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이 그룹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닌 본인이었다며, 정유라 승마지원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은 자신이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최 전 실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의 제50차 공판서 이같이 밝혔다.
자신이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밝힌 최 전 실장은 "외부에선 이 부회장이 후계자이고, 이건희 그룹 명예회장이 와병 중이라 그룹의 운영체계를 모르는 사람들이 오해를 한 것 같다"며 "최종 의사 결정은 제 책임 하에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만 "갤럭시노트7 리콜 건, 사업 구조조정 등 삼성 후계자에 중요한 주요 현안을 골라 이 부회장과 공유했다"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절차 등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른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미전실을 해체한 것도 자신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1일) 진행된 장충기 전 삼성전자 차장의 진술과도 비교적 일치한다.
장 전 차장은 "이 부회장은 미전실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지는 않는다"며 "미전실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이 부회장이 아닌 최 전 실장"이라고 증언했다.
정 씨 승마 지원도 최 전 실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장 전 차장은 설명했다.
미래전략실은 지난 1959년 비서실로 시작해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가며 삼성그룹 내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비선 경영 논란이 불거진 미전실은 지난 3월 전격 해체됐다. 미전실의 요직에 있었던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 역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날 최 전 실장은 삼성물산 합병 문제와 관련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본부장의 증언에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7월 17일,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김 전 미전실 팀장 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주주총회를 앞두고 홍완선 전 본부장을 포함한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를 만난 바 있다.
홍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바이오산업 육성 및 합병 시너지를 설명하며 합병 성사를 도와달라고 했다고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은 아마도 자본시장법 내용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바이오산업 얘기했을 것 같지만 합병 시너지 언급은 제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전 실장은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은 '그렇게까지 하면서 합병해야 하느냐'고 굉장한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제가 적극 추진했다”고 밝혔다.
최 전 실장은 "사실상 권한이 없지만 순환출자로 우리 그룹 경영권이 결정되기 때문에 부회장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었을 뿐"이라며 "이는 그룹만이 아닌 곧 우리나라 경제 문제이기 때문에 승인하는 게 맞다고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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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과 본인 등 4명이 매일 아침 회의를 한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팀장의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며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