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아일랜드를 통해 과세액을 대폭 줄이던 ‘더블 아이리시 정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얼마나 세금을 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12일(현지시간) 각국 광고 매출을 아일랜드에 있는 국제본부로 보내던 방식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역 사무소가 있을 경우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겠단 의미다.
그 동안 페이스북은 미국 이외에서 벌어들인 광고 매출은 전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있는 국제본부로 보냈다. 아일랜드는 전 세계에서 법인세 혜택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이런 전략을 사용한 것은 페이스북 뿐만이 아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압박으로 아일랜드에서 17조원에 이르는 추가 세금을 납부한 애플 역시 ‘더블 아이리시’ 정책을 적극 활용해 왔다.
특히 애플은 일단 아일랜드로 매출을 보낸 뒤 과세 대상이 아닌 페이퍼 컴퍼니로 다시 이전하는 방식을 사용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 2019년부터 전세계 30여개국서 적용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은 아일랜드 국제 본부로 집계하던 광고 매출을 각국 지사로 분할 계산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9년 여름부터 새로운 정책을 전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데이비드 워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역에서 광고 판매하는 구조로 바꿀 경우 전 세계 정부와 정책 당국자들에게 좀 더 투명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페이스북이 지사를 운영하는 전 세계30개국에서 적용된다. 페이스북은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10개 국가에서 지역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지사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정책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달라진 조치로 페이스북이 어느 정도 세금을 내게 될까?
한국에선 그 동안 정확한 납세액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다만 영국 사례를 통해 추론해볼 순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해부터 영국에서 현지 기준에 따라 광고 매출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2014년 영국에 낸 세금이 4천327파운드(약 630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게 계기가 됐다.
결국 페이스북은 지난 해 영국에서 광고 매출을 현지 기준대로 적용했다. 이렇게 해서 페이스북이 지난 해 영국에서 낸 세금은 총 510만 파운드(약 74억원)였다. 이 같은 세금 규모는 전년인 2015년에 비해 21% 가량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 30개국에서 ‘더블 아이리시’ 정책을 포기할 경우 페이스북의 세금 납부액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OECD, 내년부터 온라인 매출 예상 과세액 공개할듯
그럼에도 여전히 페이스북이 적정한 세금을 납부할 지는 미지수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해 영국에서 74억원을 웃도는 세금을 납부한 뒤에도 엄청난 비판에 휘말렸다. 같은 기간 매출이 8억4천200만 파운드(약 1조2천250억원)로 네 배 가량 늘어났음에도 세금 납부액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이번 조치가 페이스북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과세 관행에 불만을 갖고 있는 유럽연합(EU)을 만족시킬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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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디지털 기업은 자국내에서 올린 매출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내년부터 온라인 판매와 연계된 매출에 대해선 예상 과세액을 공개하는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페이스북의 이번 발표는 이런 여러 조치들과 맞물리면서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