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법 PC 소프트웨어 설치율이 32%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와 비교해봤을 때 낮은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불법 소프트웨어의 상업적 가치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BSA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는 ‘2018 글로벌 소프트웨어 조사 보고서’를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7일 발표했다.

BSA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는 애플, IBM, 워크데이 등을 비롯한 많은 IT 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연합체로,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BSA는 2년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조사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날 발표된 BSA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컴퓨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 중 32%가 불법 소프트웨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에 발표한 동일 보고서 수치 대비 3%p 감소한 수치다.
BSA는 IT 시장분석 기관인 IDC와 협력해 전 세계 110여 개 국가, 지역의 소비자, 회사원, CIO 등 총 약 2만 3천 명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개인용 컴퓨터에 설치된 불법 소프트웨어의 양과 가치를 수치화해 이뤄졌다.
BSA 한국지사 김근 대표는 "이번 소프트웨어 조사 대상에 오픈소스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도 정품으로 인정해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PC의 SaaS는 포함한 반면, 서버의 SaaS는 포함하지 않았다”며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점점 서버 베이스로 이동하는 트렌드를 지켜보고 있으며 어떻게 이 결과를 반영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BSA는 전 세계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이 점차 줄고 있다고 발표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은 39%에서 2%p가 줄은 37%로 나타났다.
BSA는 불법 PC 소프트웨어 설치율이 감소한 이유로 PC 출하량 감소와 기업 사용자 비율 증가를 꼽았다. 개인 소비자가 PC보다는 모바일을 많이 사용하면서 기업 사용자 비율이 증가했고, 기업은 소프트웨어 규정을 준수하면서 불법 PC 소프트웨어 설치율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은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율이 42%, 이탈리아는 43%, 브라질은 46%로 나타났다”며 “한국이 이들보다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율이 낮은 이유는 한국 공공기관의 망 분리와 한컴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이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미국은 15%, 일본은 16%, 호주는 18%로 낮은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율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으로 ‘불법 소프트웨어 상업적 가치’를 짚었다. 한국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율이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높은데도 불구하고, 불법 소프트웨어를 금액으로 환산한 '불법 소프트웨어 상업적 가치'는 이들보다 낮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불법 소프트웨어 상업적 가치는 5억 9800만 달러(약 6천 4백억 원)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보다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 비율이 낮은 미국은 86억 1천 2백만 달러(약 9조 2천 36억 원), 일본은 9억 8천 2백만 달러(약 1조 494억 원)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과 불법 소프트웨어 상업적 가치는 같이 가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소프트웨어 성숙도에 따라 달리 나올 수 있다”며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는 굉장히 저평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서는 소프트웨어 정의가 곡해돼 사용된다”며 “한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매우 작고 약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대표는 “예전에는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를 도덕적, 경제적 관점의 문제로 봤는데 이제는 사이버 보안의 문제로 초점이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를 함께 한 IDC에 따르면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과 악성코드 감염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DC는 불법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사거나 설치할 시, 29%의 확률로 악성코드를 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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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A는 “CIO들의 주된 관심사는 불법 소프트웨어와 악성코드의 연관성”이라며 “54%의 CIO들이 보안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소프트웨어가 정품인지 확인한다고 설문조사에 답했다”고 밝혔다. 또 전 세계 기업들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통해 유포되는 악성코드를 해결하는 데 지출한 비용이 연간 3천 590억 달러(약 387조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BSA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 빅토리아 에스피넬 회장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통해 들어오는 악성 코드를 막기 위해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자산관리(SAM)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이버 공격 위험성을 줄이고, 매출 증대 또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