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전기차 시대, 우리는 얼마나 준비됐나

[스마트카 2018] ② 충전기 수 늘고 있지만…

카테크입력 :2017/07/19 14:56    수정: 2017/07/21 13:57

전기차 보급을 위한 우리나라 정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달 들어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관련 정책 및 혜택은 총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난 11일 발표된 전기차 및 수소차 고속도료 통행료 반값 정책이며, 두 번째는 18일 발표된 전기차 충전소요시간 10시간 이내 차량 보조금 지급 규정 폐지다.

이 정책과 혜택은 전기차 소유주들과 전기차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희망과 같은 소식이다.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장거리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조치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은 있다.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완속충전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 차량의 충전 공간 주차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2018 스마트카 시대’ 시리즈 두 번째로 장거리 전기차 시대에 맞춘 국내 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 준비과정을 점검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전기차 주행거리 걱정, 내년엔 사라진다

2. 장거리 전기차 시대, 우리는 얼마나 준비됐나

3. 자율주행차 시대 문(門) 활짝 열리고 있다

4. '모빌리티 대세’…전장부품 업체들 뜬다

5. 스마트카 기술 주도해가는 핵심 인물들

지디넷코리아는 볼트 EV를 동원해 국내 미디어 최초로 서울역부터 부산톨게이트까지 약 400km 구간 무충전 주행에 성공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늘어나는 충전기, 하지만 급속충전기 위주

“전기차의 경우, 현재 누적 1만기 충전 인프라를 올해 말까지 2만기로 두 배 늘리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전기차가 신차시장의 1% 수준으로 보급될 수 있도록 전환점을 만들겠습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 7일 열린 ‘자동차산업발전위원회’ 출범식에서 언급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방안이다. 장거리 전기차 시대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주 장관의 언급 이후, 공공 전기차 급속충전기 수는 점차적으로 늘어났다. 환경부는 주 장관의 발언 2개월 뒤인 지난 4월 전국에 급속충전기 180기 설치를 끝냈다.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 달주차장,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주차장 등엔 최소 10기 이상의 급속 및 완속충전기가 갖춰진 멀티형 충전소가 생겼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공공 급속충전기 결제 문제도 점차적으로 해결되고 있는 추세다. 카드를 태그하는 RF 방식 대신, 단말기 내부로 카드를 삽입하는 IC단말기로 교체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기본 방침이다. 실제로 IC 단말기는 새롭게 추가된 급속충전기에 적용됐다. 기존 RF 방식 단말기 적용 충전기도 IC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 환경부의 계획이다.

전원이 꺼진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파르나스 지하주차장 전기차 완속 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정부는 3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장거리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전국 각 고속도로 주유소마다 급속충전기를 기본으로 세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용산역과 잠실 롯데월드몰처럼 여가생활과 충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몰링(Malling)' 형 충전소도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가 스스로 발 벗고 나서서 급속충전기 확충에 힘쓰고 있지만, 안정적인 충전을 진행할 수 있는 공공 완속충전기 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 전기차 충전정보 인프라 사이트 ‘ev.or.kr'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완속(AC완속) 충전소 수는 604개로, 전체 1천856개 충전소의 3분의1 수준밖에 불과하다. 나머지 1천252개 충전소는 DC차데모, AC3상, DC콤보 방식이 지원되는 급속충전기다. 이중에는 작동이 되거나 작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충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충전기 위치정보와 그린카 등 카셰어링 업체의 완속충전기 정보는 환경부 웹사이트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남 이마트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차지비 충전기와 환경부 급속충전기가 함께 마련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완속충전기의 경우, 급속충전기에 비해 충전 시간이 많이 느리다. 최소 2시간 이상은 충전을 진행해야 수도권 일대를 충분히 주행할 수 있다. 공공 급속충전기의 경우, 차량 사양에 따라 충전 시간이 30분~40분 정도 소요된다. 1시간 급속충전이 소요되는 볼트 EV가 급속충전기 이용시 40분 충전을 실행한 후, 추가로 20분 충전을 위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80% 정도까지만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와 달리, 완속충전기는 10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또 급속충전과 달리 배터리 수명을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을 위해서는 공공 완속충전기 설치 보급도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주차장 내 완속충전기 설치 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점 중 하나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8월 4천개에 해당하는 아파트 단지에 3만기 규모의 완속충전기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처럼, 집에서도 편안하게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전기 설치로 인한 주차공간 무단 점거가 불공평하다는 일부 여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연세대학교와 같이 민간 운영중인 완속충전기의 경우, 먼지만 쌓인 채 운영이 되지 않는 문제점도 발견된 바 있다.

■ 일반 차량 전기차 충전 공간 점거, 해결 기미 안보여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장거리 전기차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모델 3, 쉐보레 볼트 EV, 재규어 I-PACE, 현대차 코나 EV, 파워프라자 예쁘자나R2 등 다양하다.

장거리 전기차 수가 많아지면, 이를 대응하기 위한 충전기 수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가 제대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전기차 충전을 위한 주차공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우리나라 등 전 세계적으로 일반 차량의 전기차 충전 점거로 인한 법적 제제안 및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반 내연 기관 차량이 전기차 충전 공간을 점유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 주차된 용산역 몰링형 전기차 충전소 모습. 지난 7월 2일 촬영된 사진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지디넷코리아는 그동안, 전국 주요 전기차 충전 시설을 방문하며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충전소 점거 문제를 다룬바 있다. 용산 아이파크몰 달주차장 몰링형 충전소, 카셰어링 그린카 소유 전기차 충전소, 환경부 공공급속충전기 주차공간, 한국전력 급속충전기 운영 공간 등이 이같은 문제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최근 급속충전기 슈퍼차저를 구축한 테슬라코리아도 일반 차량의 충전소 점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 정부와 매번 일반 차량 전기차 충전기 주차공간 점유 해결 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이를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 1순위로 ‘Smart KOREA(스마트 코리아) 구현을 위한 민관 협업체계 구축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선도’로 정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3D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핵심기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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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한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전기차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주무부서 관계자들이 전기차를 직접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수요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차량의 충전기 점거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더 시급한 문제는 충전기 위치를 안내하는 이정표"라며 "주유소처럼 충전기를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이정표와 도로 안내판 구현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