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IT서비스 업계가 '특례업종' 지정을 요청하고 나섰다. 긴급한 버그(프로그램 오류) 수정, 보안 업데이트, 신규 시스템 오픈 등 불가피하게 '몰아치기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업종 특수성을 반영해 달라는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IT서비스산업협회(ITSA)는 지난 12일 협회 이사회를 열고 고용노동부에 'IT서비스 산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포함한 52시간 근무제 대응책을 의결했다.
박진국 ITSA 회장(아이티센 대표)은 이날 이사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정책 적용은 IT서비스 기업에 타격을 주며 넓게는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ITSA는 업계 의견을 정리해서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이달 안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특례업종 지정'을 건의하고, 더불어 유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기재부, 조달청에도 업계 입장과 협조 요청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특례업종으로 지정되면 노사합의가 이뤄진 경우 연장근로 한도(12시간)를 초과해 근로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 5개 업종만 특례업종으로 지정됐다.
특례업종 지정이 어려울 경우 차선책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3개월 단위로 맞춰 지키는 '탄력 근무'를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늘려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사업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 사실상 불가능" 주장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8시간씩 5일 근무가 기본이고, 주 12시간까지 연장 근로가 가능하다. 주말 근무도 이 52시간 안에서 포함 돼야 한다.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주는 현행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IT서비스 업계는 "사업 내용 자체가 근로시간을 고정해 놓고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IT서비스 사업은 운영관리(SM)와 시스템구축(SI)으로 나뉘는데 모두 고정된 근로시간 안에 끝내기 어려운 업무가 많다는 게 이유다.
IT시스템 운영관리(SM) 업무는 장애가 발생하거나 긴급한 보안 패치, 업데이트 진행 등 갑작스럽게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경우 발주업체에서 연장 근로를 해서라도 빨리 끝내달라고 요청하면 근로자들은 거부하기가 어려운데 법정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책임은 일을 시키는 발주자가 아닌 사업 업체가 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SI의 경우 신규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밤샘 근무를 하며 서비스를 완성시키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 있다.
그는 또 "지금처럼 한번씩 대규모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일명 '빅뱅 방식'의 차세대 구축 사업이 지속되는 한,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대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될 경우, 중소중견 IT서비스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소중견 업체의 경우 위법 업체로 낙인 찍히면, 공공 사업 입찰에 제한을 받고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소중견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하면, 이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을 진행하는 대기업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이로인해 IT서비스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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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A 관계자는 "IT서비스 업계의 가장 큰 요구는 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재량권을 달라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도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취지에 공감하고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어떻게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근무시간을 단축할지에 대해선 재량권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