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의원 "공직사회 고질병 버려야 스마트시티 성공할 수 있어"

[스마트시티 전문가를 찾아서⑦] "빠른 결과물 원해서는 안돼"

컴퓨팅입력 :2018/09/11 08:41

“청와대에서 스마트시티를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제일 관심 많은 분이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관심과는 별개로 공직자의 성과주의 관성은 여전히 위험 요소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지디넷코리아의 인터뷰에서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관심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한국의 공직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사업의 성공은 담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현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내 혁신성장추진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그는 지금 한국은 국내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적으로는 탄핵을 통해 왜곡된 권력에 대한 재구성이 있었다"며 "우리 사회를 누르고 있었던 왜곡되고 뒤틀려졌던 문제들이 걷어지고, 이제 남은 건 경제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시티는 너무나 중요하기에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듯이, 시민들도 이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합의하는 과정도 더디다"며 "하지만 조금만 지나고 보면 너무나 큰 차이를 벌일 수 있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 “공직사회 평가 기준이 문제…과정이 깊으면 그 자체가 성과”

도시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예전부터 스마트시티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도 ICT 기반으로 융복합을 만들어내겠다는 취지였는데, 제도가 안 따라줬다”며 “부처하고 정부하고 엇박자가 나고,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추진하다 보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런 ‘고질병’을 살리지 못하면 정부 주도 사업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5년 단임제인 한국에서는, 임기 안에 빨리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며 “다른 나라는 정부 주도 사업을 진행할 때 청사진을 보여주는 데도 5년에서 10년이 걸리고, 계획도 10년, 20년에 걸쳐 진행하는 반면, 한국은 공직자의 성과주의 관성이 있어 모든 영역에서 빠른 결과물을 원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스마트시티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일을 시키는 사람에게도 모두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이라는 게 대통령과 총괄계획가(MP) 둘이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둘러싼 시스템의 관성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직사회를 평가하는 기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기 내에서 벌어지는 사업은 해당 정부의 성과라고 인식해, 결과물 위주로 사업을 진행한다”며 “과정이 깊으면 그 자체로 성과인데, 우리 사회가 그 깊은 논의과정을 성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스마트시티는 4차산업혁명을 실현하는 플랫폼…시각적으로 대중에게 보여줘야”

그는 이런 태세 안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스마트시티 사업을 대중화, 사업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가 4차산업혁명의 실현 방안으로 스마트시티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세계적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세종과 부산 두 도시를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선정했다. 시범도시로 선정된 세종 5-1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에는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해 새로운 4차산업혁명의 요소 기술들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황 의원은 지난 3월,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 진흥 등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스마트도시법)’을 발의해, 시범도시에서 신산업 실증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스마트도시법에는 시범도시 내에서의 개인정보 활용 특례, 자율주행차 운전자 의무 완화, 드론 활용 관련 신고절차 간소화, 자가망 연계분야 확대, 공공SW사업 참여범위 확대, 건폐율·용적률 등 입지규제 최소화 등의 특례규정이 마련됐다.

스마트도시법은 지난 7월 가결됐다. 황 의원은 스마트도시법이 가결됨에 따라 스마트도시 유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과감한 지원과 적극적인 규제 해소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 “스마트시티, 백지상태 도시와 기존 도시 둘 다 필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은 세종과 부산, 신도시에 하는 시범도시 사업 이외에도 기존 도시를 재생하는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신도시에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또 하나의 신도시 사업일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황 의원은 이에 대해 "신도시와 기존 도시 사업은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도시에는 주민들 스스로가 의견을 모아,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주민자치 거버넌스가 구축하는 등의 비물리적 개념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이런 비물리적 개념과 요소기술, 규제 완화는 모두 연동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도시 사업에 대해서는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과 같은 부분은 아직 기존 도시에서는 테스트해볼 수 없다"며 "오히려 백지상태의 도시에서 테스트해본 후, 성공 모델이 나오면 다른 도시에 이식하는 방법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범도시의 역할은 사회적으로 스마트시티에 대한 대중적 수준을 맞춰가는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생기면 시범도시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나올 거고, 시범도시는 거기에 맞춰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스마트시티는 융합 사업…거버넌스 격상시켜야”

황 의원은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의 아쉬운 부분으로 거버넌스 체계를 꼽았다.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의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다. 그는 스마트시티 시범 사업이 대통령 의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마트시티는 한 가지 특정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몰리는 도시에서 생기는 사회 문제를 해결해내야 하는 복합적인 사업이자 플랫폼"이라며 "여러 분야의 부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국토부 중심의 거버넌스로는 제대로 디자인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각 부처마다 구심력이 강하기 때문에 제대로 협업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관련기사

따라서 그는 "정부가 주도해 정책적 기조를 잡고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와대나 총리실이 주최가 돼 끌고 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마트시티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면 국회의원 안 해도 된다"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스마트시티는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자, 삶의 질도 바꾸는 것이기에 이걸 최대화하는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은 모든 다할 것"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입법이 됐든, 할 수 있는 건 뭐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