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닥(HDAC), 1300억원어치 사전 채굴 구설수

커뮤니티선 "3개 지갑에 집중…선의피해 우려" 지적

컴퓨팅입력 :2018/05/28 15:45    수정: 2018/05/31 23:09

정대선 대표의 현대BS&C가 발행해 '현대코인'으로도 불리던 에이치닥(HDAC)이 메인넷(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 출시 이전에 사전 채굴된 코인 때문에 논란에 휘말렸다.

베타 테스트 기간 채굴된 코인이 1천300억원 어치에 이를 만큼 과하게 많은데다가, 이 코인이 단 3개 지갑에 저장돼 있고,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까지 남아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실상 무상으로 얻은 대량의 코인이 상장 후 덤핑 물량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선량한 투자자와 채굴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암호화폐 커뮤니티 땡글과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는 에이치닥이 베타 테스트 기간 지나치게 많은 코인을 채굴했고, 부당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링크)이 제기됐다.

게시글은 에이치닥이 지난 3월 공지한 베타 테스터 모집 글에서 제시한 테스트 기간, 테스터 수, 테스트 기간 채굴된 코인의 활용 여부 등이 실제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실제 에이치닥이 지난 3월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베타 테스터 모집 공지글을 보면 테스트 시간은 15시간으로 정해졌다. 테스터 모집인원은 100여 명으로, 참가자에 대한 보상으로 소정의 선물이 주어진다. 테스트 기간 채굴된 토큰은 실제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15시간이라던 테스트 기간은 실제 3월25일부터 5월18일까지 55일로 크게 늘어났다. 또 이 기간 동안 1억4천200만 개 이상의 코인이 채굴됐다. 이런 사실은 현대BS&C 블록체인사업부 담당 부장이 앞서 커뮤니티에서 제기한 사전 채굴관련 질의(☞링크)에 해명(☞링크) 하는 과정에 외부에 알려졌다.

테스트 기간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 에이치닥 측은 "원래 테스트 기간은 3월 27일 오전 9시부터 4월 23일 오후 12시까지였으나 영문 공지글 게시 과정에서 실수로 마감 날짜가 누락돼 15시간으로 보이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커뮤니티가 이 기간 채굴된 코인을 추적한 결과 단 3 지갑 계정에 모든 코인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한 개 지갑에는 3개 블록 채굴에 대한 보상이 들어 갔고 나머지 2개 지갑에 채굴 보상이 집중됐다.

어떻게 100여명의 테스터를 모집했는데, 두 개 지갑 계정에 모든 코인이 들어 있는 지도 의문으로 제기됐다.

에이치닥이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사전 채굴 수량과 내역

더 큰 문제는 에이치닥이 1억4천200만 개에 이르는 코인에 대해 소각할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치닥은 지난 25일 공개한 사전 채굴 현황 발표에서 베타테스트를 통해 채굴된 코인에 대해 "분산화(Decentralization)가 시작된 시점"에 "에이치닥테크와 무관한 자발적인 마이닝 실시"로 채굴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소각 대상 분량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당초 테스터에 채굴한 코인을 준다고 공지한 바 없고, 테스터 기간 중 얼마만큼의 코인을 채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도 없다. 선정된 테스트에 대한 보상은 '작은 선물'이라고만 적시했다. 아무 근거 없이 사전 채굴된 코인인 만큼 소각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베타 테스트를 통해 채굴된 코인은 사실상 채굴 난이도가 0에 가까워 무상으로 얻은 것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코인 상장 이후 대량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공짜로 얻은 것인만큼 시장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도 쉽게 매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자칫하면 시장이 초토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를 최초 제기한 한국이더리움사용자그룹 창설자 정우현 씨(필명 아톰)는 "단 2-3개의 노드만을 물려 놓고 거의 2개월간 총 1억4천200만개나 되는 코인(ICO 가격기준 거의 1천300억원)을 아무런 합의도 없이, 그냥 방치해서 채굴하도록 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전 채굴된 코인에 대한 의혹은 베타테스트 기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에이치닥 개발팀이 프리세일즈 및 토큰발행이벤트(TGE)에서 판매하려고 채굴했다가, 팔지 못하고 남은 잔여분에 대한 처리도 문제로 지적됐다.

에이치닥 측에 따르면 전체 발행 물량 중 전체 7%인 8억4천만 개를 투자자 몫으로 사전 채굴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다 팔리지 못해, 이 중 약 1억5천만 개를 '파운더팀 리워드'로 배정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5년간 년 25%씩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하지만, ICO과정에서 책정된 물량이 다 팔리지 못했을 경우 개발팀이 취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백서나 ICO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이런 사실이 전혀 공지되지 않은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에이치닥은 베타테스트 기간 채굴된 코인과 프리세일즈 잔여분 코인의 처리 방법 등에 대해 오는 30일 구체적으로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닥은 이날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여러 형태로 전해져 오고 있고 이러한 의견들에 대해 스위스 준거법 및 규정 등 다방면으로 심사숙고를 하고 있다"며 "오는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