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 공개를 통한 자금 모집(ICO)에 대해 허용도 금지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IC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적법과 위법 사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법인 테크앤로 구태언 변호사는 최근 한 ICO를 준비하는 기업인 모임에서 "ICO에 정부가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며 자칫하면 위법성을 띄게 될 수 있는 문제를 네 가지 유형으로 제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구 변호사에 따르면 먼저, 해외법인 설립시 설립자금을 신고했는 지 여부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해외 투자는 외화 반출이 수반되기 때문에 외환 당국에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ICO 기업들이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작정하고 과거 ICO 사례를 전수조사하면 외국환거래법 저촉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 변호사는 "(ICO 법인 설립이라는) 이러한 목적의 외환 송금은 (한국은행에서)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이런 절차를 제대로 밟았다면 설립을 못했을 것이다. 외국환거래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ICO를 많이하는 싱가포르 등은 한국 정부가 조세회피처로 지정하고 있어 조세회피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구 변호사에 따르면 암호화폐로 받은 투자금은 현물투자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매출로 회계장부에 기록해야 한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감사보고서에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당시 시장가격으로 환산해 장부에 적은 것과 같은 이치다. 싱가포르는 ICO가 합법화된 나라이므로 회계기준에 맞춰 매출로 장부에 올렸을 것이다.
문제는 법인세가 7% 밖에 안되는 싱가포르를 한국 정부가 조세 회피처로 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법인세는 22%다.
구 변호사는 "세무당국이 국내에서 발생할 매출을 해외로 돌린 것이라고 판단하면, 회피된 세액만큼을 국내 거주자에게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해외에서 모금한 암호화폐는 그나라 법인 소유라, 한국에서 세금납부를 위해 그 돈을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구 변호사는 "한국에 있는 모회사의 세금 납부를 위해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한국에 있는 대주주가) 개인 돈으로라도 조세 납부를 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체납 사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ICO를 자금 모금으로 인정하지 않아 증권법이나 자본시장법은 적용 안되지만, 물건 형태로 투자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
구 변호사에 따르면 백서 내용이 현실성 없거나 구현 능력이 없는 경우 또, 팀 구성원이나 어드바이저(자문)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실제 활동하지 않았을 경우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구 변호사는 "정상적인 프로젝트도 빌미를 잡힐 여지가 있다"며 "인터넷 홈페이지와 백서에 쓰는 내용은 스스로 자기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넷째는 ICO 코인 판매 시 프로젝트 팀의 의도와 다르게 다단계식 판매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고, 이런 경우 유사수신이나 방문판매법 위반에 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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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코인 1억개를 주면 원당 몇명을 모아주겠다는 리셀러가 생길 수 있고 이렇게 한두단계가 추가되면 다단계가 된다.
구 변호사는 "이런 경우 다단계가 아니라는 변명이 안 먹히게 될 것"이라며 "민원이 들어오면 수사시관에선 다단계 업체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