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선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현재 국내업체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글로벌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굴기(堀起)'를 선언하고 수조 원을 투입해 공장을 건설 중인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 푸젠진화반도체 등 중국 업체들은 당장 내년 1분기부터 반도체 공정 장비에 연간 총 2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 정부 지원 등에 업고 D램·낸드 점유율 제고 나선 中 업체들
칭화유니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았던 낸드(NAND)에, 푸젠진화반도체는 D램에 각각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칭화유니는 앞서 중국 우한과 청도, 난징 등 공장에 반도체 제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84조 원을 투자했다. 내년부터 3D낸드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업계에선 칭화유니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낸드 제품 양산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대만 UMC를 통해 D램 기술을 전수받는 푸젠진화반도체는 오는 2019년 제품 양산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장비 발주를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의 이 같은 속도전엔 '부품의 자국산화'를 외치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현재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자국 시장서 점유율 10% 미만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에 발간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MIC 2025)'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165조 원 가량을 투입, 자국산 반도체의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지난 2014년 '국가 반도체 산업 투자펀드'에 약 21조 원을 투입하는 등 자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 중이다.
■ 기술 격차 '5년'이지만…"韓 업체들 긴장해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에 각각 글로벌 D램 점유율 45.1%, 26.8%를 차지했다.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낸드플래시 역시 글로벌 시장 절반 가까이를 두 개 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2분기 삼성전자는 38.3%, SK하이닉스는 10.6%의 낸드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양산 기술력 또한 중국 업체들에 비해 5년여 앞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경기 흐름에 민감한 반도체 업계 특성상 후발 주자들의 등장이 국내 업체들에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격차 좁히기에 나서고 있어 국내 업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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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인해 여러 업체들이 난립한다면 과열 경쟁으로 인한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한국 반도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지만 중국이 추격할 경우 한국 업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 업체들이 내후년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고 해도, 일단은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높은 기술력을 요하지 않는 메모리 생산에 주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 정부가 말한 2025년이 가까워질수록 PC, 모바일용 등 고성능 메모리를 거뜬히 생산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