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외치던 SAP, ABAP 생태계 안고 간다

컴퓨팅입력 :2017/11/16 07:31

[바르셀로나(스페인)=김우용 기자] SAP 전용 개발언어인 ABAP.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 수많은 혁신 속에서 ABAP은 홀로 SAP ERP 세계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었다. SAP조차 ABAP을 외치지 않던 시간이었다. 혁신의 바람 속에서 500만 ABAP 개발자는 소외돼왔다. 그러던 SAP가 ABAP 생태계를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SAP는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테크에드 바르셀로나 2017’ 행사에서 ABAP 생태계도 SAP 클라우드 플랫폼의 혁신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SAP는 이같은 내용의 전략을 ‘ABAP IN SAP 클라우드 플랫폼’이라 명명했다. 지난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테크에드 라스베이거스 2017’ 컨퍼런스에서 처음 나왔다.

비요른 게르케 SAP 클라우드플랫폼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비요른 게르케 SAP 클라우드플랫폼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SAP 클라우드 플랫폼은 개방형 표준을 통해 자바, 노드JS, 자바스크립트, HTML, 스칼라, 스위프트 등의 대중적 개발언어를 지원하는데, 한가지 빠진 부분이 있다”며 “지난 20년간 성장해온 700만명의 개발자 커뮤니티”라고 지칭하며 ‘ABAP IN SAP 클라우드 플랫폼’을 발표했다.

앞으로 ABAP 기반 애플리케이션은 SAP S/4 HANA에 통합될 수 있고, 나아가 SAP 클라우드 플랫폼과 결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SAP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최신 기술 역량을 ABAP 기반 애플리케이션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머신러닝, 블록체인, IoT 등을 기존 ABAP 기반 코드에 활용할 수 있다.

비요른 게르케 CTO는 기조연설에서 ABAP 코드에 SAP 클라우드 플랫폼에 추가된 이미지 범주화 서비스 API를 연동하는 시나리오를 직접 시연했다.

ABAP은 SAP ERP 시스템을 커스터마이징하기 위해 사용돼왔다. 오로지 SAP ERP 환경에서만 쓰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독특한 위치로 존재해왔다. SAP는 ‘SAP비즈니스 스위트 7’부터 ABAP 대신 자바를 활용해 SAP ERP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SAP의 최신 UI 플랫폼인 ‘피오리’도 ABAP을 몰라도 되도록 했다.

SAP ERP에 고립된 ABAP이지만, 수많은 SAP ERP 고객이 있기 때문에 위세는 작지 않다. 소프트웨어 패키지 업체에서 클라우드 플랫폼 회사로 변모하려는 SAP는 ABAP이란 기존 생태계를 버리느냐, 안고 가느냐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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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는 혁신을 팔고 싶어 한다. 그런데 결국 SAP의 혁신을 구매하는 곳은 기존 SAP 고객사다. ABAP 생태계를 어떻게든 혁신의 세계에 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ABAP IN SAP 클라우드 플랫폼은 현재 랩프리뷰 단계다. SAP는 내년 ‘ABAP IN SAP 클라우드 플랫폼’의 정식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ABAP 생태계를 SAP 클라우드 플랫폼의 앱센터에 통합하기로 로드맵을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