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주총시즌 막 올라…삼성·LG·SK 화두는?

주주가치 제고·투명 경영체제 강화 등 키워드

디지털경제입력 :2018/03/13 09:00    수정: 2018/03/13 09:18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올해엔 대기업들이 계열사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집중되는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를 자제하면서 전자 업계 주총도 예년보다는 분산·진행될 예정이다.

주총 분산개최는 주총 활성화와 소액주주의 주주권 보호 등을 위한 일환이다. 주총 날짜가 한 날에 몰리면 여러 상장사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의 참여율이 낮아지게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주관으로 주총 자율 분산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다.

주요 전자 기업들의 주총 날짜를 살펴보면 이번 주부터 LG그룹 전자계열사들을 시작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다음 주, SK하이닉스가 이달 마지막째 주에 주주총회를 연다. 지난해에는 3월 셋째 주에 LG 그룹이, 3월 넷째 주에는 삼성과 SK 계열사가 주총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 슈퍼 주총 데이는 오는 23·29·30일로 분류됐다. LG, SK 측 전자 업체들이 대부분 이 날짜를 피했으며 삼성 계열사의 경우 23일에 주주총회를 연다. 이에 회사 측은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를 통해 '주총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공시했다.

이들 기업들의 주총 주요 키워드는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체제 투명성 강화'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들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액면분할, 전문 경영인을 사외 이사로 영입하고 이사회 중심의 다양한 경영 활동에 나서는 등 대외 정책을 강화할 예정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 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 계열사는 오는 23일 일제히 주총을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신임 이사진 선임과 이사 보수한도 조정, 주식 액면분할 등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은 사외 이사와 사내 이사가 각각 1명씩 늘어나면서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된다. 사내 이사에는 김기남 다바이스 솔루션(DS)부문장 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장 사장, 이상훈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 등 4명이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이상훈 전 사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사외 이사에는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 후임으로,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가 새롭게 선임될 예정이다. 김종훈 회장과 김선욱 교수는 각각 외국계 기업 대표, 여성 전문가로 삼성전자 사외이사로선 이례적이다.

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을 확정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한 주당 가격이 높아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배당 혜택 증가를 비롯해 투자자 저변 확대, 유동선 증대 효과 등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기업가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기주총에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도 업계의 관심사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초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후 삼성 경영 복귀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을 해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지배 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한편,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를 끝으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권 회장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서한을 통해 "기업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개선이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사회의 다양성 제고 등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지금이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을 할 때라고 믿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같은 날 삼성전기는 강남구 엘타워에서 주총을 실시하고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을 사내 이사로 재선임한다. 삼성전기의 허강헌 중앙연구소장과 이병준 경영지원실장도 사내 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삼성SDI는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주총을 열고 권영노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다룰 예정이다.

LG그룹은 오는 15일과 16일에 주총 일정을 분산했다. 오는 15일에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각각 경기도 파주 사업장과 서울시 중구 LG서울역빌딩에서 주총을 연다. LG디스플레이는 한상범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한편, 서울대 공대 이병호 교수를 사외 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다음 날인 16일에는 LG전자와 LG화학이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주총을 연다. LG전자는 2년의 임기를 채운 조성진 부회장의 재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조 부회장은 2016년 연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번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승인되면 2021년까지 회사를 이끌게 된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인 최준근 전 한국휴렛팩커드 대표이사도 재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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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이사의 보수 한도를 60억원에서 9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보통주에 대해 주당 400원, 우선주는 450원을 배당하는 안건도 논의한다. 보수 한도 상향 조정은 임원들의 성과급 지급기준이 변경되면서 임원 보수가 더 많이 지급될 가능성이 있어 한도를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사내·사외 이사를 각 한 명씩 선임하고 이사 보수한도 관련 안건을 다룬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8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박성욱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사외 이사로는 송호근 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와 조현재 광주대 초빙교수,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등을 신규 선임한다.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안건도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