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컨츄리’가 글로벌하게 사는 방식

[이균성 칼럼] 김대환 GEVAN 의장 스토리

데스크 칼럼입력 :2017/11/22 17:31    수정: 2018/11/16 11:24

김대환 '글로벌 EV 어소시에이션 네트워크' 의장은 ‘강원도 컨츄리’입니다. 그는 국제전기차엑스포 위원장이기도 하지요. ‘강원도 컨츄리’라는 표현은 그가 직접 쓰는 말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강원도 촌놈()’ 정도 되겠네요. 지금은 제주도에 삽니다. 섬에 산 지 30년이 넘었다고 하네요. 제주도 사람이 다된 것이지요. 촌과 섬에 어울리지 않게 살아가는 그의 ‘글로벌 살이’를 공유하려 합니다.

크든 작든 IT 분야 기업들의 꿈은 글로벌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오너로서의 온갖 지위를 내려놓고 유럽 시장을 뚫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그들은 왜 글로벌을 꿈꿀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의 성장성을 높이고 기업가로서의 보람을 갖고자 하는 까닭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는 게 만만치 않다는 현실이겠지요.

김 위원장의 ‘글로벌 살이’는 세계 시장을 고민하는 국내 IT 기업인들에게 역발상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개 글로벌로 가기 위해서는 ‘언어 장벽’을 반드시 넘어야 하고 아이템이 ‘우주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지요. 실제로 그게 장벽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꼭 그 길밖에 없는 걸까요. 언어가 약하고 아이템이 소박하면 글로벌을 꿈꿔서는 안 되는 걸까요.

김대환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 (사진=지디넷코리아)

그의 ‘글로벌 살이’를 보면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는 강원도 컨츄리답게 외국어가 신통치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세계 십 수 개 나라의 쟁쟁한 전기차 업체들이 모인 협의회에서 의장을 맞고 있지요. 직접 제조업을 하지도 않으면서요. 전기차는 ‘우주적 아이템’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처음부터 전기차 아이템을 콕 집어 선정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출발은 가파도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가파도는 마라도와 멀지 않게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섬입니다. 같은 제주도 남단 섬이지만 대개 마라도는 알고 가파도는 모릅니다. 마라도는 국토 최남단이라는 정체성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파도는 안타깝게도 최남단의 수식어를 달 수 없었던 것이죠. 주위 사람들과 모여 가파도를 알릴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게 그의 ‘글로벌 살이’ 출발입니다.

섬이어서 햇볕과 바람이 많기 때문에 그들이 찾아낸 답안은 ‘친환경’이었습니다. 신통찮은() 영어로 그는 ‘카본 프리 아이슬란드(carbon free island)'라고 표현합니다.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고민이 제주도 전체로 확산됩니다. 친환경 에너지로 친환경 자동차 즉 순수 전기차만 다니는 도시. 이 꿈을 향한 사업 가운데 하나가 매년 봄에 열리는 국제전기차엑스포지요.

내년이면 5회째인 이 엑스포는 40억 원 규모로 급성장 중입니다. 미국의 소비자가전전시회인 CES나 스페인의 통신전시회인 MWC 그리고 세계적인 자동차 전시회에 비하면 아직 작은 규모입니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 엑스포로는 세계 유일한 것이면서 최대 규모입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의 경우 한국 법인을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 설립할 만큼 이 엑스포에 의미를 부여할 정도죠.

세계 시장에 전기차를 팔기 위해서는 제주도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과 엑스포의 꿈입니다. 2030년까지 도내 약 40만대의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대체하고 제주도 전역을 완벽한 테스트 베드로 만들겠다는 비전입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이 제주도라는 겁니다. 김 위원장과 엑스포와 제주도의 이 멋드러진 꿈과 비전이 반드시 성사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글로벌 살이’에서 두 가지를 생각해봅니다. 아이템이 비록 우주적이지 않고 로컬한 것이라 해도 절실함을 담으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은 세계 모든 인류가 비슷한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순수하고 절실하게 노력하느냐가 문제겠지요. 그 노력을 다하면 같이 불편한 자들이 모일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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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과 연대의 가치도 중요해보입니다. 따지고 보면 혼자하고 독식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남보다 조금 먼저 갈 수는 있겠지만 혼자 가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하겠지요. 세상에는 절실하게 바꿔야 하는 그 문제에 대해 뜻을 같이 하는 자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중요한 것은 그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시너지를 내느냐겠지요. 엑스포가 전기차 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핵심 이유가 그겁니다.

미래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같이 만들자는 대의를 위해 뭉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들 ‘새로운 에너지’(김 위원장 표현)는 미래를 위해 뻗어가는 존재들이지만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에 비하면 아직 작아서 힘을 합해 기득권 세력인 전통 업체들과 맞서야 하기 때문이죠. 제주 남단 작은 섬 가파도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자는 생각이 이렇게까지 발전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