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수출액은 63억8000만 달러(7조 1600억 원)였다. 전년보다 3억1000만 달러 늘었다. 국내 SW수출액은 지난 2014년 50억 달러 벽을 넘은 이후 매년 10%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세계 SW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 위상은 미약하다. SW수출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디넷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K-SW포럼' 산하 글로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 담당자들을 초청, 좌담회를 개최했다.
'K-SW포럼'은 국내 SW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2014년 12월 결성됐다. 현재 회원사는 60곳이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글로벌위원회, 인재양성위원회, 기술위원회 등 3개 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좌담회는 판교에 있는 엔키아 사무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이지케어텍 성진모 상무(경영기획실), 티맥스소프트 이동석 상무(전략마케팅실), 싸이버로지텍 현재승 상무(로지스틱스솔루션 상무), 마이다스아이티 정동진 실장(SW사업기획실), 이춘성 틸론 전무, 김득중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본부장(글로벌ICT사업본부) 등이다. 사회는 지디넷 방은주 기자가 맡았다. 참석자들은 산재한 수출 지원을 한 자리서 받을 수 있는 SW수출지원센터 개설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회자:먼저 우리나라가 SW를 얼마나 수출하는 지 궁금하다.
▲김득중 NIPA 본부장: SW 수출실적을 가진 기업은 총 270개다. SW 매출이 있는 전체 기업(7222)의 3.7% 정도다. 지난해 SW 수출액은 63억 8000만 달러였다. 이중 패키지SW가 절반이 넘는 34억5000만달러, IT서비스 수출액이 29억 3000만달러다.
수출형태를 보면 관계사를 통한 간접 수출이 54%, 직접 수출이 46%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56.9%로 가장 높다. 이어 북미가 22,2%, 서유럽이 6.8% 순이다. 아태지역에서는 동남아가가 46%로 가장 높고, 중국이 40% 정도를 차지했다.
=사회자:어떤 이유로 해외 수출에 나서게 됐나. 또 그동안 거둔 성과는
▲이지케어텍 성진모 상무:우리는 서울대 병원이 투자한 회사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솔루션을 수출한다. 해외에는 2014년 후반부터 진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6개 병원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지금은 사우디가 우리 팬이 됐다. 우리가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지사와 힘을 합쳐 사우디에 합작사도 설립했다. 사우디측이 우리 영업을 도와준다. 우리는 아시아 최초로 ‘힘스 스테이지7’이라는 인증을 받았다. 미국의료정보학회가 인정한 거다. ‘7’이 가장 높은 단계다. 사우디 병원은 6레벨이다.
사우디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사우디내 다른 병원에도 솔루션을 공급했다. 중국에도 진출한다. 우리 솔루션을 중국어 버전으로도 만들었다. 중국 실무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워크숍도 했다. 9월중 계약이 이뤄질 듯하다. 중국 현지사와 합작사를 맺고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 아일랜드 진출도 추진중이다. 아일랜드 수간호사가 파견 나와 우리 솔루션을 보고 높은 점수를 줬다. 아일랜드에서 공급하고 싶다고 해 이야기 중이다. 국내 국공립 병원에는 거의 우리 솔루션이 깔려 있다.
▲틸론 이춘성 전무:우리는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주력 사업이다. 2008년부터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영업을 하고 있다. 현재 약 30여곳에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일본을 중심으로 동남아와 중동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이전에는 패키지 위주로 했다. 그러다보니 엔지니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변경했다. 솔루션 뿐 아니라 가상화 단말기도 함께 제공한다. SW 트렌드가 패키지에서 클라우드로 넘어가다 보니, 해외에도 SW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성진모 상무: 우리도 1년반전부터 클라우드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80% 정도 완료했다. 해외 트렌드가 클라우드로 많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외국 글로벌 기업도 준비중이다. 해외부터 클라우드로 갈 생각이다.
▲티맥스 이동석 상무: 우리는 올해가 창립 20주년이다. 사업 초기부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현재 전세계 19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선진국 중심으로 메인프레임을 다운 사이징하는 수요가 있다. 이를 노리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수정하지 않고 메인프레임을 다운사이징해주는 오픈프레임이라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 미국 웰스파고와 해리슨 뱅크 같은 금융기관이 우리 제품을 사용한다. 핀란드에도 고객이 있다.
오라클 대안 DBMS로도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 특히 중국에서 사업이 활발하다. 인스퍼라고 하는 중국내 서버 1위업체와 2015년에 합작사도 설립했다. 중국 은행과 공공기관을 공략하고 있는데 최근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더 좋은 실적을 기대한다. 중국 합작사는 우리가 요청한 게 아니다. 중국 측이 먼저 제안했다. 중국에서 오라클 대항 DB를 찾았는데 못찾았다면서 우리를 선택했다. 인스퍼 엔지니어들이 오라클 대안 DB를 찾기 위해 수만번 실험했는데 티맥스 제품만이 통과했다고 하더라.
▲마이다스아이티 정동진 실장: 우리는 공학용 SW로 시작해 최근 경영솔루션도 내놓았다. 우리 솔루션은 건물을 짓기 전에 최종 시뮬레이션을 할 때 사용한다. 지진에 잘 견디는지, 또 바람이 심하게 불때 잘 견디는지 등을 알려준다. 한강다리 교량과 터널을 지을때도 적용 가능하다. 중국과 일본, 미국, 인도, 러시아, 영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 진출했다. 2007년부터 건축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토목과 지목용 솔루션이 다른데 우리는 둘 다 커버한다. 이것이 장점이다. 각국의 많은 랜드마크 건물에 우리 제품이 적용돼 있다.
