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가이드라인 필요해

[기자수첩] 신고·단속 방법 없으면 무용지물

기자수첩입력 :2018/09/30 09:22    수정: 2018/09/30 09:25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지 이제 9일 째다.

법안이 시행되고 나서 고속도로 충전소 내 설치된 전기차 공공급속충전기 앞에 일반차량이 주차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 법안을 근거로 한 단속이나 신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없어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충전방해금지법 과태료 부과 대상 자료를 살펴보면,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충전을 시작한 이후 2시간 이상 장기 주차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와 관련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경기도 서하남 휴게소내 전기차 급속충전소 자리에 세워진 아이오닉 일렉트릭. 충전 없이 전기차 충전용 공간을 주차하는 전기차도 단속 대상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전국에 설치된 공용 급속충전기 주변에는 차량 출차와 입차 시간 등을 파악할 번호 인식기가 없다. 급속충전기 디스플레이에 충전 시작 전 차량 번호를 입력하는 절차가 없다. 결론적으로 충전기 스스로 충전소 주변 전기차 주차 또는 정차 시간을 파악할 기술이 마련되지 않았다.

심지어 충전기 바로 앞에서 충전 상황을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다. 각 지자체별 담당 직원이 충전소 앞 차량 정차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관련 인력이 충분한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충전소 원격 관리를 위한 감시카메라 설치도 대안으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사생활 침해 논란과도 연결될 수 있다. 전기차 특화모드 중 하나인 유틸리티모드를 활용해 충전하면서 차량 내부에 휴식을 취하는 전기차 오너들이 많아질 수 있기 떄문이다.

일반인이 충전방해금지법 위반을 신고할 수 있는 방법도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국민신문고 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아직 정부나 지자체는 신고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과 계획 등을 정하지 않았다.

충전방해금지법 법안은 지난 3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부터 공포됐다. 공포 당시 법안 시행 날짜는 9월 21일이었다.

관련기사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월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아 시행일자가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각 지자체에 이 법이 내년 상반기에 시행된다고 알린 바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법제처의 제동을 받았다.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법안 시행 예정일이 오락가락하니 지자체 입장에서도 이 법을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충전방해금지법에 대한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