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평균 54세...'세대교체' 원칙 속 쇄신

후속 조직개편-사업TF 인적구성 촉각

디지털경제입력 :2017/11/16 15:07    수정: 2017/11/16 21:07

삼성전자가 보름이 넘는 장고 끝에 부사장 27명을 포함해 모두 221명에 달하는 임원 승진 인사를 16일 단행하면서 '2018년 정기인사'를 마무리했다.

지난달 31일 DS(디바이스솔루션)-CE(소비자가전)-IM(IT·모바일) 등 3개 사업부문장(CEO) 교체 인사 이후 16일, 이달 2일 50대 사장단을 전진 배치한지 14일만이다.

그동안 임원 인사가 미뤄진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이 분분했지만 최고 정점의 실적과 총수 부재-미래전략실 해체 등 사업과 경영 여건의 희비가 엇갈리는 비상한 시점인 점을 감안하면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이라 삼성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미래 먹거리 사업의 기회를 찾는 동시에 세대 교체와 성과주의를 통한 경영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원칙하에 쇄신 인사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미래 사업을 위힌 후속 조직 개편과 정현호 전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이 맡게 된 사업지원 TF의 구성이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지원 TF는 향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각 전자계열사 간 전략과 신사업 추진, 재무 등 주요 연결고리를 들여다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이날 단행된 임원 인사는 앞서 진행된 사장단 인사의 안정적인 '세대교체'와 능력과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라는 인사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평가다. 또 부사장 승진 규모가 역대 최고치인 27명에 달하면서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확대했다. 외국인과 여성 인재를 대거 승진시킨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사옥 (사진=삼성 뉴스룸)

이날 부사장 승진자들 중 40대 '젊은 피'로는 디지인경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돈태 부사장(49세), DS 법무지원팀장인 안덕호 부사장(49세)이 꼽힌다. 이밖에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장 남석우 부사장(51세), S.LSI사업부 센서제품개발팀장 박용인 부사장(53세)이 50대 초반대를 형성한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4.0세다.

앞서 지난달 권오현 부회장(65세)을 비롯해 윤부근 사장(64세), 신종균 사장(61세) 등은 각각 김기남 사장(59세), 김현석 사장(56세), 고동진 사장(56세) 등 후배 CEO들에게 사업부문장 자리를 물려주면서 세대교체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단행된 7명의 사장단 인사에서도 50대 사장들이 대거 등용됐다. 이들 사장단의 평균 나이는 56.2세다.

또한 14일 공시된 삼성전자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사회봉사단을 이끌던 윤주화 사장(64세), 장원기 중국전략협력실장(62세),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60세), 김종호 글로벌품질혁신실장(60세), 정칠희 종합기술원장 사장(60세) 등 5명의 사장급 임원도 의원면직 처리되면서 이같은 세대교체 기조를 확인했다.

재계 관계자는 "'60대 퇴진 룰'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염두에 두고 세대교체 키워드가 대세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 같은 기류가 삼성 그룹의 다른 계열사 내지는 여타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221명의 임원 및 마스터(Master) 승진자를 발표하면서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도 재확인했다. 이는 2013년 연말 인사에서 227명을 승진시킨 이래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2014년엔 165명(2015년도), 2015년엔 135명(2016년도) 등 승진자가 200명을 넘지 못했다. 작년 연말엔 국정농단 사태로 인사를 건너뛰었다.

이같은 성과주의 인사는 올해 사상 최대실적을 낸 조직의 성과를 격려하고 최근 2년간의 인사 공백에 따른 적체를 해소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낸 DS부문에서 역대 최대인 99명이 승진해 전체 승진자 비율 중 44.7%를 차지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 이날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27명 중 12명이 DS 부문에서 나왔다. 부사장 승진이 2015년 18명, 2016년 12명, 올해 5월 11명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기술과 고객 중심 사업인 DS부문은 사상 최대 실적의 밑바탕이 된 R&D 분야에서 승진 임원의 50% 이상을 배출했다. 모두 9명이 나온 외국인 승진자 중에서도 DS 영업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미주총괄 메모리마케팅담당인 제임스 엘리엇 상무, 구주총괄을 맡는 반도체법인장 더못 라이언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여성 신임 임원도 7명이나 새롭게 기용됐다. 이중 DS 부문에서 3명, 생활 가전 부문에서 2명이 나왔다. 삼성종합기술원 장은주 마스터가 여성 최초로 기술직 최고위직인 펠로(전무급 연구원)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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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측은 "사상 최고 실적을 낸 DS 부문 승진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부사장 승진폭을 확대해 향후 사업 책임자로 활용한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고 전했다.

2018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한 삼성전자는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