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서버 하드웨어 시장에서 '주류'로 통했던 시절은 지났다. 메인프레임은 이 회사의 자체 프로세서와 아키텍처로 구성된 간판 서버 제품군이지만 입지는 예전같지 않다. 메인프레임이 전체 서버 시장 성장세를 따라잡진 못해온 건 사실이다. 몇년간 인텔 x86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가 점유율 면에서 IBM을 압도하고 있다.
IBM이 손 놓고 당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회사 하드웨어 사업 조직인 시스템즈 그룹은 3년전 x86 서버 사업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한 뒤 자체 서버 플랫폼 기술 전략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x86 서버 업체 위주로 인식되는 리눅스 서버 시장의 지분을 확대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버 운영체제(OS)가 좌우하는 소프트웨어(SW) 생태계 입지를 키워, 이를 서버 하드웨어 시장 경쟁의 지렛대 삼으려는 접근이다.
IBM이 몇년 전부터 리눅스 전용 메인프레임 '리눅스원(LinuxONE)'의 확산 추세를 강조하는 모습도 그 일환이다. 리눅스원은 메인프레임 전용OS 'z/OS' 대신 리눅스를 구동하는 메인프레임 서버다. 이로써 IBM 뿐 아니라 여러 업체와 오픈소스커뮤니티의 리눅스기반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기업은 레드햇, 수세, 캐노니컬, 3사 중 원하는 상용 리눅스 공급업체의 리눅스를 선택해 구동할 수 있다.
IBM이 리눅스원 서버로 주류 리눅스업체 3사의 기술을 쓸 수 있게 만든 건 2년전부터다. 리눅스원은 이전부터 레드햇과 수세 리눅스를 지원했는데, 지난 2015년 8월 IBM과 캐노니컬이 협력해 우분투 리눅스를 지원하는 리눅스원 서버가 출시됐다. 당시 톰 로사밀리아 IBM 시스템즈 수석부사장(SVP)은 "메인프레임 고객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리눅스를 구동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메인프레임에 리눅스를 돌렸을 때 이득이 뭘까. 리눅스원은 IBM, 오라클 등의 상용DB와 마리아DB, 몽고DB, 포스트그레SQL, 아파치 스파크 등 리눅스 구동을 전제하는 여러 오픈소스SW 지원 요구를 충족한다.
그럼 x86 리눅스 대비 메인프레임 리눅스의 이점은 뭘까. 앞서 IBM 로사밀리아 SVP는 "고도로 확장된 환경의 보안과 성능에 맞춰 설계되지 않은 범용 서버 기능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IBM의 리눅스원 전략이 시장에서 먹혔을까. 지난 14일 만난 한국IBM의 시스템즈 사업부 소속 임원들은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최성환 상무는 글로벌 시장에서 메인프레임 기반 리눅스 구동 고객 비중이 어떻게 바뀌었느냐는 물음에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상욱 상무도 "(메인프레임에) z/OS만 올려 쓰는 고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고객 또는 워크로드 수나 비율을 말하진 않았다.
이런 얘기다. 메인프레임 도입처 대다수가 서버OS로 z/OS뿐아니라 리눅스를 함께 사용한다. 워크로드 성격에 따라 z/OS와 리눅스 중 알맞은 플랫폼과 SW스택을 선택하지만, 서버 하드웨어는 둘 다 높은 신뢰성, 보안성, 성능을 제공하는 메인프레임을 쓴다는 뜻이다. 메인프레임을 쓰되 기업내 워크로드에 따라 OS를 선택한다는 것. 여기까지는 소위 '글로벌트렌드'다. 한국 시장에선 분위기가 좀 다르다고 한다.
정승건 상무는 메인프레임 기반의 z/OS와 리눅스 활용 비중면에서 글로벌과 한국 시장 현황에 차이가 있느냐는 물음에 "미국같은 지역에선 z/OS 사용비중이 큰 도입처에서 그만큼 많은 리눅스 기반 워크로드를 운영하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현재 국내에선 z/OS 고객이 메인프레임 기반 리눅스를 함께 사용하는 곳이 없고, 'z/OS(일반 메인프레임) 고객'과 '리눅스원 고객'이 양분돼 있다"고 설명했다.
왜 이럴까. 이유는 불분명하다. 일단 제공하는 기술면에선 국내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IBM 측은 가격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봤다. 정 상무는 "리눅스용 통합장치(IFL, 리눅스 워크로드 전용 메인프레임 프로세서)를 쓰기 위한 비용이 비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IBM 임원들은 메인프레임 도입 시기 형성된 국내 전산실 운영관행과 조직문화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언급했다.
이와 별개로 한상욱 상무는 "z/OS와 리눅스 사용 비중을 (고객수가 아닌) 워크로드 비중으로 나누면 반반 정도 되지만 이 비율은 (특정 고객의 z/OS 비중이 워낙 커서)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국내에도) 리눅스 전용 서버로 메인프레임을 도입한 고객은 많이 있고, 사례를 공개할 수 없을뿐 x86 서버 쓰다가 IBM 파워(유닉스) 서버 쓰다가 리눅스원(메인프레임)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트렌드와 달리 z/OS와 리눅스를 혼용하진 않고 있지만 메인프레임 시장은 유효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한국IBM 홍보실도 "(수년간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국내 시장에서 메인프레임이 사라지고 있다거나 '퇴출된다'는 식의 표현이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며 "메인프레임 사업은 지속되고 있고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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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IBM은 시스템즈 사업부의 전략 키워드로 차세대 메인프레임과 리눅스원 및 파워9 서버 하드웨어, 올플래시스토리지 및 오브젝트스토리지와 블록체인 기술 트렌드 대응, 플랫폼과 프로세서 차원의 개방형 생태계 등을 내걸었다. 데이터분석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 가속 및 코그니티브 성능 개선, 블록체인 기술 지원과 네트워크 보호, 소프트웨어 정의 올플래시, 3개분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7일 IBM은 차세대 메인프레임 'IBM Z'를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이전 세대인 z13 시스템 대비 7배 향상된 클라우드 차원의 대규모 암호화 성능, x86 시스템 대비 18배 빠른 암호화 속도 등을 갖춘 것으로 묘사됐다. 기업 시장에서 고조되고 있는 데이터 유출 피해 위험에 비용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글로벌 개인정보 보호 규제 흐름에 대비할 해법이란 메시지가 효과를 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