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00위 안의 암호화폐 가운데 우리나라가 만든 코인은 단 한 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개발사 더루프가 주도해 개발하고 있는 아이콘(29위)이 유일하다.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증권시장 시가총액처럼, 해당 업체에 대한 시장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 코인에 대한 세계 암호화폐 시장 평가가 기대만큼 긍정적이지 않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한국이 제2의 인터넷으로 불리는 퍼블릭 블록체인 산업을 주도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업계의 경쟁력 향상 노력과 함께 정부의 발목잡기식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암호화폐 시장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일 아이콘을 빼면 시가총액 100위 안에 토종코인은 찾아볼 수 없다. 200위 권에 이름을 올린 토종코인도 국내 1호 ICO 프로젝트인 보스코인(198위) 하나다.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각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객관적 성과를 측정하는 척도로 삼을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시장 평가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개발·운영되고 있는지, 글로벌 대형 거래소에 상장됐는지 등 프로젝트의 성과를 보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고, 시가총액에 반영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각각 1위, 2위 암호화폐라고 부르는 이유도 시가총액에 따른 것이다.
아이콘도 가시적인 성과가 시가총액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아이콘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해 호환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일명 '인터체인' 프로로젝트다.
지난해 9월 ICO를 진행해 15만 이더(ETH)를 모아, 성공한 ICO로 주목받았다.
지난 1월말에는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메인넷'을 론칭했다. 이후 아이콘 네트워크 위에서 서비스 될 블록체인 앱(Daap·댑) 확보에 공을 들여, 공유경제 플랫폼 '블루웨일', 디지털 광고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 '위블락' 이 이 플랫폼을 선택하게 만드는 성과를 냈다.
아이콘은 바이낸스, 오케이엑스 등 해외 대형 거래소에 먼저 상장되고 빗썸, 업비트 등 국내 대형 거래소 상장에도 성공했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기에도 1 ICX 당 1.2달러(약 1천300원) 가격을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아이콘 재단 김항진 이사는 "시장에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시장이 인정해 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이콘을 제외하면 시가총액 100위안에 드는 토종코인이 없다는 건 ICO 이후에 성과 만들기에 부진했고, 시장의 평가도 냉정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대형 ICO를 성공시키며 주목을 받았던 토종 코인들 중에서도 대형거래소 상장에 애를 먹고 가격 상승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지나친 비판보다 한국 업체들이 잘 할 수 있게 격려할 필요도 있다"고 전제한 후 그럼에도 "국내 블록체인 업계가 서로 협력하는 데 인색하고 다른 업체에서 인력을 빼가고 (아이디어를) 베끼는 등 여러가지 숙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해선 세계 1등을 꿈꾸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부에 역할에 대해서도 "블록체인은 양질의 일자리를 순식간에 만 개 이상 만들 수 있는 산업이다. 정부도 넓은 안목으로 이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 민간에서 뭔가 하려고 하는데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 성공한 ICO를 전수 조사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 이런 것이 결국엔 다 발목을 잡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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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범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글로벌 크립토펀드 GBIC의 이신혜 한국 대표는 "최근 좋은 프로젝트들이 한국에서 많이 나왔는데 이들은 로드맵상 아직 상장할 시기가 안된 경우가 많다"며 "곧 더 많은 한국 프로젝트들이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