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정식 출시를 앞둔 인텔 9세대 코어 앞에 복병이 나타났다. 이전 세대는 물론 경쟁사인 AMD 프로세서 대비 성능 향상 효과를 보여 주기 위해 제시한 벤치마크 수치에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이 벤치마크는 각종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린시플드 테크놀로지스(이하 PT)가 인텔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것이다.
이 회사는 의혹이 제기된 초기 단계부터 각종 인터뷰와 중간 보고서 등을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고 결국 각종 벤치마크를 다시 수행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 "벤치마크 환경이 인텔에 유리하게 편향됐다"
발단은 지난 8일 인텔이 뉴욕에서 공개한 9세대 코어 프로세서 공개 행사부터다.
인텔은 이 행사에서 i9-9900K가 최고의 게임용 프로세서이며 AMD 라이젠 7 2700X 프로세서에 비해 성능이 최대 50% 이상 앞선다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 날 프린시플드 테크놀로지스(이하 PT)가 19개 게임을 대상으로 실시한 벤치마크 결과도 공개됐다.
그러나 해외 매체인 하드웨어 언박스드가 벤치마크 결과를 검토한 후 "PT가 진행한 벤치마크는 인텔 프로세서에 유리한 결과를 내도록 편향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 메모리·냉각팬·코어 활성화 여부가 문제
하드웨어 언박스드와 톰스하드웨어 등 해외 하드웨어 전문 매체는 PT가 실시한 벤치마크가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는 냉각팬이다. AMD 프로세서에는 제품에 포함된 냉각팬을 그대로 장착한 반면 인텔 프로세서에는 보다 냉각 효율이 뛰어난 제품을 장착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프로세서가 수행하는 자동 오버클럭 폭이 줄어들어 AMD 프로세서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두 번째는 메모리 오버클럭과 용량 문제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는 모든 메모리 슬롯을 다 채울 경우 효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PT가 DDR4 16GB 모듈 네 개로 총 64GB 메모리를 구성한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또 PT는 벤치마크를 수행하며 인텔 프로세서에 장착된 메모리에서만 오버클럭을 수행했다.
가장 큰 문제는 AMD 라이젠 2700X 프로세서를 테스트하며 '게임 모드'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 모드는 원래 32코어, 64스레드로 작동하는 스레드리퍼 프로세서를 위해 만들어졌고 유효한 코어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 PT "벤치마크 오류 인정, 다시 수행할 것"
주요 매체들이 제기한 세 가지 문제에 대해 PT는 해외 매체가 진행한 유튜브 인터뷰와 웹사이트에 공개한 중간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해명하고 있다.
먼저 인텔 프로세서와 AMD 프로세서의 냉각팬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AMD가 그 제품이 좋은 성능을 낸다고 추천했기 때문이며 대상이 된 인텔 프로세서는 냉각팬이 동봉되지 않아 별도 제품을 썼다"고 설명했다.
또 AMD 라이젠 프로세서에 '게임 모드'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해당 모드를 적용했을 때 더 나은 성능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오버클럭 문제는 PT가 인텔과 AMD PC 모두에 최상의 성능을 내도록 설정했다는 것을 밝히며 일단락 되었다.
■ 인텔 "PT의 결과, 내부 결과와 일치"
PT에 벤치마크를 의뢰한 인텔은 "PT는 프로세서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해당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이 결과는 내부에서 얻은 결과와 일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향후 수 주 동안 공개될 테스트 결과가 9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세계 최고의 게임용 프로세서라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PT의 벤치마크 결과가 공개된 시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통상적으로 인텔은 프로세서 출시 전 엔지니어링 샘플(ES)을 제공하며 이를 제공받은 개인이나 매체는 정식 출시일에 맞춰 이를 일제히 공개한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공개된 결과값을 확인하며 교차 검증이 가능하다. 현재는 오직 PT만 해당 결과값을 공개한 상태이며 교차 검증은 불가능한 상태다.
■ '최고의 게임용 프로세서', 빛 바랠 가능성 있다.
PT의 벤치마크 결과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답보 상태에 빠진 인텔의 프로세서와 AMD 라이젠 프로세서의 약진을 들 수 있다.
인텔은 항상 전 세대 프로세서는 물론 경쟁사인 AMD 프로세서 대비 우위를 내세웠지만 지난 해부터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인텔이 2015년부터 14nm(나노미터) 공정에서 더 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한 반면 AMD는 젠(Zen) 아키텍처에 기반한 라이젠 프로세서를 통해 격차를 크게 줄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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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PT는 각종 불거진 문제를 시인하고 다시 벤치마크에 들어간 상황이다. 9세대 프로세서가 정식 출시되는 다음 주 중순 다른 국내외 매체들의 벤치마크 결과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교차 확인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코어 i9-9900K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거나, AMD 프로세서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최고의 게임용 프로세서'라는 인텔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또한 각종 보안 문제와 수급난 등 문제에 시달린 인텔에 추가 타격도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