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누가 뭐라해도 하드웨어업체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핵심 수익원은 전부 하드웨어다.
이런 애플의 오랜 꿈은 ‘서비스 기업 변신’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경쟁사업자들처럼 서비스란 파이프를 통해 고정적으로 현찰이 들어오는 사업을 꾸리고 싶어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분기 실적은 애플에겐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앱스토어 등이 포함된 서비스 부문이 매출 73억 달러로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까지 늘어났다. 덕분에 5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아이폰 다음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1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10억 달러면 프로그램 10개 정도를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 영화 대여 서비스 인기 떨어지면서 돌파구 모색
애플의 이런 행보는 지난 6월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 사장을 역임한 제이미 얼리히트와 잭 반 앰버그를 영입하면서 어느 정도는 예견됐다.
에디 큐 부사장의 지휘를 받고 있는 이들은 최근 들어 독자 콘텐츠 확보를 위해 헐리우드 영화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의 골자다.
애플은 영화 스트리밍 시장 쪽엔 초보나 다름 없다. 최소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쪽에선 ’하우스오브카드’ 등 히트작을 연이어 선보인 넷플릭스나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 등 강자들과 나란히 할 수준은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기 때문에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오리지널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까? 애플이 그 동안 야심적으로 추진해 왔던 영화 대여 서비스를 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아이튠스 음악 사업으로 재미를 본 애플은 2006년 영화 서비스에도 발을 들여놨다. 편당 6~15달러 가량을 내면 일정 기간 대여해서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한 동안 각광받던 애플의 영화 대여 서비스는 최근 들어 인기가 뚝 떨어졌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 월 가입자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들 때문이었다.
2012년 무렵 50%에 달했던 애플의 디지털 영화 대여 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3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애플은 ‘오리지널 콘텐츠’ 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애플 뮤직에서 리얼리티 쇼인 ’플래닛 오브디 앱스(Planet of the apps)'를 서비스했다. 또 지난 주엔 ‘카풀 카라오케’ 란 영상물을 내놨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경쟁력을 갖기 위해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스트리밍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건 상식으로 통한다. 넷플릭스가 ’하우스오브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 등의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애플 역시 이런 추세에 동참하기 위해 내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이 2013년 프라임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투자했던 금액과 같은 액수다.
전문가들은 10억 달러 정도면 프로그램 10편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O의 히트작 ‘왕좌의 게임’의 에피소드당 제작비가 1천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애플 비즈니스 모델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과연 이런 계획은 애플에게 어떤 과실을 안겨줄까?
넷플릭스나 아마존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은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였던 넷플릭스는 갈수록 강해지는 콘텐츠 사업자들의 견제를 뛰어넘고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된 매력을 갖기 위해선 독자 콘텐츠가 필수였다.
아마존 역시 프라임 서비스 이용자들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선 뛰어난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했다.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는 HBO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들과는 조금 다른 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갖고 있다고 해서 아이폰, 아이패드 핵심제품 판매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애플TV를 더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IT매체 벤처비트는 이 같은 관점에서 “애플은 도대체 왜 오리지널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10편 정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했다고 해서 가입자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이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나설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작품 포트폴리오를 구비한 상태였다.
하지만 애플은 콘텐츠에 관한한 ’맨 땅에 헤딩’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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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간 매출 2천150억 달러에 보유 현금만 2천610억 달러를 웃도는 애플에게 10억 달러는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추가 투자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넷플릭스 모델’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