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장 거래소가 폐쇄돼도, 모든 현금과 코인을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못하는 거래소는 문제 있는 거래소다."
업비트가 '전자지갑을 지원하지 않는 코인은 실제 코인 없이 장부상 거래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해명하고 나섰다.
최근 만난 김형년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부사장은 "사실 모든 코인이 입출금 할 수 있어야 맞다"며 서비스 미흡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는 121 종의 코인이 상장돼 있다. 그중 전자지갑을 지원하는 코인은 20여 개뿐이다. 전자지갑은 다른 거래소의 지갑으로 코인을 옮기거나 원화로 출금할 수 있게 해준다. 지갑이 없는 코인에 대해선 이런 기능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코인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김 부사장은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를 풀어 냈다. '업비트가 입출금 기능 없이 코인을 상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사용자 코인을 100%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업비트 입출금 기능 없이 코인 상장한 이유....'서버 다운 막기 위해'
김형년 부사장은 "트래픽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출금 기능 없이 일단 거래를 오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인 상장과 서버 다운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김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2일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비트코인캐시(BCC)' 사태'에서 업비트의 대처 방법을 알면 이해가 갈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BCC 가격이 하루 280% 올랐다. 경쟁 거래소에서 당시에 포털 메인에 BCC 광고하면서 이 코인 가격이 최고 기록을 세우며 올라갔다. 코인 가격이 오르니까 업비트에도 사람이 마구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광고를 올렸던 거래소는 서버가 마비된 상태였다. 우리 제휴사인 비트렉스도 서버가 마비될 것 같은 징후가 보였다. 일단 트래픽을 분산하자고 생각했다. 긴급하게 입출금 지원 없이 BCC를 원화 시장에 상장시켰다. 이렇게 트래픽이 두개로 분산되니까, 비트렉스도 살고 우리도 살았다. 이날 거래소 중 우리만 서버가 죽지 않았다."
업비트 사이트에는 원화 시장(KRW-코인 거래), BTC시장(비트코인-코인 거래), ETH시장(이더리움-코인 거래), USDT시장(USDT-코인 거래) 시장이 있다. 이 중에 원화 시장만 업비트가 직접 서버 운영을 맡고 있다. 나머지는 비트렉스가 서버를 운영한다.
BTC 시장에 상장된 BCC 거래가 폭주해 비트렉스 서버에 문제가 발생하자, 긴급하게 원화 시장에 BCC를 상장시켜 거래 수요를 분산시키고 그 트래픽을 업비트에서 처리해 버린 것이다.
양사는 한국에서 비트렉스 거래를 업비트가 대신해 준다는 제휴계약을 맺었다. 사용자 입장에선 업비트를 통해 가입한 것이기 때문에 '서버를 비트렉스에서 운영한다'는 얘긴 통하지 않는다. BTC 시장, ETH 시장, USDT 시장이 거래 폭주로 마비되면, 성난 고객들의 항의가 업비트로 빗발치는 상황이다.
김 부사장은 이런 이유로 "기본적으로 거래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트래픽을 분산시키기 위해 일단 원화시장에 상장하고 그다음 입출금 지갑을 오픈하자고 한 것"이라 설명했다.
입출금 지갑을 만들려면 "누가 얼마를 가지고 있다는 원장(서버안에 기록으로 남아 있음)에 인터페이스를 달고, 입출금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작업이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문제는 BCC 사태처럼 트래픽을 긴급하게 분산시켜야 하는 경우가 계속 생겼다는 데 있다. 비트렉스와 제휴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코인이 많다는 점이 기본적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았고, BCC 사태로 업비트 서버만 죽지 않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더 많은 사용자가 몰려왔다고 한다.
"계속 서버를 늘리고 늘려도 한도 끝도 없어서, 아마존(AWS)에 있는 서버를 다 긁어 썼는데 못 받을 정도로 늘어나는데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우리의 지난 넉 달은 생존을 위한 넉 달이었다"고 규정하며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코인을 거래시키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 입출금 기능 없이 무리하게 상장한 게 절대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모든 코인은 '예탁결제원'격인 보관용 월렛에 있다"
사실 김 부사장이 기자와 만나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은행과 거래소 비즈니스의 차이에 관한 설명이다. "은행은 고객의 돈을 맡아주고, 자산을 굴려서 거기서 나온 이익을 주는 방식이만 업비트 거래소는 증권사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고객이 현금과 코인을 입금하고 거래하는 데 중개를 할 뿐"이며 "거래소는 모든 고객의 자산을 100% 보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이 시간부로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해도 모든 현금과 모든 코인을 사람들한테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 전자지갑이 없는 코인은 어디에 있다는 걸까? 업비트는 어떻게 고객의 모든 코인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걸까?
이 궁금증을 풀려면, 사용자가 코인을 입출금 하는 데 사용하는 입출금 지갑과 별개로, 거래소가 코인을 보관하는 보관용 지갑이 따로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입출금 지갑은 보유하고 있는 코인을 옮기거나 법정화폐로 출금할 때 필요하다. 이 지갑을 지원하지 않는 코인은 다른 코인으로 바꿔야만 이런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선 불편하고 코인을 바꾸는 과정에서 가치가 변할 수 있다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입출금 지갑이 없다고 거래소에 해당 코인이 없는 건 아니다. 주식시장으로 따지면 예탁결제원의 역할을 하는 보관용 지갑에 고객의 모든 코인이 보관돼 있다. 보관용 지갑은 '키파일'이라는 일종의 열쇠를 가지고 출금할 수 있는데, 업비트는 키파일을 멀티 시그(multi-sig)라는 보안 방식으로 보관하고 있다.
멀티 시그는 지갑의 열쇠를 여러개 만들어 신뢰할 수 있는 관계자들이 나눠가지고, 지갑을 열고 싶으면 두 사람 이상의 키를 모두 가져와야 열리도록 한 키파일 보관 방식이다. 키를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이 해킹을 당해도 그 키만 가지고는 지갑을 열수 없는 구조라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김형년 부사장은 "우리와 비트렉스, 그리고 위탁한 제3의 업체가 키를 나눠가졌다"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코인 보유에 대한 의혹이 일자, 최근 세 개업체가 키를 모아서 실제 보관용 지갑을 열고 코인 보유 숫자를 스냅샷으로 남겼다. 또, 회계사무소를 통해 보관용 지갑에 있는 코인과 거래 원장에 있는 코인을 비교해, 코인 종류별 수량까지 100% 일치한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놨다.
김 부사장은 "이런 상황을 설명해도 아무도 이해 못 해주고 되레 '왜 키를 외국에 줬냐'고만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빠르게 모든 입출금 지갑 지원하려 노력하고 있는 중..."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신규 가입이 막히면서 트래픽 처리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다행히 입출금 지갑 생성에 속도가 붙었다.
김 부사장은 "언제 서버가 터질지 모르는 상태는 벗어났다"며 "이제 지갑을 빠르게 오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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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한 번에 모든 지갑을 오픈할 순 없는 상황이다. 입출금이 갑자기 많아지면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 수수료가 갑자기 크게 오르고, 네트워크 자체가 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마지막으로 "서버가 날아가면(다운되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지금도 회사 핵심 멤버들은 잠을 못 잔다. 그럼에도 입출금이 거래와 같이 오픈돼 있어야 하는 게 맞지만 이해를 구하기 위해 우리의 히스토리를 설명드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