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강자 韓, '시스템반도체' 전략은?

삼성 "파운드리 선두 진입" SK "기술 고도화"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10/23 11:38    수정: 2017/10/24 12:46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곧 사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업체들이 비메모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내후년 이후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내년 이후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반도체 시장은 지속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가 비메모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1천200만화소 듀얼픽셀 모바일 이미지센서(CIS). (사진=삼성전자)

'메모리는 지는 해'…시장, 파운드리에 주목

IHS마킷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 매출은 올해와 내년에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IHS마킷이 조사한 5개년 시장 매출(전망)에 따르면 메모리 시장은 ▲2016년 820억 달러(확정) ▲2017년 1천239억 달러 ▲2018년 1천321억 달러 ▲2019년 1천206억 달러 ▲2020년 1천17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시장은 올해 4천153억 달러에서 오는 2021년 4천757억 달러로 상승할 전망이다.

IHS마킷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3.3%에서 올해 29.8%, 내년에는 30.2%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2021년엔 25.7%로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와 달리 사물과 사람을 인지하고 제어하는 데이터 처리 장치다. 주요 제품으론 모바일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이미지센서(CIS) 등이 언급된다.

또 설계 업체(팹리스)로부터 도면을 받아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방식으로 양산된다는 점이 시스템 반도체의 특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김기남 사장이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최신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술력으로 파운드리 판 새로 짠다

최근 들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이 주목받으면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는 파운드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이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상무) 역시 지난달 26일 "메모리 호황으로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주도 중인 국내 업체들이 이제 시스템 반도체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업계에 시스템 반도체로의 사업 방향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선두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를 바짝 추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글로벌 파운드리 단독 2위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로 미세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8일 8나노 파운드리 공정(8LPP)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8LPP은 삼성전자의 첨단 파운드리 로드맵상 극자외선(EUV)이 처음으로 도입될 7나노의 직전 공정이다.

미세공정화는 현재 반도체 업계의 최고 관심사다. 숫자가 작을수록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작아진 반도체 칩으로 성능은 뛰어나면서도 가볍고 작은 제품을 제작할 수 있고, 모바일·네트워크·서버·가상화폐 채굴 등에 필요한 고성능 프로세서에 적합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0나노 핀펫 공정 양산을 전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이 회사는 올해 경기도 화성에 신설한 S3라인을 통해 차세대 미세공정 수요에 발맞출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 출범식에서 김준호 사장(우측에서 일곱번째)과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좌측에서 일곱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전략은?…'선택과 집중'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이 12인치(300㎜) 웨이퍼 공정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는 8인치(200mm) 웨이퍼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짰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최적화된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주력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어서다.

8인치 웨이퍼는 소규모 주문에 적합하다. 업계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으로 쓰임새가 넓어지면서 지난해 전 세계 200㎜ 반도체 공장의 가동률은 90%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SK하이닉스가 향후 많은 중소규모 업체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100% 출자해 설립한 시스템아이씨는 8인치 파운드리 시장에서 성장성과 연속성이 높은 분야를 선택해 기술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빠른 시간 내에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로부터 양도 받은 M8 팹을 기반으로 기술 난이도가 높은 분야로 진출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반도체업체(IDM)를 넘어 파운드리 사업까지 품겠다는 목표다.

김준호 시스템아이씨 최고경영자(CEO)는 "공정과 기술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을 다변화해 수익성 기반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200mm 파운드리 업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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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는 대만 TSMC(50.6%)로 기록됐다. 2~4위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9.6%), 대만 UMC(8.1%), 삼성전자(7.9%) 순이었고, SK하이닉스는 27위에 머물렀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기술 유출 우려와 메모리 반도체 성장세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에 몰두하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투자를 높이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앞으로는 사물을 인지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위상이 더 높아져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