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돌풍…UI-UX 디테일 통했다

하루 만에 47만 계좌 유치…예적금 1천350억원

인터넷입력 :2017/07/28 17:09    수정: 2017/07/28 17:42

손경호 기자

#1

27일 오픈한 카카오뱅크앱을 다운로드 받아 회원가입을 하고, 계좌개설을 신청했다. 사용자가 몰린 탓에 잦은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결국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고 이튿날인 28일 다시 계좌개설을 신청하려고 보니 '계좌개설을 진행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어서 '신청 후 30일 이내 완료하지 않는 경우, 신청 정보가 삭제됩니다'라는 안내가 보였다.

다행히 다른 서비스들처럼 주민번호로 시작해서 모든 정보를 처음부터 다시 입력해야하는 불편함을 겪지 않았다.

'이어서 하기'를 누르니 이전에 입력했던 정보가 고스란히 저장된 채로 다음 단계로 진행해 계좌개설을 완료할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에서는 계좌개설 과정이 중단되더라도 처음부터 정보를 입력할 필요없이 이어서 하기를 지원한다.

#2

계좌개설을 위해 신분증 촬영 안내문구가 표시됐다.

일부 사용자들이 신분증이 잘 스캔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은터라 조금은 걱정이 됐다.

카카오뱅크앱에서는 신분증 촬영 전 '밝은 배경 싫어요!', '빛 반사 안돼요!'라는 안내를 표시됐다. 빛 반사가 안 되도록 운전면허증을 촬영하니 자동으로 정보가 앱에 입력됐다.

신분증 촬영시 나오는 안내문구.

■카카오뱅크 신규계좌만 47만개...예적금 1천억원 규모 넘어

카카오스러움을 내세웠던 카카오뱅크가 오픈 하루만에 28일 오후 3시 기준 47만개에 달하는 신규 계좌를 유치했다. 예적금은 1천350억원, 누적대출금은 92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그동안의 인터넷·모바일뱅킹에서 부족했던 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UI/UX)에서 디테일을 크게 손봤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시중은행서는 중간 단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정보를 처음부터 다시 입력해야했던 불편함을 카카카오뱅크는 이어서 하기로 해결했다는 사실이 이 은행이 지향하는 점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분증 촬영 과정에서도 이러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실제로 오픈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카카오뱅크는 사용자들이 몰려 여전히 대출을 받는 등 과정에서 접속장애가 벌어지는 등 불편함을 겪기도 했으나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받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인 줄 몰랐다는 반응들이 쏟아져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카카오뱅크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일단은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친근감, 선호도가 많이 반영됐고, 상품 라인업이나 ATM 현금인출 수수료 무료 등 이런 부분들도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놀랐던 점은 호기심 때문이었다면 계좌개설까지만 하고 말았을텐데 예금(수신)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세이프박스처럼 금고에 넣어 놓기만 해도 1.2% 금리를 지원하고, 정기적금 금리는 자동이체를 하면 2.2%까지 지원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카카오뱅크가 공을 들였던 부분은 UI/UX에 있었다.

■회원가입-계좌개설-대출까지 UI/UX 개선에 '올인'

카카오뱅크의 숨은 저력은 단순히 카카오가 가진 브랜드를 활용하고, 이모티콘을 써서 잘 포장했다는 점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27일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한국카카오은행 이용우 공동대표는 "상식을 비틀어보고 불편한 것에 대한 고민에서 은행 프로세스를 다시 해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불편함이 저희를 탄생시켰듯이 앞으로도 모든 고객이 불편하다거나 이것은 잘못됐다는 등 얘기해 주시면 새겨듣고 새롭게 서비스를 추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하기 위한 첫 관문은 회원가입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 휴대폰번호로 시작하기라는 두 가지 방법을 지원한다. 카카오게임을 해봤던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과정이다.

그 뒤 정보제공/이용약관에 동의하기만 하면 바로 회원가입이 완료된다.

그 다음은 계좌개설하기다. 이 과정에서는 실명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휴대폰 본인확인을 거쳐야 한다.

다음은 인증수단을 등록하면 된다. 지문, 패턴, 인증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지문인식을 지원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거나 지문인식을 쓰고 싶지 않다면 이 과정은 생략할 수 있다.

인증비밀번호는 6자리 숫자로 된 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이 비밀번호는 앞으로 이체 등 모든 금융거래에 사용된다.

다음으로 추가 개인정보 입력과 거래목적 및 자금출처 등을 선택한 뒤 통장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한다.

이후에는 비대면 실명확인을 거쳐야 한다. 앞서 진행한 휴대폰 본인확인에 더해 신분증 촬영, 타행계좌인증 등 3가지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을 진행해 본인이 통장을 개설하려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타행계좌인증의 경우 이전에 보유하고 있는 계좌에 1원을 보낸 뒤 그 계좌보낸사람 네 글자 이름을 카카오뱅크앱에 입력하면 인증이 완료된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이런 과정은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첫 날 사용자가 몰린 탓에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대출은 어떨까?

비상금 대출은 상품설명서를 본 뒤 실명확인, 휴대폰 본인확인 뒤 최대 300만원까지 3.35% 대출금리로 충전 계좌를 선택하고 인증을 위한 6자리 숫자 핀번호를 입력하면 과정이 완료된다.

이체도 어렵지 않다.

카카오톡 친구목록에서 수취인의 ID를 선택한 뒤 그 사람의 실명을 입력하고, 금액을 입력한 뒤 핀번호를 입력하면 끝난다. 돈을 이체 받은 사람은 카카오톡으로 알림메시지를 받는다. 그 뒤 수취인이 자신의 계좌정보를 입력하면 이체가 완료된다.

카카오뱅크가 강점으로 내세운 해외송금은 송금국가와 금액, 송금사유, 거래외국환은행을 지정하면 송금신청이 완료된다.

계좌 속 금고를 내세운 세이프박스도 카카오뱅크의 고민이 녹아있다. 자신의 계좌 잔고를 표시하는 세로 형태 슬라이더 바를 터치해 금액을 조정하면 당장 사용하지 않는 자금을 최대 500만원까지 세이프박스에 넣어둘 수 있다.

이곳에 하루만 넣어두어도 연 1.2% 이자를 받는다.

이 같은 방법으로 쌓인 이자는 예금이자 조회 항목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자료=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초반 돌풍...비즈니스에 보안 녹여내기 주효

카카오뱅크의 초반 돌풍에는 '불편하지 않은 보안'이 비중있는 역할을 했다.

금융서비스에서 보안은 핵심이다. 넓은 의미에서 사용자가 보다 쉽고 편리하게 직관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UI/UX의 역할이라면 쉬운 보안은 가장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시중은행 인터넷뱅킹은 여러가지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한다. 액티브X 플러그인을 활용하지 않고 실행파일(exe)을 설치하는 방식의 보안 프로그램들은 은행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중에도 컴퓨터 프로세스를 차지해 시스템을 느리게 하는 경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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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은행들이 이 같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뱅킹 대신 모바일뱅킹앱을 선보였지만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저장해야하는 점, 이체 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을 넣어야한다는 점 등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카카오뱅크 보안컨설팅에 참여했던 플라이하이 김기영 대표는 "핵심은 비즈니스와 보안이 따로가 아니라 비즈니스에 보안이 녹아들어가게 하는 것"이라며 "카카오뱅크와 협업해 효과가 없거나 불필요한 보안, 인증 등을 제거하고, 필요한 것을 추가하는 과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