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지성 "그룹의 일은 실장이 결정"

李 "난 전자 소속" 崔 "승마지원·합병 내가 결정"

디지털경제입력 :2017/08/02 18:01    수정: 2017/08/03 17:2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은 삼성전자 소속일 뿐이어서 그룹 업무를 다루는 미래전략실에서 주도한 정유라 승마지원 등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혐의 진술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첫 재판이 시작된 지 14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50차 공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제 소속은 처음부터 삼성전자였고, 그룹 미래전략실엔 단 한 번도 소속된 적이 없다”며 “미전실로부터 정보공유 등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그룹 대외 업무가 늘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그룹 내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던 미전실을 해체한 것에 대해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이 주도했다”며 “이후 최 전 실장의 ‘코치’로 국회에서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본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도 “회사 결정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은 양사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는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해 국민연금 관계자를 만난 경위에 대해 “국민연금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와서 최 전 실장님과 나가게 됐다”면서 “(자신은) 삼성의 임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삼성물산 합병을 돕고 싶었고, 그룹의 모든 계열사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으로부터 요청이 왔는데 거절하는 것은 경우가 아니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피고인 신문에 나선 최 전 실장의 증언과 일치한다.

최 전 실장은 자신이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밝히며 "최종 의사 결정은 이 부회장이 아닌 제 책임 하에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최 실장은 특히 "정유라 승마지원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은 내가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전날(1일) 진행된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역시 "이 부회장은 미전실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지는 않는다"며 "미전실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이 부회장이 아닌 최 전 실장"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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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세 차례 독대에 대해선 “청와대로부터 따로 참석 요청이 와서 응했다”며 “그러나 당시 독대 자리에서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이 부회장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