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D-10] 중소게임사는 한숨...“부작용 우려”

대형게임사 비해 인력 관리에 어려움

디지털경제입력 :2018/06/20 15:21    수정: 2018/06/20 16:43

남혁우, 이도원 기자

중소게임사들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게임 개발의 연속성이 무너져 업무효율과 생산성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형게임사의 업무 환경 개선으로 인해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 동안 중소게임사들은 가족과 같은 분위기의 자율 출퇴근 등으로 핵심 인력 이탈을 막아왔다. 하지만 52시간 체제로 바뀔 경우 이마저도 불가능할 수 있어 대형게임사와의 개발 환경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소게임사들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은 게임의 특성을 무시한 불합리한 정책이라며 날을 세웠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전격 도입하려는 이유는 일과 가정을 양립해 저녁이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 일 분담 등을 통해 업무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소게임사는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픽사베이

■ 대형게임사와 근무 환경 차이...인력 관리 더 어려워

게임업의 특성상 주 52시간 근로제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게임은 단순 제조업과 다르게 개인이 소화해야 할 업무량과 연속성이 존재하고, 서로 협업할 일이 많다.

또한 게임 개발에는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예상치 못한 버그를 수정하거나, 해킹 공격 등을 막기 위해 특정 부서의 인력은 근무 시간을 초과해야 할 수도 있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게임사들은 중복 또는 보조 인력을 운영하기 어렵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게임업계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근로제란 말이 나온 이유다.

대형게임사와의 근로 환경 차이가 더 커져 핵심 인력을 관리하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일부 300인 미만 중소게임사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틀에 맞춰 유연근무제 적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모바일 게임사 대표는 “인력을 충원해 게임 개발에 속도를 내거나 돌발 이슈에 대응한다? 자연 이탈자들의 공백을 채우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임 개발자가 필요할 때마다 뚝딱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라며 “사람을 뽑는다고 1+1=2는 아니다. 1+1=1만 되도 다행이다. 가뜩이나 대형 게임사와 임금 차이가 벌어져 핵심 인력을 잡는 것이 어렵다. 함께 고생해 함께 돈 벌자는 말도 못 꺼내고 있다. 대형게임사와 비교만 하고 노동부에 고발할 뿐이다. 적자 폭이 늘어 투자자들 눈치 보기도 바쁜데 걱정이 더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신규를 뽑는 것도 대안이 아니다. 조그만 한 게임사는 그냥 거쳐 가는 쉼터 정도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개발 노하우를 알려주면 뭐하나. 회사가 안정화 되어도 다들 대형게임사로 이직하는데 열을 올린다. 개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중국산 게임을 들여와 서비스를 해야 할지 갈림길에 섰다”고 하소연했다.

VR 게임 개발사 대표는 “당장 주 52시간 적용 대상이 아니다 보니 아직은 꿈같은 얘기다. 그러나 주변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답답해지더라.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잘 이끌어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빚을 내 직원 월급을 주는 대표 입장에선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인력 줄이고 QA와 모니터링 아웃소싱 검토

오히려 인력을 충원해 일을 분담하기보다 아웃소싱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중소게임사가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QA 테스트와 24시간 모니터링, 캐릭터 일러스트 제작 같은 일을 외부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아웃소싱 결과물을 관리해야 하는 인력을 별도로 둬야 할 수 있어 인력 충원에 대한 부담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게임업계의 특성에는 맞지 않아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게다가 중소게임사의 장점으로 꼽혔던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대형게임사가 적용하고 있는 만큼 중소게임사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수였다.

A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핵심 인력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어)주 52시간 근로제를 미리 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비대상 기업이 해당 근로제를 미리 시행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도 알아보는 상황”이라며 “인력을 늘리기보다 아웃소싱 활용을 늘리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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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한다. 일을 시킨 만큼 근로자에게 돈을 주지 않은 게임사들은 반성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특성을 잘 모르는 상황에 다른 산업과 같은 방식으로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율적 분위기의 근무 환경은 중소게임사의 차별화이자 장점이었다. 그런데 대형게임사가 이러한 장점을 빼앗아 가면 어느 누가 중소게임사에 남아있겠냐. 대형게임사와 중소게임사의 개발 환경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오는 7월 1일 300인 이상 기업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300인 미만은 2년 뒤 적용해야한다. 정부의 바람대로 각 산업의 근로 환경이 개선되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지, 아니면 업계의 우려대로 흘러갈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