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 핵심 인프라"

김진화 코빗 前 이사 인터뷰

인터넷입력 :2017/07/16 09:13    수정: 2017/07/16 09:30

손경호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적 인프라는 블록체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결합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이런 기술들이 제대로 빛을 보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거래가 이뤄져야한다.

돈이든, 정보든 인터넷 상에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 진짜 비즈니스로서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될 것이라는 메시지다.

최근 몇 년 새 암호화 화폐 비트코인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인 블록체인,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보고, 온오프라인 상에 모든 거래를 스마트계약서(Smart Contracts)에 담으려는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금융은 물론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인터넷 발명에 버금가는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첫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을 공동 창업한 김진화씨가 회사를 나와 관련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협회를 만들어 법제화, 제도화에 나선다.

이제 비트코인,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는 유아기를 넘어 무한히 확장해 나갈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뒷받침하는 기술로서 가능성도 커졌다.

4년여 전 기자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세상을 근사하게 바꿀 수 있는 가장 새로운 실험인 것 같다"고 말했던 코빗 김진화 이사가 회사를 떠났다.

그는 국내서 아직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이라는 용어 조차 생소했던 시기 그는 유영석 대표와 함께 코빗이라는 비트코인 거래소를 차리고,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이라는 저서와 강연을 통해 국내 비트코인-블록체인 전도사로서 역할을 해왔다.

최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코빗을 떠난 김진화씨를 다시 만났다. 그는 앞으로 업계 전체가 제대로 성장해 나가 4차 산업혁명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국내서 암호화 화폐, 블록체인을 위한 법제화, 제도화 작업에 힘을 보탠다는 생각이다.

■이젠 청년기, 비트코인-블록체인-이더리움 위상 달라졌다

그동안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 화폐와 이를 거래하기 위한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은 일본 마운트곡스 파산, 급격한 가격 변동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청년기를 맞았다.

나라별로 서로 다른 통화를 대체하는 만국 공통 화폐이자 해외송금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비트코인은 수많은 대체코인을 만들어 냈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거래 기록을 담는다는 본래 목적을 넘어 부동산 계약, 투자 계약, 자동차 매매 계약 등 오프라인에서 신뢰가 필요했던 거의 모든 종류의 기록을 담는 창구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새로운 암호화 화폐이자 스마트계약서 역할을 하는 이더리움이 등장했다. 금융권에서는 R3CEV 컨소시엄을 구성해 그들만의 새로운 온라인 인프라 만들기에 주목한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사용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이더라는 암호화 화폐에 스마트계약서를 올려 여러가지 오프라인에서 신뢰가 필요한 계약을 온라인에서도 진행할 수 있게 돕는 스마트계약서로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대시(Dash), 모네로(Monero)처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암호화 화폐가 등장했고, 암호화 화폐를 활용해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대한 예상치를 두고 베팅하는 어거(Augur)라는 서비스가 나왔다. 소셜미디어로 사용자들이 암호화 화폐를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후원하는 스팀(Steem)도 인기를 끄는 중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과 같이 돈에 밝은 투자은행들이 이러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그동안 달라진 변화다.

글로벌 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도 이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고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블록체인이 왜 필요한가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 화폐를 만들어 낸 근간은 블록체인이다. 암호화 기술과 분산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이 인프라는 그동안 안전하면서도 투명한 온라인 거래장부가 실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김진화씨는 블록체인을 두고 "데이터 내역에 대한 의견일치를 쉽게, 효율적으로, 분산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라며 "비트코인과 같은 화폐, 은행 간 거래에는 R3CEV 컨소시엄이 구상 중인 인프라를, 개인 간 주식 거래에 활용하면 나스닥 링크(Linq)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넷스케이프, 야후와 같은 기업들이 나오다가 검색엔진, 전자상거래, 이메일 등 서비스가 나온 것처럼 블록체인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파괴적인 기술"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김진화씨는 "국내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의 경제적 인프라는 블록체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술업계 공통적인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이 보낸 데이터가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해 블록체인이라는 분산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들이 거래내역을 공증한다. 때문에 위변조 가능성이 거의 없고,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기존 대비 훨씬 적은 컴퓨팅 자원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AI와 IoT가 실제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순간 사물들 간에 각종 정보를 주고 받거나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질 때 블록체인이라는 인프라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법-규제, 블록체인협회로 풀어갈 것"

현재 국내외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 화폐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인프라를 어떻게 정의하고, 규제해야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규정해야할지 아니면 상품으로 규정해야할지에 따라 법적 규제, 세금 부가 여부가 달라진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암호화 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가제를 실시하고, 거래소와 사용자들에게 차익에 따른 세금을 매기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전자거래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김진화씨는 "거래소는 최대한 안전하게 운영돼야하므로 인가제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법적 책임을 지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등록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아직 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시기상라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김진화씨는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암호화 화폐, 블록체인을 둘러싼 법제화, 제도화 움직임에 맞춰 자율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블록체인협회(가칭)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 간 공동 기술 연구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이 기술들에 대해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투자 과열-거래소 해킹 난제 어떻게 풀까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가격이 폭등 하면서 여기에 대출까지 받아 수천만원을 투자한 국내 사용자들까지 나왔다. 이들 중에는 갑작스런 가격변동으로 인해 천만원 이상 손해를 보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는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거래소인 빗썸 임직원 PC가 해킹 당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해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 화폐가 털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김진화씨는 우선 투기성 투자 열풍을 경계하며 소액 분산 투자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가격이 오른다고 대출까지 받아 하루만에 수천만원어치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것은 투자라기보다는 투기로 봐야한다.

투자의 기본 원칙이 손실위험을 줄이기 위해 분산투자를 하는 것인 만큼 암호화 화폐에 대한 투자 역시 메월 소액씩 꾸준히 하면서 생태계를 배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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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같은 해킹 사례에 대해서는 "거래소의 경우 보안과 소비자 보호가 개별회사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업계 공동으로 법보다도 엄격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공동 실천하는 방향을 찾아가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앞으로 행보에 대해 김진화씨는 "0에서 1까지 만드는 것은 잘하는데 1에서 10까지 만드는 건 잘 하지 못한다"며 "코빗이 많이 성장한 만큼 더 잘 할 수 있는 분들이 오고 있다"며 "오히려 회사를 나와서 업계 전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