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새로운 태스크포스(TF)팀을 출범하고 96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프로젝트 코드명은 '파르테논(Parthenon)'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인사를 통해 자사 미래기술연구원에 파르테논 TF를 신설했다. 이 팀을 이끄는 임원은 미래기술연구원 낸드 코어TF의 주축이었던 박성계 전무다.
SK하이닉스는 96단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지난 4월 개발 완료된 72단 제품도 연말 시장에 본격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향후 낸드 분야 강자인 도시바에 적극 투자해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낸드 기술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 96단 프로젝트 명(名)은 '파르테논'
SK하이닉스는 96단 제품을 내년 하반기까지 개발 완료한다는 목표다.
96단은 3D 낸드 기술 중 가장 높은 단수(段數)다. 전작인 72단 대비 단위 칩 크기 당 저장용량이 30% 정도 향상될 것이라는 게 특장점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48단을 두 개 이어붙이는 '더블태스킹(Double-Tasking)' 방식으로 96단 제품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메모리 개발 프로젝트마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96단 낸드 개발 프로젝트명은 파르테논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난 36단은 '포세이돈(Poseidon)', 48단은 '제우스(Zeus)'였고, 4월에 개발한 72단 제품의 프로젝트명은 '헤라클레스(Heracles)'였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이번 96단 낸드 제품 개발 프로젝트엔 인물명이 아닌 유적지 이름을 붙여 주목된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파르테논 신전은 안정된 비례와 웅장함으로 유명한 그리스의 유적"이라면서 "단수를 100단 가까이 올리는 가운데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파르테논 TF를 이끌게 된 박성계 전무는 SK하이닉스 내부에서 '나노미터(nm) 박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 학사와 카이스트 전자공학 박사인 박 전무는 지난 2012년 초소형 낸드를 개발한 공로로 철탑산업훈장을 수여받았다.
■ 72단 제품 공급도 가속…'낸드 2위' 도시바 투자도 지속
SK하이닉스는 96단 개발 시작과 함께 72단 제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해 낸드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56기가비트(Gb) 트리플레벨셀(TLC) 3D 낸드를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며 "이어 512Gb 제품도 곧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전체 낸드 시장에서 3D 낸드 비중이 연말께 2D 제품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 매출액은 141억7천200만 달러(약 15조7천억원)를 기록, 직전 분기 대비 20% 증가했다. 또 낸드 시장 규모는 스마트폰 활용도 증가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성장으로 오는 2021년이면 500억 달러(약 55조6천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일본 도시바 등도 이 추세에 발맞춰 3D낸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SK하이닉스로선 개발 완료된 72단 제품을 최대한 많이 공급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도시바는 지난 상반기에 협력사인 웨스턴디지털(WD)과 협력해 96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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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K하이닉스는 도시바의 낸드 경쟁력을 높이 사 이 회사의 반도체 사업 인수를 위한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에 참여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TMC)에 투자를 지속해 내년 3월 매각 작업이 완료될 시 도시바와 낸드 기술을 협력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도시바가 지난 3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WD와 마이크론의 뒤를 이어 5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