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공급 중단' 디즈니 승부수, 왜 나왔나

'콘텐츠 파워' 자신감…BAM테크인수로 기술도 충분

방송/통신입력 :2017/08/09 16:11    수정: 2017/08/09 16:2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마침내 월트 디즈니가 행동에 나섰다. 2년 뒤인 2019년부터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즈니의 이 같은 방침은 그 동안 넷플릭스가 왜 그토록 자체 콘텐츠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는지 짐작케 해준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디즈니는 8일(현지시간) 오는 2019년부터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넷플릭스에는 2019년 말 이후부터는 더 이상 콘텐츠 공급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즈니의 인기 영화 어벤저스. 2019년부터는 넷플릭스에서 더 이상 이런 디즈니 영화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넷플릭스에선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을 비롯한 디즈니 계열사 영화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최근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던 넷플릭스로선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됐다.

최근 들어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을 강화하면서 이런 사태에 대비해오긴 했지만 디즈니 영화가 빠질 경우 매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 디즈니, BAM테크 인수하면서 스트리밍 기술 확보

이번 계획에 따라 디즈니는 2019년 공개될 작품부터 넷플릭스 공급을 중단한다. 하지만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2019년 말까지는 기존 작품들은 그대로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디즈니가 '넷플릭스 공급 중단'을 단행한 것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강한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 동안 꾸준히 기술적인 준비를 해 온 점 역시 이 같은 선언을 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역시 BAM테크 인수다. BAM테크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만든 대표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메이저리그 야구를 비롯한 각종 중계 방송을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디즈니는 15억8천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면서 BAM 테크 지분 75%를 확보했다. 디즈니의 BAM 테크 인수는 미국 정부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디즈니는 2019년부터 BAM테크의 검증된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독자 서비스를 하게 된다.

밥 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BAM테크 인수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은 완전히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디즈니 계열 스포츠채널 ESPN은 내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

미국 IT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는 미국 내 주문형 동영상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토이스토리4’와 ‘프로즌’ 연작같은 디즈니의 새 영화들도 서비스 대상이다.

물론 디즈니와 픽사가 예전에 제작한 영화들도 스트리밍 서비스 대상에 포함된다. 여기에다 디즈니 계열 TV 방송사들의 각종 콘텐츠까지 결합될 경우 매력적인 상품이 될 전망이다.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도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디즈니는 이미 2015년부터 영국 지역에서 디즈니라이프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한 장면.

디즈니라이프 가입자들은 디즈니 영화, TV쇼, 음악, 오디오북등을 매달 6편까지 볼 수 있다. 디즈니로선 2년 여에 걸친 스트리밍 서비스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는 셈이다.

그 뿐 아니다. 디즈니는 당장 내년부터 ESPN의 각종 스포츠 중계들을 스트리밍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 때도 BAM테크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디즈니는 “매년 1만 건 가량의 지역, 전국, 국제 스포츠 경기를 스트리밍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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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디즈니는 디즈니라이프와 ESPN 등을 통해 임상 실험을 먼저한 뒤 2019년 전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는 셈이다.

‘스타워즈’ ‘어벤저스’ ‘뮬란’ 등 엄청난 히트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의 탈퇴 선언은 그 동안 승승장구하던 넷플릭스에겐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