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9, 中 시장 '반전 카드' 될까

현지 소비자 신뢰 회복 주력…'마지막 끈' 통할지 주목

일반입력 :2018/08/16 17:58    수정: 2018/08/16 18:06

삼성전자가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올 하반기에는 이제까지 표면적으로 내비췄던 중국 공략에 대한 의지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이는 시그널도 감지돼 그 배경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9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5일 중국에서 발표 행사를 갖고 오는 31일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뉴욕 이후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도 갤럭시노트9 행사가 진행됐지만,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 수장인 고동진 IM부문장 사장은 미국의 다음 행선지로 중국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중국 휴대폰 시장에 진출했다. 2011년 이후에는 20%대 점유율로 중국에서 연이어 1위를 기록했지만 2014년 3분기에 처음으로 샤오미에 선두를 내줬으며 지난해 초에는 지오니, 메이주 등 신생 업체에도 밀리면서 10위 언저리로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0%대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간신히 1%대로 진입했다.

고 사장은 중국 행사날 기조연설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제품 디자인부터 판매, 마케팅까지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듣고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신제품의 성능과 팬층을 위한 전략에 대해 강조했던 여타 행사에서와는 다르게 '신뢰'와 '1부터 10까지 소비자에 맞추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된 '갤럭시 노트9' 출시 행사에서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 노트9'을 소개하는 모습.(사진

이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당시 잃었던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 이후 글로벌 1차 리콜(회수) 조치 대상 국가에서 중국을 제외해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다음 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논란 역시 중국 소비자들이 삼성을 외면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 담당 사업자를 바꾸고 현지 연구개발생산판매서비스 등 전 조직을 융합한 사업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하게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응한다는 등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재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지만, 삼성의 기세(氣勢)는 예전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진행된 갤럭시노트9의 중국 행사의 규모는 300명으로 전작 때(900명)와 비교하면 3분의 1로 줄었다. 갤럭시S8 행사 당시에는 1천여명이 참석한 바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중국 톈진 소재 휴대폰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삼성전자는 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를 구축했고, 신흥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 공장 규모도 키웠다. 다만 중국 공장이 최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인 현지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중국 시장에서의 재기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낮게 보는 있다는 가능성에도 힘이 실린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영 환경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분기에도 중국의 휴대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더군다나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성장을 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인 화웨이는 지난 분기 글로벌 2위인 애플을 꺾으며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중국 갤럭시노트9 발표 행사에 참석한 현지 업계 관계자들.(사진=삼성전자)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중국에 대한 '마지막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기 때문이다. 길어지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와 기술 혁신 한계와 맞물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규모가 4억대를 훌쩍 뛰어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규모 면에서 한국 시장의 20배에 이른다.

고 사장은 미국 뉴욕 갤럭시노트9 언팩 이후 가졌던 국내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중국 시장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고 사장은 매달 한 번씩 중국 출장길에 올라 비즈니스 거래선과 만남을 갖고 사업 정비에 힘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사장은 "삼성의 중국 휴대폰 사업은 굉장히 어려워서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새 조치는 다 취했다"며 "나아지는 시그널을 조금씩 보고 있고, (중국은) 규모 측면에서도 절대로 포기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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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 소비자 편의를 위해 다른 출시 국가들보다도 현지 서비스 강화에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9 출시에 맞춰 현지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과 협력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현지 40여개 인기 게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 고사양의 게임도 장시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박진석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 패턴을 미뤄보면 중국인들에게는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이 통한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라며 “중국 내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을 고민해야 하며 AS 인프라 구축 등 현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