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파트 전기차 충전시설에 사용료 부과

"충전소 관리 비용" vs "차라리 구청 시설 이용"

카테크입력 :2018/02/01 17:42    수정: 2018/02/06 13:45

경기도 수원시 호매실동에 거주하는 볼트 EV 예비 오너 K씨는 최근 자신이 거주하는 수원 H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 규정을 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충전 외 사용료를 월 3만원씩 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K씨는 “왜 3만원을 별도로 내야 하는지 아파트 측에 물어봤는데 단순히 그냥 유지, 관리비 목적”이라며 “우리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유지 및 관리는 환경부에서 2년동안 모두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별도 사용료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디넷코리아는 K씨의 이야기를 듣고 1일 오전 H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방문했다.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피앤이시스템즈가 지난해 6월 만든 32A 7kW 충전기 7대가 설치됐다. 이 충전기는 전기차 오너들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완속충전 케이블을 연결해야 충전이 가능한 구조다.

충전기 작동은 어떨까. 화면을 터치하니, ‘시작 버튼을 눌러 주세요’ 메시지를 담긴 안내 화면이 등장했다. 전체적인 무리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충전기 상단에 먼지가 가득 쌓였고, 충전기 뒤편에는 가연성과 불가연성 쓰레기를 모아두는 함이 배치됐다. 충전소 7면 중 한 곳은 검은색 일반 차량이 주차됐다.

H아파트는 전기차 충전소 주변 벽면에 사용 안내문을 부착했다.

이 안내문에는 별도로 전기차 충전 가능 시간이 표기됐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정한 규칙이다.

H아파트는 ‘충전 공간 만차 시 선 주차된 차량에 대한 이동 순서’ 규칙도 마련했다. 이동 순서 1순위는 ‘충전하지 않고 주차된 전기차’며, 2순위는 일반 차량, 3순위는 충전 중인 전기차다. 충전 공간이 만차일 경우,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 오너들이 협조를 구할 때 마련된 규칙이다.

H아파트는 안내문에 전기차 사용을 위한 시설 이용료 표기를 하지 않았다.

지디넷코리아 취재결과, 해당 아파트 내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를 쓰려면 우선 관리사무소 측에 신청을 거쳐야 한다. 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으면 최장 5시간 완속충전이 가능하다. 관리사무소는 충전기 사용 신청자를 대상으로 월 사용료 3만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기 사용을 위해 시설 사용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경우는 수원시 H아파트가 거의 유일하다. 이 아파트는 세대당 2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할 경우, 추가로 1대당 1만원을 받는다.

H아파트 입주자회의 대표는 “아파트 내에서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관리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월 사용료 3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각 아파트 동 대표와 합의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기의 문제가 생길 경우,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아닌 충전기 제조 또는 관리 업체 또는 기관이 나선다. 한국전력은 아파트 단지 내 충전기 고장이 생길 경우, 직접 관리 인력을 출동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수원 H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소 사용안내문 (사진=지디넷코리아)
H아파트 충전기 사용 안내문에는 다른 아파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충전기 사용 시간 규정이 마련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 입주자회의 대표는 K씨와의 대화에서 3만원 부과의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전기차 이용자 입장에서 충전시설 별도 사용료 3만원 부과가 불합리하게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전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입주민의 입장에서는 증가되는 시설물로 인한 공동관리비의 증가가 불만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월 사용료 확보로 아파트 전체로써는 유용한 시설 확보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전기차 충전기를 더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입주자회의 대표는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등록된 전기차가 없기에 추가 증설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현행법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 규칙은 외부에서 간섭할 수 없다. 만일 전기차를 보유한 아파트 거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에 항의할 경우,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분쟁조정위원회 신청을 거쳐야 한다.

입주자회의 대표는 “결코 이 사항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가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그는 전기차 충전 시간 제한 설정에 대해 “우리 아파트 전체 주차 가능면수는 1천50대 수준인데 아파트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무려 1천500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K씨는 “차량을 가지고 오면 차라리 우리 아파트에서 충전하는 것보다 근처에 위치한 한국전력 충전기나 권선구청 충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며 아파트의 운영방침에 대해 불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