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 워드파일 형식 'ODT'가 한국 공공부문 주요 포맷으로 도입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일부 중앙정부부처가 HWP 대신 ODT 파일로 공문서 원문을 작성, 보존하게 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HWP 포맷처럼 일부 상용SW에 종속된 수단으로 공적 기록을 생산, 보존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문제제기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관련기사] 현 정부의 공문서 ODT 포맷 도입 움직임은 이런 비판을 일정부분 수용한 측면이 있다.
ODT는 '리브레오피스'나 '오픈오피스'같은 오픈소스 오피스 프로그램에서 다룰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용 파일 포맷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오피스의 DOCX나 한컴오피스 HWP에 대응한다.
정부는 개방형 포맷 기반 공문서 생산이 확산되면 공공기관의 특정 소프트웨어(SW) 업체 종속성 문제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공공기록의 보존성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7일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중앙정부부처 21곳과 지방자치단체 5곳이 내년 3월까지 부처통합 행정문서관리시스템 '온-나라 문서2.0 시스템'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옛 정부통합전산센터)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온나라시스템은 공공기관 실무자의 문서기반 업무관리 및 전자결재 시스템이다. 기관 26곳의 클라우드로의 전환 계획은 앞서 기관별로 운영되던 개별 전산환경을 이관해 클라우드로 통합하고 그간 미비했던 정보공유 및 협업 지원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추진된다.
행안부 정보공개정책과 설명에 따르면 클라우드로 전환되는 온나라시스템은 범정부 자료공유 기반을 마련하고 사용자와 기간관 의사소통으로 협업을 지원할뿐아니라, 특정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는 웹표준 환경으로 전환된다.
이제까지 기관별 온나라시스템용 문서편집 프로그램은 실무자 개인별로 지급된 PC의 상용 소프트웨어(SW)였다. 담당자가 업무용 PC에 설치된 상용SW로 HWP 포맷 공문을 작성하고, 문서 결재를 받기 위해 온나라시스템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클라우드 기반 온나라시스템은 공문서를 처음부터 웹기반 온라인 문서편집 프로그램으로 작성하는 환경이 된다. 이를 도입하는 기관은 다양한 OS와 브라우저를 지원하며 국제표준인 ODT 또는 널리 통용되는 PDF 파일로 문서를 생산, 보존하는 기술로 문서를 작성하게 된다.
행안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온나라2.0 시스템의 3차 고도화사업 착수보고회를 최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었다. 현장에는 21개 중앙부처와 5개 지자체 실무자 및 기업의 사업관계자가 70여명이 참석했다. 사업 추진방향과 일정이 공유됐고 관련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행안부·소방청 먼저 클라우드 전환…내년 3월까지 21개 부처·5개 지자체 도입
고도화사업 참여 중앙부처는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감사원 ▲국가보훈처 ▲법제처 ▲인사혁신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일부 ▲중소벤처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기상청 ▲통계청 ▲병무청 ▲산림청 ▲문화재청 ▲새만금개발청, 21곳이다. 고도화사업 참여 지자체는 ▲울산광역시 ▲충청북도 ▲포천시 ▲안동시 ▲예산군, 5곳이다.
행안부가 밝힌 고도화사업 전환 목표 시점은 내년 3월이다. 그때까지 위 21개 중앙정부부처의 PC기반 HWP 문서작성 중심 공문서 생산과 결재 환경이 웹 및 클라우드 기반의 ODT 문서작성 및 결재, 보관, 유통 환경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나머지 정부부처로의 확산 적용 시점은 각 기관별 상황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정작 이 고도화사업 현황 소식을 전한 행안부가 위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행안부는 이미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존 국민안전처에서 최근 분리 신설된 소방청도 마찬가지다.
행안부는 신규 생산 문서뿐아니라 과거 10년간 자체 서버에 보관했던 문서까지 클라우드에 보존하기 위해 이관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와 달리 소방청은 신규 생산 문서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한편 과거 생산 문서를 국민안전처 서버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행안부 측은 "소방청과 같이 과거 생산된 문서를 기존 서버에 놔둘 경우, 사용자들이 이관되지 않은 과거 문서를 조회하려 할 때 추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소속과 부서 이동이 빈번한 담당자와 조직 입장에선 과거 문서 이관작업까지 모두 해 주길 희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도화사업을 통해 과거 생산된 문서가 클라우드에 통합되더라도 그 형식은 여전히 HWP 포맷으로 보존된다. HWP 포맷 원문이 클라우드에 이관될 때 ODT 포맷으로 바뀌진 않는다. 클라우드 이관은 단지 파일을 담는 '그릇'을 바꾸는 작업에 해당한다.
■"HWP 대신 ODT 포맷 사용은 기안 문서 한정"
이 사업을 '수십개 정부 부처가 HWP 포맷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향후 그런 방향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겠지만, 당장 그런 변화를 기대할만한 상황은 아니란 얘기다.
클라우드 및 웹 환경에서 HWP 대신 ODT 표준 포맷으로 생산, 유통되는 문서는 '기안 원문'에 해당하는 유형에 한정된다. 기안 원문이란, 새 환경에서도 문서 생산번호를 부여받고 담당자 및 관료들의 서명과 '관인'이 담기는 공문서를 가리킨다.
공문서의 '붙임' 문서용 포맷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붙임은 기안의 상세 내용, 사업계획이나 근거자료로 첨부되는 문서다. HWP를 비롯한 다른 워드, 프리젠테이션, 스프레드시트 등 문서도 계속 사용될 것이란 얘기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외부 데이터와 참고자료를 인용해 붙임 문서로 쓰는 경우가 많다. 붙임 문서를 자체 생산할 수도 있지만, 그 작업 자체는 여전히 담당 공무원 PC에 설치된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용SW 업체의 문서작성 프로그램에 의존한다. 모든 행정업무 환경에서 이 방식을 당장 웹기반 문서편집 방식으로 전환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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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측은 "행정기관 전산환경이 (통합된) 클라우드로 가고 데이터도 공유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행정기관 대부분의 업무용 문서나 보고서 및 자료가 사용자PC에 저장돼 있어, 당장 (붙임문서 작성같은 나머지 영역으로) 상용SW 자체를 전부 바꿔 쓰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온나라시스템이 PC기반 문서시스템을 상용SW 설치 환경으로 사용했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선 그렇게 쓰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기안 원문 생산방식을 웹 환경으로 표준화한 것"이라며 "가급적 (상호운용성이 보장되는) 표준 쪽으로 바뀌어가기 위한 방향일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