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로 엿보는 카메라 업계 생존 전략

"폰카에 빠진 소비자 발길 돌려야 산다"

홈&모바일입력 :2018/03/06 06:00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카메라 업체가 참여하는 최대 규모 사진 전시회, CP+ 2018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듀얼 렌즈, 듀얼 조리개 등으로 시시각각 격차를 좁혀오는 스마트폰을 따돌리기 위한 각 제조사들의 신제품과 신기술 등이 대거 등장해 주목된다.

CIPA 주관으로 지난 1일 개막한 CP+ 2018 행사장 전경. (사진=독자 제공)

■ 조명 반사각을 자동으로?

스트로브(플래시)는 전통적인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다. 고휘도 LED를 조명으로 활용하는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풍부하고 다양한 각도로 빛을 비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반사각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캐논 스피드라이트 470EX-AI. (사진=독자 제공)

그러나 스트로브를 처음 쓰는 초보자들은 스트로브를 어떤 방향으로 어느 각도에서 반사시켜야 할지 몰라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는다. 붕 뜨거나 색감이 틀어지지 않은 그럴싸한 사진을 단 몇 번만에 얻기란 어렵다.

캐논이 공개한 신제품, 스피드라이트 470EX-AI는 이런 초보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기능을 담았다. 이 제품을 카메라에 장착하고 반셔터를 누르면 위로는 120도, 좌우로 180도까지 자동으로 조절해 그림자가 지지 않는 반사각을 만들어 준다.'AI 바운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능에는 일정한 제약도 있다. 2014년 6월 이전에 나온 캐논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 혹은 보급형 DSLR 카메라에서는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 사진은 카메라로, 스마트폰은 거들 뿐

카메라에 사진 전송을 위한 와이파이가 탑재된 것은 2012년 이후 일반적인 추세다. 그러나 LTE나 와이파이 접속을 끊고 카메라 내장 와이파이에 연결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2016년 니콘이 공개한 스냅브리지 기술은 이런 문제를 블루투스 스마트 기술로 해결했다. 전용 앱을 띄운 스마트폰으로 200만 화소급 사진이 몇 초만에 자동으로 전송한다. 스마트폰이 카메라에서 단순히 사진을 올리는 도구로 바뀌는 것이다.

니콘이 처음 선보인 이 기술은 2017년 하반기 이후 출시된 다른 회사 카메라에도 적용되고 있다. 캐논은 기존 사진 공유용 앱인 '카메라 커넥트'에 흡사한 기능을 추가했다.

사진 전송 기능을 갖춘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E-PL9. (사진=올림푸스)

올림푸스도 최근 공개한 미러리스 카메라, E-PL9에 전용 앱인 O.I.쉐어와 블루투스를 이용한 사진 전송 기능을 추가했다. 다만 니콘 스냅브리지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보내고 싶은 사진을 미리 선택해야 한다.

■ 이유있는 DSLR 가격 파괴

카메라 판매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비싼 가격을 들 수 있다. 출고가만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스마트폰에 카메라까지 구입할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단가를 최대한 절감한 캐논 DSLR 카메라, EOS 4000D. (사진=캐논)

캐논이 CP+ 2018을 앞두고 유럽 등지에 공개한 EOS 4000D는 이런 소비자들을 겨냥해 가격을 크게 내렸다. 렌즈를 제외한 본체 기준 정가는 약 42만원이다. 국내 판매 여부는 미정이지만 지금까지 캐논이 출시한 DSLR 카메라 중 최저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가격 파괴'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기존 출시 카메라의 각종 부품과 기능을 재활용해 단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1천800만 화소 센서는 9년 전 나온 EOS 7D에서, LCD 모니터는 2011년을 기점으로 사라진 EOS 1100D에서 가져왔다. 화상처리엔진은 4년 전 나온 디직4+다. 본체 재질도 플라스틱이다.

이런 초저가 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소비자를 일정한 틀에 가두기 위함이다. 일단 한 회사의 카메라에 익숙해지면 각종 버튼이나 메뉴, 조작 방법이 전혀 다른 타사 카메라로 넘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 "스마트폰으로 사진의 재미 느끼면 카메라로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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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카메라 제조사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단체인 CIPA(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출하된 전체 카메라 대수는 2천497만 대로 2016년 2천385만 대에 비해 3.3% 늘었다. 그러나 CIPA는 이런 증가세에 대해 "2016년 쿠마모토 지진으로 위축되었던 생산량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으로 평가했다.

CIPA가 내놓은 올해 카메라 시장 전망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스마트폰'이다. 2월 1일자 전망에서 CIPA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의 재미에 눈떠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 없는 사진을 찍으려는 수요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