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IT 시장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13년 소프트웨어(SW) 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이 제도가 도입된 뒤 대기업이 공공IT 시장에서 배제되면 오히려 정부 발주 대형 프로젝트가 줄고 시장이 침체되는 역효과를 가져온 만큼,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촉진을 위한 신산업 육성 및 교육’ 토론회에선 SW산업 규제와 관련해 대기업의 공공SI 시장 참여제한이 화두로 떠올랐다. 토론회는 국민의당 신용현, 이동섭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주관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KAIST 경영대학 이병태 교수는 SW산업 진흥법개정 이후 상황을 "기관차 없는 열차의 비극"이라고 빗대며 "SW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공공IT시장) 신규 프로젝트가 절반으로 줄었다. (대기업이 빠지니) 대형 프로젝트를 발굴할 능력이 없어진 것이다.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공공IT 사업에서 신규개발과 유지보수 사업의 비율이 2013년엔 64%대 36%였지만, 지난해에는 26%대 74%로 뒤바꼈다는 SW정책연구소 조사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또 SI 업의 본질이 "프로젝트의 위험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본다며 "이 역할을 대기업들이 잘 하는데 대기업은 시장에 못들어오게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공IT사업에서 대기업이 없어진 후, 발주 공공기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달청 정신성 정보기술용역과장은 "과거 대기업과 개발한 정부 시스템을 해외 수출하고 싶어도 공공시장 참여제한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 과장은 "관세, 특허, 출입국 관리 시스템 등 훌륭한 정부 시스템이 많다. 조달청 나라장터도 한해 20여 개 국가에서 벤치마킹하러 찾아온다. 문제는 이 시스템들을 개발한 업체가 대기업들이라 공공시장에서 퇴출됐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을 해외로 가져가 확산시켜줄 사업자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기업 참여제한 대상 기업인 LG CNS의 정운열 공공사업 담당 상무도 참석했다.
정 상무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대중소기업이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으로 페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로 변화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그는 이어 "정부 예산형 사업 말고, 투자가 필요한 사업은 민간 투자형으로 진행되면 급격한 기술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도 말했다.
SW사업에 수익형 민자사업(BTO) 또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이 도입되면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참여해 최신기술을 적용한 대형 프로젝트를 발굴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상무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가 합심해서 시장을 만들어내고 이 것을 가지고 글로벌로 나갈 수 있게 해주면 4차산업혁명시대 앞서가는 대한민국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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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업체를 대변하는 IT서비스산업협회의 채효근 전무는 "SW산업진흥법이 세계에서 유일한 진흥규제"라고 지적하며 보다 강하게 폐지 주장을 펼쳤다.
채 전무는 "SW진흥법 개정 이후 효과에 대한 분석을 안하고 있는데 국가 정보화사업이 후행된 느낌"이라며 "(공공IT사업이) 세금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