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단행된 LG전자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바로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MC사업본부장 교체다.
LG전자는 이날 2018년 임원인사를 통해 MC사업본부장을 조준호 사장에서 황정환 부사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조 전 본부장은 LG인화원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초 조 전 사장의 교체 여부는 모바일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과연 지난해 1조2천억원을 까먹고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문의 본부장을 LG가 그대로 끌고 갈 수 있느냐는 데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엇갈렸다. 밖에서는 조 사장이 오랫동안 그룹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았고 경영전략을 짜던 위상을 감안하면 한번의 기회를 더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번에 황정환 단말사업부장(전무)에게 스마트폰 사업의 바통을 넘기면서 쇄신을 선택했다. G3 이후 LG 스마트폰 사업의 불씨를 살리고자 2014년 11월 MC사업본부장에 취임했던 조 사장의 도전은 결국 3년 만에 미완으로 끝나게 된 셈이다.
그만큼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그룹 내에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위기의식이 높다는 반증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해 총 1조2천5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지난 3분기까지 누적적자 규모는 5천억원으로 적자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연간 매출 60조원에, 영업이익 2조5천억원 정도의 실적이 예상되는 LG전자 입장에서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MC사업본부의 적자 규모를 줄이고 사업의 지속성을 끌고 가야 한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MC사업본부를 맡은 황 부사장의 어깨는 그만큼 무겁게 됐다.
주목할 점은 황 부사장이 전임 조준호 사장과는 달리 기술 출신 경영인이라는 점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인사에서 '세탁기 신화'의 일등 공신인 조성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시키면서 회사 CEO를 맡긴 바 있다. MC사업본부 책임자가 부사장급으로 급이 한단계 낮아지긴 했지만 이번엔 스마트폰 사업 수장에 'OLED TV 신화' 주역을 앉힌 셈이다.
LG전자가 실적 반등이 가장 시급한 MC사업본부에 기술을 잘 아는 기술 경영인을 앞세워 스마트폰 사업의 부흥을 꾀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가전 사업의 '성공 DNA'를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는 모바일 사업에도 이식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는 기본 제품력을 인정 받는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을 얻지 못하면 중저가 시장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정으로 향후 LG 스마트폰의 새로운 변신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황 신임 MC사업본부장은 세계 최초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의 개발 주역이다. 또 지난 6월 조직개편 당시 본부장 직속 기구로 신설된 단말사업부장(전무)을 줄곧 맡아왔다. 이전까지 HE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TV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전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멀티미디어연구소장, 소프트웨어플랫폼연구소장 등을 맡은 바 있다.
황 부사장은 또 이번에 신설되는 융복합사업 개발 센터장도 겸임한다. 용복합 센터는 CEO 직속으로 운영되며 스마트폰, TV, 자동차 부품 등 각 사업본부의 제품을 연결하는 한편, 인공지능, IoT 등 전사 차원에서 융복합을 추진할 수 있는 분야를 통합하는 기능을 맡는다. 그만큼 황 부사장의 회사 내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적지 않아 스마트폰 사업의 융복합화에 박차를 가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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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업계 관계자는 "LG가 결국 조준호 사장을 OLED 사업을 맡았던 기술 전문인으로 교체했다는 것은 새로운 쇄신을 통해 시장의 모멘텀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며 "북미에 이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시장 공략 등 새로운 시장 확대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LG전자 사장 3명, 부사장 8명, 전무 16명, 상무 40명 등 총 67명을 승진시키는 2018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