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러나 그 논란과 상관없이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4차산업혁명 시대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찾아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게임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킬러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PC, 웹, 모바일까지 그래왔다. 블록체인에선 어떨까?
이더리움 기반 고양이 캐릭터 수집 게임 '크립토키티'는 블록체인의 킬러 콘텐츠로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주 단순한 형태라 게임성이 좋다고 보긴 어렵다. 이후 많은 유사 게임이 등장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게임 유저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고려하면 어느정도의 그래픽, 상호작용(인터랙션), 반응속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블록체인 위에선 아직 한계가 많다. 네트워크에 들어온 작업 요청(트랜잭션)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수수료가 발생하고 트랜잭션을 최종 확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게임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최근 카카오벤처스(구 케이큐브벤처스)와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에서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은 '코드박스'가 주인공이다.
코드박스는 게임 아이템 거래에 최적화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크립토키티를 통해 입증된 것 처럼 게임이 블록체인 위에 올라가면 아이템 거래나 교환이 주는 재미가 극대화될 것으로 봤다. 또 게임 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아이템 거래 사기'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드박스는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외부 개발 업체들이 참조할 수 있는 레퍼런스용 크립토 게임(암호화폐를 이용한 새로운 게임 장르), 블록체인 기반 게임 아이템 거래소를 모두 만들어 실제 작동하는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보여줄 계획이다.
서광렬 대표는 "게임은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사용자에 가장 빨리 받아들여 지는 산업"이라며 게임을 블록체인 킬러 앱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사람이 게임 아이템 거래 사기 문제로 불편해 하고 있는데 십여 년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블록체인이 결국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기술이니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게임, 블록체인에서 즐기자
"우리는 화이트페이퍼(백서)를 쓰지 않고 실제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는 고품질 게임과 기반 기술을 보여주려고 한다."
서광열 대표는 코드박스의 모토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가 가장 주력해서 개발하고 있는 부분도 플랫폼 역할을 할 블록체인 네트워크 '코드체인'이다.
이더리움 같은 기존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네트워크부터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지금 블록체인 기술이 초기라 블록체인앱(Daap)을 만들려고 해도 현재 나와 있는 기술만 가지고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더리움은 트랜잭션 한번에 수수료가 5천원씩 나온다. 또 거래가 확정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꽤 길다. 크립토키티가 그렇게 단순한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더리움 위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데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코드박스는 "지금 나와 있는 모바일 게임을 블록체인 위에 올렸을 때 어색하지 않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코드 체인'을 개발 중이다.
코드박스는 '고크립토봇'이라는 레퍼런스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러닝 게임으로 캐릭터가 달리면서 코인을 먹고, 먹은 코인을 수집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플레이어 대결(PVP)을 넣어 상호작용(인터랙션)도 가능케할 생각이다.
회사는 초당 트랜잭션 수(TPS)와 거래 확정 속도를 가장 중요한 성능 지표로 보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TPS는 사용자가 몰려도 네트워크가 느려지지 않고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하다. 거래 확정은 더 이상 결과가 뒤바뀌지 않는다고 보장해 주는 작업으로, 확정이 빨리 되지 않으면 획득한 아이템을 사라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서 대표는 "TPS 1000회 이상, 거래 확정 속도 3~4초 이내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드박스는 4월 이더리움에서 작동하는 '고크립토봇' 게임 데모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더리움의 한계는 우회해서 게임을 설계하고 있다. 6월엔 코드체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고크립토봇도 정식 소개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코드체인으로 제대로 된 크립토게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게임 아이템 거래 사기 블록체인 위에선 사라진다
코드박스의 또 다른 목표는 "누구든지 코드체인 위에서 아이템 거래소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하자"다. 게임 아이템 거래소가 블록체인 위로 올라오면, 십수 년간 지속돼 온 '아이템 거래 사기'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이템은 게임 상에 존재하는데 아이템 거래는 외부 거래소에서 주고받기 때문에 (판매 사기의 경우) 돈은 받아 놓고 아이템을 안 주거나 (구매 사기인 경우) 반대로 아이템을 줬는데 돈을 못 받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게임 내 거래소 기능을 넣는 것도 게임사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아이템 거래 기능이 들어가는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아 사용자 확보에 제한이 된다.
코드박스는 게임 아이템이 블록체인 위에 존재하고 역시 블록체인 위에 있는 외부 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게임 아이템의 실제 교환은 게임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게임사가 자사 아이템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서 관리해야 외부 거래소 이용으로 인한 사기를 막을 수 있다. 또 거래 기능을 외부로 빼, 게임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지 않게 할 수 있다.
게임유저, 게임사, 거래소 모두에게 득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 질것으로 코드박스는 기대하고 있다.
서 대표는 "이렇게 되면 게임 유저 입장에선 거래와 대금결제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사기 위험이 없어진다. 또, 아이템 거래가 성사됐을 때 게임사와 거래소가 모두 수수료를 나누어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로 이 모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플랫폼 위에 재미있는 게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게임 아이템의 가치가 생기고 거래도 이뤄질 수 있다.
서 대표는 "사실 기술이 먼저는 아니다. 우리가 게임을 제작하는 이유도 데모의 목적도 있지만 크립토게임이 가능성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크립토게임은 아이템 거래가 더 큰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크립토봇에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고 거래소를 통해 팔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능성을 보고 인디나 중소 게임 개발사들이 참여하고 플랫폼이 커져야 대형 게임사도 참여를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본다. 처음부터 대형 게임사가 자기 아이템 거래를 우리 플랫폼에서 하겠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코드박스는 플랫폼이 완성되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풀어나갈 계획이다.
■코드박스 수익 모델은?
코드박스 수익 모델은 네트워크 사용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서광열 대표는 "게임사가 게임 아이템을 발행하거나 유저 A가 B한테 아이템을 주는 등의 거래가 발생했을 때 블록체인에 이를 기록해야 한다"며 "기록할 때 일정부분 수수료를 내는데 그것이 우리 수익이된다"고 설명했다.
서광열 대표는 또 "망 사용 수수료는 유저가 아닌 게임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유저는 기존 처럼 게임을 즐기면 된다. 게임사는 전에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었던 아이템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인센티브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노드는 코드박스와 게임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프라이빗(폐쇄형) 블록체인'형태로 구성할 생각이다.
서 대표는 "우리는 게임 산업에 특화된 문제를 풀고 있기 때문에 일반 유저가 풀노드로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와 아이템을 맡긴 게임사들이 참여해서 망을 구축한 후 우리가 여기 있는 아이템을 임의로 조작하지 않는 다는 것을 게임사가 검증할 수 있으면 이 망은 비즈니스 망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코드박스는 왜 ICO를 하지 않았을까.
코드박스는 지난달 케이큐브벤처스와 두나무에서 시드(seed) 라운드 투자를 받았다.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큰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VC투자를 고집한 이유는 뭘까.
서 대표는 "엔지니어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인 만큼 화이트페이퍼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모바일 게임 및 웹브라우저 기술 개발 벤처 컴퍼니100라는 회사 출신이다. 이 회사의 초창기 모바일액션 RPG 게임 '버디러시'는 2011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또 웹킷 웹브라우저 엔진을 활용한 솔루션 사업도 10년 가까이 해왔다.
서 대표는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먼저 보고 사업을 구상한 회사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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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당시 개발자가 10명도 안됐기 때문에 굳이 ICO를 해서 몇 백억을 모을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모든 엔지니어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고 싶어 한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구나'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