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중립성 원칙 존폐 여부를 결정할 정책 제안에 대해 총 2천200만 건의 의견이 쇄도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공식적으로 의견 접수를 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FCC는 30일(현지시간) 지난 5월 아짓 파이 위원장이 공개한 ‘인터넷 자유 회복’ 문건에 대한 의견이 총 2천200만건 접수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FCC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이날 자정 망중립성 관련 의견 접수를 마감한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지난 5월 ‘인터넷 자유 회복’ 문건을 통해 2015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확립된 망중립성 원칙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무선 인터넷 사업자(ISP)를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타이틀2에 소속될 경우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강력한 ‘커먼캐리어 의무’를 지게 된다.
FCC는 접수된 의견을 검토한 뒤 연내에 아짓 파이 위원장이 ‘인터넷 자유 회복’ 문건에서 제안한 정책에 대한 최종 표결을 할 예정이다. 현재 FCC는 공화당 3명, 민주당 2명으로 구성돼 있어 숫자상으로는 망중립성 무력화가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FCC가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 결정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따라서 접수된 의견 결과가 투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아짓 파이 위원장이 제안한 문건에 대해 사상 유례 없이 많은 의견이 접수된 것은 그만큼 뜨거운 공방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의견 접수 기간에는 각종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5월엔 디도스 공격으로 한 때 FCC의 의견 접수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또 망중립성 무력화를 지지하는 쪽이 로봇을 활용해 찬성 의견을 자동 생성해서 접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시민단체인 ‘미래를 위한 투쟁’은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FCC에 접수된 의견 중 45만 건은 망중립성 반대론자들이 생성한 스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 통신사 의뢰 조사 "순수 개인 의견은 98%가 무력화 반대"
이런 가운데 접수된 의견 중 절대 다수가 아짓 파이 위원장의 제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쪽이란 조사 결과가 발표돼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엠프라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접수된 의견 중 60% 가량이 아짓 파이 위원장의 ’타이틀2 재분류’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찬성 의견은 39%에 머물렀다.
찬성 의견 중엔 로봇이 자동 생성한 것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둘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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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엠프라타는 "스팸과 서식 파일 등을 제외한 순수 개인들이 보낸 의견은 찬성 비율이 98%에 이른다"고 밝혔다. 엠프라타는 또 "순수 개인 의견 비중은 전체의 10%를 밑돌긴 하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조사가 AT&T, 차터를 비롯한 미국 통신사들의 의뢰로 실시된 것이어서 망중립성 반대 진영에겐 더 아프게 받아들여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