JDK’를 만들어내고 있다. IBM과 레드햇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오픈JDK의 기술지원을 유지하겠다는 비영리 개발집단 ‘AdoptopenJDK’나, 아줄의 ‘줄루’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JDK 사용에 대해 자체적인 ‘장기지원서비스(LTS)’ 체계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줄시스템을 이용해 공식지원 종료된 오픈JDK에 LTS를 제공한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JDK 7과 JDK 8의 기술지원을 2021년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줄이란 JDK를 애저에서 사용하면 무료로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애저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환경에서 아줄을 사용하면 그를 개발하는 줄루엔터프라이즈란 회사와 유상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아줄의 라이선스는 서버 단위로 계산한다. 기술지원 계약 단위는 25대, 100대, 1천대, 무한대 등으로 구분한다. 25대의 경우 스탠더드 서포트로 연간 1만3천300달러다. 100대의 경우 스탠더드 서포트로 연간 3만1천600달러이며 프리미엄 서포트로 연간 11만3천900달러다. 스탠더드 서포트는 일간 8시간 및 주 5일(8x5)의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서포트는 연간 무중단(24x7x365)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레드햇도 별도의 오픈JDK LTS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에서 자바SE를 사용하는 경우 오픈JDK 7을 2020년 6월까지, 오픈JDK 8을 2023년 6월까지 기술지원한다. 오픈JDK 11은 2024년 10월까지 지원한다. 당연히 레드햇 서브스크립션 계약이 필요하다.
레드햇은 또한, 오픈JDK 업스트림 프로젝트에도 지속적인 패치를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오라클에서 패치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레드햇에서 별도의 오픈JDK 패치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오라클 외의 또다른 JDK는 15개를 넘었다. 오라클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바를 독립적으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
오라클도 오픈JDK 에 대한 기술지원 생태계 형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마크 라인홀드 오라클 자바플랫폼그룹 최고아키텍트는 지난달 열린 ‘오라클 코드원(구 자바원)’ 기조연설에서 “오픈JDK는 6개월마다 새 버전이 발표되는데, 커뮤니티는 공식적으로 6개월 간 기술지원을 유지할 것”이라며 “커뮤니티가 더욱 긴 기술지원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도 금융, 공공 등을 주고객으로 하는 대형 IT서비스업체가 자체적인 ‘오픈JDK 서비스’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국내 IT서비스업계에 새 먹을거리가 던져진 것이다.
이제 제3자의 JDK 지원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자바 플랫폼을 깊이 이해하느냐다. 오픈JDK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얼마나 빠르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로 서비스의 경쟁력이 갈리게 된다.
현재까지 오라클만큼 JDK의 문제에 대응하는 기업은 없다. 오픈JDK 11 프로젝트의 JIRA에 등록된 이슈 처리 건수를 보면 오라클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2018년 10월 기준으로 오픈JDK 11 JIRA 전체 등록 이슈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1천963건을 오라클에서 처리했다.
17%를 SAP(169건)가 처리했고, 레드햇(118건), 구글(80건), 벨소프트(37건), IBM(17건) 순으로 처리했다. 2%인 43건을 독립개발자가 처리했고, 기타 1%를 알리바바, 아마존, ARM, 인텔, 젯브레인스, 퀄컴, 아줄 등에서 처리했다.
벨소프트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오픈JDK 기여횟수에서 오라클은 3천965건을 기록했다. 2위인 레드햇이 200건을 넘겼다. 세번째인 SAP와 네번째인 구글이 100건을 넘겼다. 벨소프트가 50건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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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JDK는 개발과 프로세스를 오라클에서 주도해왔고, 외부자의 기여를 엄격히 심사하기 때문에 나타난 오라클 독주일 수 있다. 확실한 건 오라클만큼 오픈JDK 를 속속들이 아는 곳도 현재로선 없다는 점이다.
국내의 한 자바 전문가는 “오픈JDK를 기반 삼아 다양한 JDK가 만들어지고, 사용자나 개발자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다양성의 시대가 왔다”며 “늙었다는 얘기를 듣는 자바 생태계가 이를 계기로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건 확실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