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스크린 PC 첫 등장, 그러나 갈 길 멀다

배터리 지속시간 제약으로 성능 낮고 가격 비싸

홈&모바일입력 :2018/10/11 15:03    수정: 2018/10/11 18:04

폴더블폰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화면 두 개를 연결한 스마트폰과 더불어 듀얼스크린 PC에 대한 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레노버가 11일 국내 출시한 요가북 C390. (사진=지디넷코리아)

인텔이 올 상반기 컴퓨텍스에서 프로토타입인 '타이거 래피드'를 선보인데 이어 레노버와 에이수스 등 PC 제조사도 관련 제품을 하나 둘씩 출시하고 있다.그러나 현재 출시된 듀얼스크린PC는 휴대성과 배터리 소비 전력을 충족하기 위해 저전력 프로세서를 탑재해 성능이 낮은 반면 비싼 가격이 걸림돌로 지적받는다. 십여년 전 휴대성을 강조하며 등장했다 사라진 PC 플랫폼인 UMPC를 연상케 한다.

■ 새로운 폼팩터로 듀얼스크린 PC 내세운 인텔

인텔은 올해 들어 새로운 폼팩터인 듀얼스크린 PC에 공을 들이고 있다. 노트북 컴퓨터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던 키보드 대신 듀얼 터치스크린이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이 핵심이다.

인텔이 컴퓨텍스 2018 기간 중 공개한 타이거 래피드. (사진=씨넷)

인텔은 올해 컴퓨텍스 기간 중 프로토타입인 '타이거 래피드'(Tiger Rapids)를 공개하기도 했다. 키보드가 있던 곳에는 필기 인식 기능을 갖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그레고리 브라이언트 부사장은 "타이거 래피드에서 영감을 얻은 몇몇 제조사가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텍스 첫 날 기조연설에서는 레노버와 에이수스가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 상대적으로 성능 떨어지는 프로세서와 비싼 가격

그러나 한국레노버가 11일 공개한 듀얼스크린 PC인 요가북 C390은 듀얼스크린 PC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께와 무게, 이용 시간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저전력 프로세서를 탑재하게 되고 이에 비해 가격은 기존 노트북보다 비싸다.

요가북 C390. 2016년 출시된 7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 제품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2016년 출시된 코어 i5-7Y54로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에 해당한다. 강용남 대표는 "개발 과정에서 가격이나 전력 소모등을 고려할 때 7세대 제품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잉크를 이용해 자유롭게 원하는 키보드 레이아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일 수 있지만 펜 입력과 가상 키보드, PDF 뷰어 이외에 특별한 기능이 없어 활용도도 낮다.

전자잉크 스크린에 내장된 뷰어 기능은 PDF 파일만 지원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가격이다. 가장 저렴한 코어 m3 모델이 119만원, 코어 i5-7Y54 모델은 140만원, LTE 탑재 모델은 155만원이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물리 키보드가 빠진 노트북에 매겨진 가격으로는 비싼 감이 있다.

오히려 최근 예약판매에 들어간 서피스 고가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 제품 역시 지난 해 2분기 출시된 펜티엄 4415Y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13만 9천원 상당 키보드 커버는 별매다. 그러나 128GB SSD와 8GB 메모리를 탑재한 저가형 서피스 고 가격은 정가 기준 69만 9천원이다.

■ 듀얼스크린PC, UMPC의 전철 밟을까

결국 올해 안에 각 제조사가 선보일 듀얼스크린 PC는 인텔의 의도와 달리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보다는 얼리어댑터 등 특정 소비자층의 반짝 주목을 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강용남 대표 역시 "이 제품은 평상시 판매하는 아이디어패드 등 다른 제품처럼 대량 수요가 있는 제품이 아니며 선진국 등지에서도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IDF 서울 2006에서 삼성전자 UMPC Q1을 소개하는 인텔 롭 크룩 부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PC 제조사나 운영체제 제조사가 새로운 형태의 PC를 선보였다 실패한 예는 드물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성을 강조한 UMPC(울트라 모바일 PC)를 야심차게 내세웠지만 이는 곧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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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가미 프로젝트'(Origami Project)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UMPC는 '손 안의 PC'를 내세웠지만 프로세서 자체의 발열과 뒤떨어지는 휴대성, 불편한 감압식 터치 인터페이스 등 한계에 부딪혔다.

소니는 물론 라온디지털 등 일부 국내 업체도 제품을 내놨지만 불과 2년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3세대 제품 출시를 백지화하고 2011년 윈도7 기반 태블릿PC인 슬레이트7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