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사용자의 통화, 문자 내역을 수집해 활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구글의 포괄적인 정보 수집과 불공정 약관이 더 큰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분쟁 발생 시 외산 서비스들은 해당 국가의 법을 적용 받도록 해 국내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구제 받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규제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어려움과 인력난 등을 이유로 외산 서비스 약관을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 구글도 통화내역 수집·저장
28일 기자가 직접 구글, 유튜브 이용약관을 확인한 결과 구글은 사용자의 하드웨어 모델이나 고유 기기 식별자, 전화번호 등 기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이 비난을 받고 있는 전화 로그 정보(전화번호, 발신자 번호, 착신전환 정보, 통화 일시, 통화시간, SMS 라우팅 정보 및 통화 유형)를 수집, 저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들이 어디에 전화를 걸고, 누구와 얼마나 통화하는지 등을 구글이 들여다보고 저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구글은 사용자의 브라우저 또는 구글 계정을 고유하게 식별할 수 있는 쿠키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이용자 약관 동의를 받는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폰의 경우 구글 계정이 사실상 필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약관동의를 거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유튜브, 불공정 소지 엿보이는 약관 수두룩
동영상 서비스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유튜브 약관의 경우도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약관이 많다.
유튜브 서비스 약관에는 “본 약관에 중요한 변경이 있는 경우 그런 변경 내용을 귀하께 통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귀하도 주기적으로 최신 버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이어 “유튜브는 언제든지 독자적인 재량으로 본 약관 및 방침을 수정하거나 개정할 수 있고, 귀하는 그런 수정 또는 개정에 구속될 것에 동의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회사가 언제든 마음대로 약관을 변경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통보를 회사가 사용자에게 하지 않더라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내 대표 모바일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경우 전자상거래 표준약관에 따라 “약관 변경 사항을 시행일자 15일 전부터 사용자에게 공지 또는 통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피치 못하게 사용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할 경우 그 시행일자 30일 전부터 이메일, 카톡 등으로 공지 또는 통지한다”고 적혀 있다.
유튜브의 과도한 면책 조항도 눈에 띈다.
유튜브는 “본 서비스에는 유튜브가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않는 제3자 웹사이트와의 링크도 포함될 수 있다”며 “유튜브는 제3자 웹사이트 콘텐츠, 개인정보 취급방침 및 행위를 통제하지 아니하고 이와 관련해 어떤 책임도지지 않는다...제3자 웹사이트 이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으로부터 유튜브를 면제한다”고 적혀있다.
또한 유튜브는 “유튜브는 귀하 계정의 무단 이용으로 인해 귀하가 입은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는 않지만, 귀하는 그런 무단 이용으로 인해 유튜브 또는 타인이 입은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적혀있다.
계정 도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용자가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는 없지만, 사용자가 피해를 일으켰을 경우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유튜브는 약관 말미에 일반사항으로 “본 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하는 분쟁의 경우 당사자들은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카운티 법원의 대인관할 및 전속 법정지에 동의한다”고 나와 있다.
국내 사용자가 피해를 입었더라도 미국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은 개인정보보호 및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어느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내계정' 기능을 활용해 투명하게 제공하며 사용자들이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명했다.
■ 공정위 “당장 조사 계획 없다”
이에 공정위 약관심사과 측은 사용자에게 동의를 받은 경우라면 사업자가 통화 내역 등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의 통화내역 수집 이슈에 대해 현황 파악에 나선 만큼 이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과도한 정보 수집 약관과 유튜브 약관의 불공정 여부에 대해서는 해외 사업자로서 규제의 어려움, 공정위 약관심사과 인력 한계 등으로 당장 조사할 계획이 없다는 계획이다. 특정 공정위 직원의 경우는 유튜브라는 서비스와 회사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경우 과거 불공정한 면책 조항으로 시정조치를 받은 전례가 있다”면서 “분쟁 시 미국법을 따라야 한다는 약관 조항과 관련해서는 국내법을 적용받도록 하는 방안은 검토해볼 순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 서비스 약관을 조금씩 들여다보고 있지만 인력의 한계 등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약관의 적정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 “정부, 시민단체 무책임 문제...똑똑한 규제 필요”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센터 겸임교수는 “페이스북 통화내역 수집 이슈도 결국 동의만 얻으면 이용자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특성을 활용한 것”이라면서 “페이스북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왓츠앱 등도 이런 안드로이드 특성을 활용해 성장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를 막기 보다는 후발주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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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업자에게 유리한 글로벌 서비스의 약관에 대해 “무책임, 무관심했던 공정위나 방통위에 1차적인 책임이 있고 이에 관심을 갖지 않은 시민단체들도 책임이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섣부른 규제를 할 경우 이미 방대한 정보를 수집한 1등 사업자들의 지위만 공고히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명한 대안이 먼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통화 내역을 가져간 건 결국 구글이 전화번호를 줬기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정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견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