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일몰을 앞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관련 업계가 촉각을 세우며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학계도 의견이 나뉘었다.
유료방송이 공정성과 객관성에 기여하기 위해 합산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산업적으로 봤을 때 자유경쟁을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맞섰다.
한국언론정보학회가 8일 주최한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의 법적 문제점'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최우정 계명대학교 교수는 합산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산업적인 관점보다는 방송의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사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규제로 유료방송과 특수 관계자의 점유율 합계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3년 전 한시법으로 도입돼 내년 6월 효력이 상실될 예정이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 등 KT그룹은 합산규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케이블TV사업자들은 현재 3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KT그룹이 유료방송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며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최 교수는 "방송은 일반적인 사업이 단순히 영리 추구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속성을 갖고 있다"며 "방송은 일반 국민들이 각종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사적이나 공적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교수는 "방송법의 목적이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에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단순한 정책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여론형성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정당성의 문제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교수는 "유료방송의 현실적인 상황을 볼 때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에 대한 전제조건이 이뤄져 있는가 고민하면, 합산규제가 폐지될 시 대규모 자본에 의해 시장잠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균형 있는 지역발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합산규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상규 호서대학교 교수도 합산규제가 폐지되면 1위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져 편성 등에서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규제가 합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과연 합산규제가 유료방송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 방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점유율 상한선을 40%이상 늘려 KT가 숨 쉴 공간을 우선 마련해주고, 현재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 사업자와 2위 사업자간 점유율 차이가 큰데 후발사업자가 커진 후에 규제를 다시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한국과학기술대 교수는 2015년 6월 합산규제에 대한 조항이 신설된 이후 3년동안 정부가 일몰 후를 대비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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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교수는 "합산규제를 지키는 명분으로 지역채널이 언급되지만, 혁신하지 않는 유료방송 사업자를 지켜줄 필요가 없다"며 "규제를 풀어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음, 부작용이 발생하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일몰이 시행되더라도 그에따른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며 "인위적으로 시장점유율을 규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이해관계자들 사이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 국가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