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하만 인수 이후 최대 규모의 펀드를 14일 조성했다. 펀드의 이름은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다. 펀드 규모는 3억달러(약 3천397억).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분야의 기술 확보를 위해 운영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전장사업팀 신설 이후로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보다는 커넥티드카 관련 사업 강화에 전념해왔다. 이를 위해 BMW 7시리즈에 삼성전자 기술의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탑재시켰고,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16’에서는 AXA(악사), 에릭슨, IBM, 히어(HERE), AT&T와의 ‘커넥티드 오토’ 협력 체계를 갖추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는 커넥티드카에만 한정됐던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 영역을 자율주행차까 넓힐 수 있다는 평가다.
■아우디와의 협업 강화 기대
삼성전자는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통해 아우디와의 협업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삼성전자가 오스트리아에 위치한 ADAS 플랫폼 회사 티티테크(TTTech) 투자와 연관됐기 때문이다. 티티테크는 삼성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 전략 투자 첫 번째 회사인데 신형 아우디 A8에 부분 자율주행 플랫폼(zFAS)을 공급한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아우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자체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11월 23일부터 아우디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반도체 협력 프로그램 ‘PSCP(Progressive Semiconductor Program)’에 참여 이후 약 2년만이다. 해당 프로세서가 탑재된 차량은 향후 3년 내 출시될 예정이다.
아우디는 삼성전자의 티티테크 투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투자가 앞으로 양사간 협업 강화에 원동력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알레한드로 부코티치 아우디 AG 자율주행 담당 부사장은 삼성전자 영문 뉴스룸을 통해 “아우디는 삼성전자의 티티테크 투자와 개방형 자율주행 및 ADAS 기술 시스템 형성 움직임에 기뻐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 담당 사장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티티테크 자동차 사업부서 신임 사외이사로 오르게 됐다. 그는 앞으로 티티테크의 자율주행 플랫폼 사업 개발에 기여하고, 하만과 협력해 좀 더 선진화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LG전자 VC사업본부 이길까?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데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자율주행 운행 허가를 받았다.
국내서 허가 받은 차량은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의 센서가 탑재된 삼성전자 소유의 그랜저다. 이 기회를 통해 자율주행 알고리즘, 인공지능, 차세대 센서, 컴퓨터 모듈 등의 지능형 부품을 개발한다는 것이 삼성전자 계획이다.
아직까지 그랜저에 탑재된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의 부품은 삼성전자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시도가, 전장사업팀 역량 강화에 중요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중인 LG전자 VC사업본부의 사업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전장사업을 이끄는 LG전자 VC사업본부는 최근 자율주행 부품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 6월 29일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할 수 있는 차세대 ADAS 전방 모노 카메라를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 양산차에 탑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브랜드 명칭은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브랜드가 메르세데스-벤츠로 보고 있다.
LG전자의 차세대 ADAS 전방 모노 카메라는 전방 도로 상황에 대한 경고와 제어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교통 흐름과 전방 차량 속도를 반영해 자동으로 차간거리 제어를 돕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정체 상황에서도 부분 자율주행을 도울 수 있는 교통체증운전지원 시스템, 전방 위험 상황 방지시 활동되는 자동긴급제동 시스템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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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LG전자를 잡기 위해 자체 엑시노스 프로세서 공급 확대와 기업간 협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 소유의 전장부품 기업 하만이 자율주행과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을 전담할 SBU(Strategic Business Unit) 조직을 신설했기 때문에, 하만 중심의 ADAS 기술이 조만간 공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 조성으로 앞으로 전장부품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내외적인 활동이 빈번해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 전장사업 성공의 지름길은 기존 업체와 차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내놓는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