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에 ZFS 맘껏 쓰는 날이 올까

컴퓨팅입력 :2017/10/27 15:24

오라클 직원이 한 행사서 ZFS를 리눅스 주류 파일시스템으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ZFS는 그간 오픈소스 라이선스 충돌 문제로 리눅스에 적용하지 못했는데, 오라클 조직 안에서 ZFS 라이선스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오라클 스토리지 아키텍트 마크 메이비는 오픈ZFS디벨로퍼서밋에서 "ZFS 파일시스템을 리눅스의 퍼스트클래스 파일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ZFS는 광범위하게 사용할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며 "ZFS가 리눅스의 추가요소(add-on part)가 아닌 핵심 요소(core part)가 되도록 오라클 내부에서 일이 벌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ZFS는 솔라리스 운영체제를 위해 만들어진 파일시스템이다 여러 파일시스템 가운데 성능과 가용성, 보안성, 확장성 등에서 가장 선진적인 기술로 여겨진다. 고성능, 스냅샷, 카피온라이트, 로버스트 에러 교정 등이 특징이다.

ZFS는 오픈소스임에도 라이선스 문제로 리눅스에서 쓰기 힘들었다. ZFS는 CDDLv1 라이선스를 따르는데, 이 라이선스가 리눅스의 GPLv2와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리눅스 커뮤니티에서 ZFS와 유사한 btrfs 파일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캐노니컬이 우분투 16.04를 출시하면서 오픈ZFS를 우분투 기반 컨테이너의 파일시스템으로 쓸 수 있도록 했었다. 이때도 자유소프트웨어 진영에서 라이선스 충돌 문제를 제기했었다. 당시 캐노니컬은 우분투에 쓰이는 오픈ZFS는 커널과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모듈로, 일종의 주변장치 드라이버처럼 취급할 수 있어 GPLv2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법적 분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라이선스 충돌 문제는 남아있다.

리눅스에서 ZFS를 자유롭게 쓰게 되려면 ZFS 저작권을 보유한 오라클의 라이선스 조항 변경이 필요하다. 오라클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며 ZFS 소유권을 확보했는데, 솔라리스와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에 집중할 뿐 리눅스 활용을 위한 별다른 변경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라클이 리눅스 친화적으로 ZFS를 바꾼다면, 오라클 리눅스 배포판에 ZFS를 올리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오라클이 리눅스의 ZFS 사용에 미온적인 이유는 스토리지 사업과 솔라리스 사업과 관련된다. 오라클은 썬 인수후 ZFS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를 주요 사업으로 삼았고, 스팍 기반 엔지니어드시스템에서도 ZFS의 강점을 독점하고 있다.

만약 오라클 리눅스에 ZFS를 이식하기로 결정하면, 기존 스토리지 사업과 스팍 엔지니어드시스템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마크 메이비 아키텍트의 공개적 발언은 최근 오라클에서 보이는 일련의 행보 때문에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오라클은 올해 솔라리스 운영체제의 개발모델을 지속적개발/지속적통합(CI/CD) 모델로 변경했다. 주기적인 솔라리스 버전업데이트는 앞으로 없고, 수시로 기능과 버그가 수정된다. 솔라리스 개발 인력을 축소하기도 했다.

스토리지 하드웨어 판매에 대한 관심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썬 인수 후 컨퍼런스콜 때마다 하드웨어 사업의 가망성을 강조하던 오라클의 핵심 임원진은 최근 3년 사이 클라우드 서비스만 강조하고 있다.

관련기사

요약하면, 솔라리스에 대한 투자 축소, 하드웨어 사업 비중 감소 등으로 ZFS에 대한 지적재산권에 집착할 동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ZFS는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반 기술로 작동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는게 투자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리눅스 사용자들은 역사상 최고의 파일시스템이라 평가받는 ZFS를 쓰지 못하는 걸 아쉽게 생각해왔다. 캐노니컬이 작년부터 ZFS를 위한 도전적 행보를 보이고 있고, 오라클 내부적으로도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ZFS 라이선스 변경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