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정부통합전산센터장은 정부가 민간 우수인재 헤드헌팅으로 임용한 첫 여성 공무원이다. 12일 지디넷코리아가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14회 어드밴스드컴퓨팅컨퍼런스(ACC)’에서 기조 연설을 한 그는 “범 정부 빅데이터 플랫폼인 ‘혜안’ 가입자가 올해 들어 2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공공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이 뜨겁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센터장에 부임한 그는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했다.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1990년 한국IBM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 IBM 글로벌테크놀러지서비스 상무와 SK텔레콤 본부장을 지냈다. SK텔레콤 시절 헬스 등 각 분야의 디지털 변화를 담은 책자를 내기도 했다.
ACC 행사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김 센터장은 5개월간의 공무원 생활이 아직 낯설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민간(기업)은 효율성을 중요시하지만 공공은 (프로세스) 정당성을 먼저 본다”면서 “민간과 공공의 가장 큰 차이”라고 밝혔다.
그가 센터장으로 있는 정부통합전산센터(통전)는 2005년 11월 발족했다. 앞서 2002년 10월 범정부 통합전산환경의 효율적 운용 혁신방안(BPR)이 나왔고, 2003년 8월에는 전자정부 로드맵 31대 과제가 확정됐다. 대전 및 광주에 2개 센터가 있고 직원은 200여명이다. 이 센터들은 51개 중앙부처의 1486개 업무, 4만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20년에 대구센터가, 2021년에는 공주센터가 추가로 개설돼 총 4개 센터로 늘어난다.
김 센터장은 통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4개 센터 간 효율적 운영으로 자원 및 예산 낭비를 없애는 것”이라면서 “지능형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이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분야 거대 IT 수요처이기도 한 통전은 노후장비 교체 및 통합으로 연간 800억~900억 원을 사용한다. 장비가 필요할 때마다 조달을 통해 구매하기 때문에 ‘이기종 집합소’라는 소리도 듣는다. 김 센터장은 “통전이 폐쇄적이라는 소리가 있었는데 내가 부임한 이후 모든 걸 오픈 방식으로 바꿨다”면서 “정책을 집행하는 다른 정부기관과 달리 우리는 IT를 가지고 운영을 해야하기 때문에 오픈된 마음을 가지고 기술 등 민간 분야와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통전이 공공분야의 국산 ICT 장비 사용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통전 장비 중 국산 비율이 몇%인지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면서 “소프트웨어(SW) 등 국산 ICT 비중을 높이라는 요구가 많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자치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융합망 구축 사업’에 대해서는 “ISP 컨설팅이 마무리 단계”라면서 “경제성은 물론 확장성 등 다른 요소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구축 예정인 ‘국가융합망 사업’은 51개 정부부처가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개별 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사업이다.
김 센터장은 공무원들의 빅데이터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그 예로 2015년 만들어진 범부처 빅데이터 플랫폼인 ‘혜안’ 가입자가 폭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혜안’ 가입자는 1000명에 불과했는데 올해들어 20배나 폭증, 지난 6월말 현재 2만명을 돌파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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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보안전시회에 갔다 온 김 센터장은 정부 차원에서 본받아야 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로 ‘버추얼 싱가포르’를 꼽았다.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하는 일종의 스마트 국가 정책인 ‘버추얼 싱가포르’는 2014년 12월에 시작됐다. 오는 2018년에 완성된다. 빅데이터와 3D 같은 ICT 신기술을 활용해 행정의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것이 초점이다. 예컨대, 고층 건물을 새로 세울 때 건물 간 조도 등을 사전에 3D로 시뮬레이션, 행정 낭비를 없앤다.
김 센터장은 싱가포르에서 이런 행정이 가능한 것은 “16개 부처의 IT조직을 조정해 이끄는 가브텍(GOVTECH)이라는 조직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버추얼 싱가포르’에 우리나라 보안 솔루션을 적용할 여지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4차산업혁명 여파로 일자리 증가보다 감소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아 국내 기업도 기존 것만 고집하지 말고 보다 많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