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장에서 구매 품목 데이터는 관리하기 까다롭다. 동일한 물품도 구매를 요청하는 사람에 따라 속성 정보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 품목 코드가 중복해서 생기기 쉽다.
품목 데이터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 구매 비용에 대한 분석 자체가 불가능하고 재고 관리에도 어려워진다. 지금까진 사람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정제하는 작업이 필수였다.
품목 관리는 자동화할 수 없을까? 구매분야 공급망관리(SCM) 업체 엠로는 이런 배경에서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품목 관리 솔루션을 개발했다. "90%에 가까운 정확도를 확보했고 AI를 학습시킬수록 정확도가 향상"될 수 있어, 중요하지만 번거로운 품목 관리 업무를 상당부분 자동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로 품목 관리...어떻게 가능한가?
품목 관리가 제대로 된 경우라면 제품명, 브랜드, 색상, 크기 등 속성 별로 품목에 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들어가 있어야 한다. 정리가 안 된 경우엔 각종 속성이 '설명' 한 줄에 뭉쳐있다.
엠로가 개발한 아이템 마스터 데이터는 정리되지 않은 속성 데이터를 속성별로 자동 구분해 주고 동일한 품목인지 확인해 중복된 것은 제거해 줄 수 있다. 그동안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오던 일이다.
엠로 기술연구소 솔루션그룹 김광섭 상무에 따르면 회사는 AI 기반 자연어처리를 통해 이같은 기능을 구현했다.
자연어 처리를 위해 문자 하나하나를 수치화된 백터로 변환시켜 주는 '캐릭터 임베딩' 기술과 이미지에서 유사한 특성을 추출해 인식할 수 있는 '컨볼루션 신경망(CNN)기술을 접목했다. 두가지 기술을 접목해 컴퓨터를 학습시키면, 유사한 문자가 입력된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속성 분류 뿐만 아니라 표준품명을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도록 B-LSTM(Bidirectional Long Short Term Memory) 기술을 사용했다. 품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시켰기 때문에 품목 속성 구분이 가능해진다.
김광섭 상무는 "비정형화된 한글 자연어 처리가 상당히 어려운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솔루션의 데이터 정제 정확도는 90% 수준이다. 아직 사람이 전혀 개입 안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번거로운 작업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엠로 사업기획부분 영업본부장 김기현 상무는 "통상 데이터 표준화 프로젝트를 하면 컨설턴트 여러명이 수개월 간 작업을 하는데 이 툴을 이용하면 초벌 작업은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 특성 상 학습이 데이터가 많아질 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만큼, 향후 성능 향상도 기대된다. 김광섭 상무는 "고객사와 협력해 더 많은 학습 데이터를 확보해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템 마스터 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모델로 판매 목표
엠로는 아이템 마스터 데이터 솔루션을 다양한 모델로 제공할 계획이다.
고객 기업에 데이터 관리 조직이 있는 경우 단독 솔루션을 제공해 데이터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엠로 자회사 중 데이터 관리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인포와이즈를 통해 주기적으로 컨설팅을 받으며 이 솔루션을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아이템 마스터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비스화 하는 방안도 준비중이다. 김기현 상무는 "고객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데이터를 올리면 정제해서 보내주는 서비스 모델도 고려하고 있다"며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이템 마스터 데이터 솔루션 성능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품목 데이터 관리 자동화 기술, 구매 프로세스 곳곳에 적용 가능"
엠로는 이번에 개발한 AI 기반 품목 데이터 관리 자동화 기술이 구매 프로세스 곳곳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기업용 챗봇에 구매 요청 기능을 구현할 수도 있다. 정확한 품목 번호를 몰라도 "삼성 13인치 노트북 흰색으로 구매 요청"이라고 챗봇에 입력하면 해당하는 품목을 찾을 수 있다.
또, 구매 대행사에서 고객사가 요청하는 물품의 품목 코드를 즉각 확인하고 재고가 없는 경우 새로 입고하는 작업도 상당부분 자동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동으로 물품 코드를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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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로는 어느 기술 업체보다 구매 분야에서 AI 활용 저변을 넓히는 데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상무는 "기업이 업무 환경에 AI)을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업(業)에 대한 전문성, 고객에 대한 이해,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라며 "AI기술 자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런 이해 없이는 AI·빅데이터 기술을 고객사 앞에 나열해 놓은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