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朴에 부탁?…생각해본 적도 없다"

"2·3차 독대서 승마지원·JTBC로 야단만 맞아"

디지털경제입력 :2017/08/03 17:13    수정: 2017/08/03 17:4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부정 청탁한 사실이 없고, 경영 승계를 부탁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대통령에게 그룹 경영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부탁하지 않았다”며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일과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50·51차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지난 2일 오후 5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3일에도 2시간 가량 더 이어졌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틀에 걸친 심문에서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세 차례 독대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집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소문만 무성했던 독대 내용…"대가성 청탁 사실 아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9월 15일, 2015년 7월 25일 그리고 지난해 2월 15일 등 총 세 차례 단독으로 면담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 부정 청탁이 오고 갔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측근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을 이 부회장에게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그 대가로 경영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특검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대가성 청탁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본인이 대외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2014년 9월 첫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당시 한화그룹이 맡고 있던 대한승마협회 회장사(社)를 삼성 측에서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승마협회사를 맡게된 경위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질문했다.

이 부회장은 "회사는 과거 승마협회를 맡은 적이 있고, 제가 직접 승마선수로서 활동했던 경력도 있어 그랬을 것"이라며 "한화그룹보다 기업 규모가 큰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는 것이 좋겠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승마협회를 맡게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며 "정유라란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박 전 대통령 역시 정유라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전해진 2차 독대에 집중했다.

이 부회장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등에게 지난 2015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2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진술서를 보면 당시 상황이 자세히 드러난다.

박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으로 면담했을 당시 승마협회를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들은 바로는 대통령께서 '승마를 하려면 좋은 말도 사야하고 곧 있을 올림픽에 대비해 해외전지훈련도 가야하는데 삼성이 지원을 제대로 안 해준다'고 꾸짖었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게 야단을 맞은 것 빼고는 살면서 누구에게 혼나본 기억이 없다"며 "여성 분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당시가 처음이라 매우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조금 당황했다. 다른 분들에게 이 상황을 한번 거르고 전달했어야 하는데 후회가 된다"면서 "승마협회 지원 문제로 회의를 두 차례 하고, 이후 승마 문제는 실장님(최지성)이 챙기겠다고 해서 제가 더 이상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부회장은 2차 독대 당시 대통령과 승마지원과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건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을 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스1)

■ 신사업 설명하러 간 자리에서 'JTBC' 야단만 듣고 오기도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진행된 3차 독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의 신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그러나 지난 독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운을 뗐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사업 설명을 듣고 나서 종합편성채널 'JTBC'가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며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질책 강도는 지난번(2차 독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며 "JTBC 이야기는 (박 전 대통령의) 마음속에서 생각했던 게 터져 나온 것이라고 느낄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JTBC는 불이익 정도가 아니라 잘못하면 정치적 보복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JTBC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본인을) 불렀다고 생각했다. 삼성에도 보복이 있을 것 같아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특히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단 한 번도 최순실, 정유라 씨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대통령이 줄곧 언급한 승마지원이 특정 개인을 위한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전날 자정무렵까지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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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는 삼성전자 소속이고, 업무의 90~95%가 전자와 전자 계열사 관련이었다"며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경영전반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자, IT 분야를 제외한 각 계열사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의사를 표현할 만큼 지식도 없었고 자신도 없다"며 "각사 사장들과 미전실을 믿고 일을 잘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