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더 어울리는 로봇이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5년 뒤, 아니면 10년 뒤쯤 일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로봇은 이미 우리 옆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듯합니다. 배달의민족이 시범 운영 중인 레스토랑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만나보면 “아, 이제 로봇이 먼 미래 얘기라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니까요.
서빙 로봇이 가져다주는 피자맛은 어떨까요? 과연 로봇이 테이블과 오가는 사람들을 뚫고 원하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해 음식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지디가 간다’ 코너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시범 운영하고 있는 딜리 플레이트를 관찰하기 위해 피자헛 목동 중앙점을 ‘조용히’ 찾았습니다. 저를 포함해 안희정, 손예술, 김민선 기자가 직접 피자를 주문시켜 로봇이 주는 피자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20분경, 아직 피자헛 매장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어디쯤 앉아야 딜리 플레이트를 잘 관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문가 쪽에 앉으려 했지만 이쪽은 딜리 배달존이 아니라고 하네요. 10여개 남짓 있는 테이블 가운데 세 테이블 정도가 배달이 불가하다고 합니다.
결국 딜리 플레이트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녀석’을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가끔씩 혼잣말을 하는 딜리 플레이트, 사람이 지나갈 때 말하나 했는데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을 때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피자 먹기 좋은 날”이라면서 피자 홍보에 여념이 없네요. 혼잣말을 즐기는 캐릭터였습니다.
순간 혹시 전시 목적으로 우두커니 세워만 두는 용도가 아닐까 의심이 들었는데요, 지켜보니 딜리 플레이트는 사람 점원만큼이나 바빴습니다. 점원이 주문을 받은 피자나 음료 등을 올려놓고, 옆에 설치된 태블릿에 테이블 번호를 터치하자 딜리 플레이트가 출동했습니다. 대부분 ‘ㄱ’자 동선을 오가는 간단한 경로지만, 지나가는 사람이나 가방 같은 놓여있는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잘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어린 탓일까요. 가장 먼 곳에 있는 테이블까지 이동하던 중 감자칩 그릇을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본인도 미안했던지 묵묵히 서있더군요. 사고는 로봇이 쳤지만 사과와 청소는 사람 몫이었습니다. 또 개발자로 보이는 스태프가 어디선가 나타나 로봇 일지를 기록하는 모습도 관찰됐습니다.
알고 보니 딜리 플레이트 입장에서 보니 나름 억울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피자헛이 사용하는 피자 받침대는 탁구 라켓 모양인데, 로봇 위에 놓인 쟁반은 완전히 동그란 모양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탓에 피자판이 접시에 쏙 들어가지 못하고 한쪽이 뜬 상태로 피자가 놓일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불안하게 올려져 있던 감자칩 그릇이 떨어졌던 거죠. 딜리 플레이트 상단에 놓인 쟁반 모양을 애초부터 좀 더 잘 디자인 했더라면 좋았겠네요.
또 다른 사고도 목격됐습니다. 로봇이 탄산음료 셀프바 앞을 지나가던 중 뒤 돌던 손님과 쿵 부딪친 건데요, 하필 저희가 주문한 피자 위에 놓였던 소스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눈치 챈 걸까요. 딜리 플레이트가 당황한 나머지 순간 얼음이 됐다, 사태가 수습되자 쓸쓸히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딜리 플라이트는 아직 3~4살 걸음마를 한참 배우는 아이와 같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목적지를 잘 찾아가는 반면, 이런저런 돌발변수를 맞닥뜨리게 되면 부모를 필요로 하는 아이 같다고 할까요.
하지만 점원들의 일손을 확실히 줄여주는 역할로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딜리 플레이트가 음식을 손님에게 직접 가져다주기 때문에 직원이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직접 음식을 테이블에 놓는 수고도 덜 수 있습니다. 직원들은 남는 시간에 고객 응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딜리 플레이트가 가져다 준 피자를 맛있게 먹고 난 뒤, 지디넷코리아 기자들의 딜리 플레이트 품평이 바로 옆 스타벅스에서 이어졌습니다.
손예술 기자는 “개발자들에게 로봇을 실제 매장에서 실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신기하긴 했는데 생각했던 수준이었던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안희정 기자는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면서 “미숙한 점을 보였지만 시도는 좋은 것 같다. 사람이 방해했을 때 대처능력을 더 기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민선 기자는 “딜리 플레이트가 너무 귀엽고 편리할 것 같다”며 좋은 평을 남겼습니다.
이 밖에 “로봇 청소기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다”, “로봇 디자인이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 나오는 캐릭터 베이맥스를 살짝 닮은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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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은 딜리 플레이트 말고도, 지난해 말부터 이륜차 배달원이 수행하고 있는 임무를 대신할 수 있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이 로봇을 천안의 한 푸드코트에서 첫 테스트 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전단지를 대체하는 배달 중개앱 서비스를 선보였던 우아한형제들이 이제는 배달과 서빙을 대체하는 로봇에도 ‘우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네요. 한 단계 진화한 배달의민족 로봇을 가까운 곳에서 또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이슈가 있는 곳, 화제가 되는 인물을 찾아가는 지디가 간다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