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BOE, 삼성·LG 부진 틈타 광폭 행보

3~4월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3천억원 구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4/12 16:03

박병진 기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달에만 1천억원이 넘는 규모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클린룸과 공장자동화(FA) 설비 전문업체 신성이엔지는 11일 중국 몐양 BOE(Mianyang BOE Optoelectronics Technology Co.,Ltd)와 397억 7천672만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12일 공시했다.

디스플레이 제조장비업체 디엠에스와 에프엔에스테크도 10일 몐양 BOE와 각각 428억 6천546만원, 85억 7천416만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디엠에스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의 16%, 에프엔에스테크는 1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케이피에스(84억원)·엘오티베큠(14억원) 등의 업체도 이번주 BOE와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달에만 BOE가 국내 업체와 맺은 계약 규모는 총 1천11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9일 케이피에스(178억원)·선익시스템(43억원), 15일 에스에프에이(1천533억원), 19일 유니셈(144억원), 28일 HB테크놀러지(426억원), 29일 신성이엔지(216억원)와 맺은 계약을 더하면 BOE가 최근 두달동안 국내 업체와 맺은 계약은 총 3천억원대에 이른다.

(사진=BOE)

■BOE, 삼성D-LGD 1분기 부진 틈타 광폭 행보

BOE의 공격적인 투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부진을 겪는 사이 LCD 시장 주도권을 굳히고 OLED는 추격한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이익을 전년동기(1조3천억원) 대비 크게 줄어든 3천억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6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영업손실은 최대 1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 비중이 적어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에 따른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에 더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의 90%가 LCD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투자증권 정원석 연구원은 "LCD 시장은 사람으로 치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라며 "LCD는 기술 격차도 크지 않고 원가 경쟁력도 떨어진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업체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또 "중국 업체들이 OLED에 투자하는 이유는 정부의 지원 때문"이라며 "기술력은 없지만 일단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때 투자하고 보자는 기조라서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패권을 가져가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BOE의 투자 규모가 LCD와 OLED 모두 가장 크다"며 "이번에 수주하는 장비도 BOE가 신규 투자하는 OLED 공장에 들어가는 장비"라고 전했다.

(사진=BOE)

■국내 장비 업체 '방긋'...호재 될 수도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실적 부진으로 투자를 줄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BOE를 필두로 한 중국발 수요가 국내 장비 업체들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컨설턴트 회사 DSCC(Display Supply Chain Consultants)는 10일 보고서를 발표해 한국 업체들의 디스플레이 투자 금액이 2017년에는 전체 투자액의 42%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12%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중국은 올해 LCD 장비 투자액의 93%·OLED 장비 투자액의 83%를 차지해 총 장비 투자액의 88%를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손꼽힌 업체도 BOE다. DSCC는 BOE가 2018년과 2021년 사이 192억 달러(약 20조 5천363억원)를 투자해 전체 투자액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향후 4년간 투자액 기준 상위 13개 업체 중 중국 업체가 9개가 달해 '디스플레이 굴기'가 현실화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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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내 장비 업체 고위 관계자는 "여전히 국내 대기업과 일을 하고 있지만 경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중국 업체라고 수주를 안 받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와의 비즈니스를 메인으로 해오고 있다"며 "지금 국내 시장만 보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