▲싸이버다임 현재승 상무: 우리는 물류 현장에서 사용하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한다. 물류 전반에 필요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이 주력이다. 올해가 설립 18년째다. 20년째에 한두개 제품은 월드베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다. 국내보다 해외를 지향한다. 매출도 해외가 월등히 많다.
자동화 및 최적화와 빅데이터에도 관심이 있다. 지난 6,7년간 이 분야 연구개발(R&D)을 꾸준히 늘려왔다. 각 메이커들이 보내는 데이터를 수집해 M2M과 IOT에 반영한다. 올해 인공지능을 적용한 솔루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몇개 선사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사회자:국내 대표적 SW수출 기업들답게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수출할 때 애로 사항도 있을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있나. 당국이 지원 해줬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동진 실장:우리가 수출하는 제품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SW다. 그러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고객이 수출 증빙을 요청하는 것이 한 예다. 우리 제품은 세관을 통과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출 제품 증빙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때는 수출품을 입증하기 위해 이미 수출한 고객의 통장까지 보여준다. 고객이 CD나 동글을 요구할 때가 있다. 그런데 CD 등을 보내면 수출품과 다른 물품이라며 통관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외국 세관에 ‘이 제품은 대한민국 SW 수출품입니다’는 걸 알려주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팔기 전에 프리세일즈 활동을 활발히 한다. 국내는 업체들과 계약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법적 효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해외는 다르다. 계약 규모나 어떤 자료를 받았는 지와 상관없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돈을 못내겠다 하면 골치아파 진다. 법적 절차가 복잡해 돈을 받기가 힘들다. 특히 지식재산 개념이 없는 국가를 조심해야 한다. 지역마다 특성이 있다. 중국은 시장이 크지만 폐쇄적이다. 현지 세무당국의 마진율도 너무 높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많다. 이런 어려움이 있다.
▲성진모 상무: 미주, 중동 등에 진출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내부 원가가 늘어났다. 특히 미국은 세금 문제가 미묘하다. 나라마다 세금 제도가 다른데, 이런걸 몰라,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내, 뜻하지 않게 손실을 본 경우가 있었다. 미국 법을 몰라 손해를 본 것이다.
법률, 세제 등에서 혜택을 보려면 외국 회계사나 컨설턴트를 고용해야 한다.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당국이 이 부분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SW를 수출하려면 사무실과 판매처 확보, 법무 및 세무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그런데 현재는 이런 지원들이 흩어져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A부터 Z까지 도와주는 수출지원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춘성 전무: SW기업이 국내보다 해외서 돈을 벌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넘게 해외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수익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실정이다. 해외 수출은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품질을 테스트하면 글로벌 기업보다 더 좋게 나오지만 판매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기회를 잡으려면 우선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해외 수출은 유통과 정보 싸움이다. SW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공동 에프터서비스(AS) 센터도 필요할 것 같다. 또 일본 시장은 매뉴얼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고객이 매뉴얼을 안 보지만 일본은 매뉴얼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엔지니어들은 문서화(다큐먼트)에 약하고, 다큐가 강한 사람은 기술에 약하다. 결국 비용이 발생한다. 이 부분도 당국이 신경 써주면 좋을 듯 하다.
▲이동석 상무:우리 정부가 개도국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어차피 우리나라 예산이 투입되는데 이 사업에 국산 SW가 사용되도록 했으면 한다. 국산SW도 품질 경쟁력이 상당히 올라왔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보완하면 된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연구개발 뿐 아니라 매뉴얼 작업, 마케팅 등 부가작업이 많이 들어간다. 이런 부분도 지원이 필요하다. 코트라는 기본적으로 무역 중심이어서 기술적인 분야는 지원에 한계가 있다.
=사회자:마지막으로 할말이 있으면 해달라
▲성진모 상무: 해외 사업이 좋은 점이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지재권을 인정해준다. 수출하기만 하면 해외에선 국내보다 몇 배 더 많은 라이선스비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 판을 키워 성공하는게 맞다고 본다.
우리도 그랬다. 대형병원과 국공립병원은 우리가 다 장악했다. 나머지 소규모 병원까지 하려다 해외로 나간 것이다. 솔루션이 좋아 이내 계약이 이뤄졌다. 우리는 에픽, 써너 같은 외국 글로벌 회사와 경쟁한다. 처음에는 외국 전시회 나가면 후미진 곳을 줬다. 지금은 아니다. 이들 회사와 거의 같은 대우를 받으며 좋은 전시 장소를 배정 받는다.
▲현재승 상무: 맞다. 결국 실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백인 지역에서 부진하다. 올해와 내년 타깃은 유럽 시장이다. 특히 북유럽 기득권자와 경쟁해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아프리카도 보고 있다. 아프리카 진출시 우리나라 ODA 사업의 도움을 받고 싶다. 해외 진출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법률 자문이고, 이를 기반으로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이춘성 전무: SW 수출 현황을 보니 나라별, 지역별은 있다. 그러데 제품별로는 없는 것 같다. 이 부분도 있었으면 좋겠다.
▲김득중 단장: SW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수출지원책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안내 책자도 만들어 배포한다. 하지만 지원센터를 물리적으로 한 곳에 모으는 건 쉽지 않다. 각 부처마다 고유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수출 지원책이 있는 지, 또 어디서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는 지속적으로 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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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상무:중국은 ‘핵고기’에 집중 투자한다고 한다. 핵심전자기기기술과 고급통용기술, 기초소프트웨어기술을 말한다. 이들 3개 분야에 투자하는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미래 먹을거리이자 4차 핵심기술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보면 공정성 때문에 SW수출 지원 등이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를 가끔 목격한다.
▲현재승 상무:SW를 수출하려면 간혹 비자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APEC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적어도 아시아권은 무비자로 갔다 올 수 있다. 미국에서도 별도로 대접 받는다. 발급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흠이다. SW 수출 기업들이 이런 제도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