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등 통신 환경의 변화에 따라 '네트워크 차등 제공'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망 중립성을 완화하고, 제로레이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사업자(CP)와 통신사 간 제휴를 통해 특정 콘텐츠에 대해서는 데이터 과금을 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CP가 데이터 요금을 이용자 대신 내주기 때문에 '스폰서 요금제'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통신사 자회사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제로레이팅은 규제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래픽 점유율 높은 CP에 차등 서비스 제공 필요"
19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망 중립성의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통신·인터넷의 변화와 망 중립성'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성환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망 중립성 원칙이 현재 3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대형 인터넷 기업이 등장하면서 발생한 양면적 시장 구조를 언급했다. 망이 고도화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온라인 대기업들이 등장했지만, 이용자들은 높은 통신비 부담을 느끼게 됐다는 것.
김성환 교수는 "타 산업에서는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이용료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 일반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이 매우 적은 경우도 있다"며 "신용카드, 유료방송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트래픽 부담도 경제 부담과 마찬가지로 비대칭적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상 스트리밍이 전체 트래픽의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망 이용 대가에 대해 정해진 체계가 없고, 캐시서버 등의 수단을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OTT 업체 넷플릭스를, 국내에서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업계 갈등이 일례다.
결과적으로 OTT가 활성화된 현재, 방송통신사와 경쟁 구동가 형성되면서 이들의 기존 수익 기반이 위태로워졌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용자 후생 관점에서 OTT 활성화는 바람직하지만, 기존에 정립돼 있던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에 대한 수익모델과 정부 규제 체계에 부담을 주게 됐다"며 "기존 규제가 OTT를 포섭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술 중립성이 저해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ISP 망의 일정량 이상을 특정 콘텐츠사업자(CP)가 점유할 경우 이에 대한 속도 지연을 허용하는 등 망 중립성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온라인 대기업은 이미 협상력과 대응력 차원에서 밀리지 않아 망 중립성 보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장기적으로는 대용량 트래픽을 소모하는 CP에 대해 별도 망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제한적 제로레이팅 OK,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NO"
이어 '망 중립성의 적용 : 5G와 제로레이팅'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들의 경제 부담을 덜어준다고 판단했다.
다만 시장지배력 남용을 제어하고, 혁신 서비스 등장을 지원하는 망 중립성의 취지를 감안, 통신사가 자회사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제로레이팅은 규제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경신 교수는 "자회사 대상 제로레이팅은 결국 통신사의 시장지배력을 전이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통신사가 자회사를 우대하지 않더라도 비(非)자회사 CP를 고사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로레이팅은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다"면서도 "독립된 CP와의 제로레이팅이 공정경쟁에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5G 시대를 앞두고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CP에 가해지는 경제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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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슬라이싱이란 물리적으로 한 개 네트워크를 논리적으로 분리된 여러 개의 가상화된 네트워크로 만든 뒤 다양한 서비스에 특화된 전용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박 교수는 "통신사가 CP들로부터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이유로 더 많은 접속료를 징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